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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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하고 있는 한 드라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가 결혼 전에 사귀던 한 남자랑 관계를 가졌는데 아이를 가진 줄 모르고 헤어졌다. 그 뒤 바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랑 자게되고 후에 아이를 가진 걸 알고 두 번째 남자랑 결혼을 한다. 여자도 남자도 그 아이가 둘의 자식인 줄 알고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사랑을 주며 잘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혈액형 검사에서 둘의 자식에게서 나오지 않는 혈액형이 나오면서 부부의 갈등은 커지고 급기야 이혼을 하게 된다. 여자 입장에서는 정말!!! 몰랐던 사실이었고, 남자 입장에서는 절대로!!!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여자는 정말 몰랐던 걸까?
 
로빈 베이커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 여자들의 몸은 전략적으로 두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가졌을 때 누가 아이의 배우자로 적합한 지를 안다는 거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의 남자와 관계를 가져 여자의 몸으로 들어간 정자가 여자의 난자를 획득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단다. '여자의 신체가 동시에 두 명(혹은 그 이상)의 남자의정자를 보유하고 있으면 반드시 두 무리의 정자 사이에는 여자의 난자를 수정하여 '포상'을 받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들 정자의 경쟁 방식은 전쟁에 가깝다. 남자의 사정 물질 가운데 수정력이 있는 엘리트 '난자잡이'는 아주 소수(1%이하)다. 나머지는 다른 남자의 정자가 난자를 수정하는 것을 저지하는 일 따위를 제외하면 아무런 기능이 없는, 불임성의 '자살 특공대'다.' 그렇다면 위의 여자 경우 첫 번째 남자의 정자가 이긴 셈이다. 결국 정자전쟁에서 져 버리고 '종족보존'에서도 실패한 두 번째 남자는 자기 아들도 아닌 아이를 양육해서 종족보존상의노력을 기울이는데 ''만 쓴 셈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가 전 세계 어린이의 10%나 차지한다니 놀라울 일이지만 과연 로빈 베이커의 말처럼 여자들이 정말!!! 알고 그랬을까? 하는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여자들은 외도를 한 후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남편과의 잠자리를 가져 남편이 자기 '아들'의 유전자적 친아버지인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놀.라.워.라.- -;
 
로빈 베이커는 정자전쟁을 핑계삼아 온갖 장면들을(책 무쟈게 덮어버리고 싶었다.- -;) 선보이고 있다. 동성애, 외도, 몽정, 자위, 그룹섹스에 강간까지 로빈 베이커가 말하고자 하는 '정자전쟁' '종족보존'의 해석을 위해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장면들이 필요한 것인지 놀라울 뿐이다. 사실, 읽다보면 포르노의 장면을 보듯 뻔한 해석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질리게 만든다. 물론 그가 말하듯 미국에서 '섹스장난감'이 어마어마한 양으로 판매가 되고 현재 30세 이하의 미국인들이 '포르노 세대'라는 이름표까지 붙을 정도라니 이 정도 책에 놀라지도 않겠지만 '유익한 정보'를 위해 너무 '재미'를 추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성과 번식은 인간의 생활에서 중요한 일이다. 로빈 베이커는 진화생물학자로서 많은 인간들에게 학술적 엄격성을 배제하고 일관적이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로 성에 대한 태도,감정, 반응과 성적 행위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성에 대해 쉽게 접근을 하고 번식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한 점은 높이 평가를 한다. 로빈 베이커도 그 점에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진도 안 나가는 이 책을 오래도록 들고 다 읽고 난 나는 왠지 포르노 한 편을 본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장면'에만 신경을 쓰고 '해석'에는 관심이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바라건대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고 읽고나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하며 로빈베이커에게 메일이라도 한 통 남길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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