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다. 그림 동화, 요리책 등 뭐든 글로 풀어내라고 하면 자신만만하게 덤볐는데 이 책은 대략 난감이다. 만화 한번 안 본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본 건 본 것이고 리뷰를 써 보자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책은 스케일면에선 어떤 전쟁 소설 못지 않다. 그리고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도 그림과 같이 확! 들어온다. 그렇다면 못 쓸일이 뭐란 말인가? 그래도- -;
 
이 이야기는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해륙 양면에서 그리스를 공격한 '페르시아 전쟁'을 바탕으로 한다. 그 당시 전권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가지고 있었는데 페르시아가 침공하자 레오니다스는 그리스로 가는 통로인 '테르모필레'의 협곡'뜨거운 문'이라 불리는 산길로 페르시아군을 몰아 넣어 전투에 이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에피알테스'가 페르시아와 내통하여 우회로를 가르쳐 줌으로써 돌파구가 생긴 페르시아가 대공격을 하게되고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타군은 패배한다.
 
'300'이란 숫자는 스파르타군의 숫자를 이야기 한다. 처음 페르시아 군에 맞설 때는 스파르타군외에 그리스 연합군 7,000여명이었지만 페르시아에게 우회로가 뚫리고 포위 당하자 레오니다스는 그리스 연합군을 돌려보내고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 만으로 페르시아군과 맞섰다.
 
스파르타는 '스파르타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인한 나라였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군대식 교육을 받는다. 작거나 약하면 버려지고 거친 자연에 던져져 기지와 의지만으로 흉폭한 자연과 겨룬다. 그런 고통은 절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훈련은 끝이 없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냈다. 벗은 몸에 빨간 망토를 쓴 스파르타인의 강인함과 창과 방패로 서로의 몸을 보호하며 적의 화살을 막아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레오니다스의 죽음을 그린 장면은 그가 후에 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시인이었던 '시모니데스'는 그 전투의 용사들을 기리며 시를 지었다. 그 시는 이 책의 끝부분에 스파르타 용사들의 시신이 쌓인 그림에 씌여져 있다.
 
이곳을 지나는 자유인은 들어라.
언제까지나 영원히...
세월이 깃든 바위 속에서
우리의목소리가 그대에게 속삭일지니.
스파르타에 전하라, 지나는 이여.
스파르타의 법에 따라 여기, 우리가 누워 있다고
 
비록 패했지만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운 용맹한 스파르타인, 그들은 모두 죽어버렸지만 그 뒤는 그들의 아들들이 잇는다. 아들들은 그 아버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돌진한다. 승리를 향해. 영예와 영광을 향해...
 
만화를 봤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Tv에서 본 영화 예고편은 만화의 그 질감과 색채, 장면이 그대로 인 듯하여 자못 기대가 된다. 언젠가 '씬시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암울해보이는 색채에 지레 겁을 먹고 안 본 적이 있다. 당연 후회막급이다. 만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는 만화가 주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한 셈이다.
 
<300>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스파르타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만화가 아니라 하나의 '서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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