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 / 지상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학교다닐 때의 일이다. 내 아버지는 아주 보수적인 분이셨고 난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래서 하교후에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일은커녕 공부를 위해 친구집에 놀러가는 것 조차도 허락하지 않으셨다. 나로선 그야말로 집과 학교, 엄마의 가게 정도가 활동 영역이었고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은 대학을 갔다고 해서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씩 나의 요구가 좌절(?)될 때마다 느끼던 내 감정은 이런 거였다. '나도 다 컸는데,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할 줄 아는데, 자유롭게 풀어두어도 다 알아서 할텐데 왜? 자꾸만 못하게 하는가?'
 
상황은 다르지만 어제 이 책에서 <마약밀매상>에 관한 부분을 읽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마약 중독이 유발한다는 폐단들은 실제로 마약 금지에 따른 부작용이지, 중독 그 자체에 따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마약이 금지된 상황에서, 불법 마약상들은 금지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약 복용 금지는 마약의 가격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즉, 마약 복용을 법으로 못하게 막아버리니 숨어서 밀매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밀매상들이 가격을 올리고 중독자가 늘어난다는 건데, 그 모든 것이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다. 사람의 마음이란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를 가지게 되고, 한번 해보라고 풀어두면 시들해져서 안 하게 된다는 거다. 그 점에서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어릴 때의 일하고는 아주 다른 상황이지만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변명내지는 무조건 옹호로 가득한 이 독특한 경제서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유주의의 철학은 오로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나 혹은 그런 사람의 자산을 공격하는데 폭력을 사용했을 때만 비난을 퍼붓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점을 바탕으로 '자유시장'에서 외관만 악당인 희생양들 가운데 실제로 고압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다는 점만 이해를 하면 '우리가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사회를 유익하게 한다'는 점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 책에 나오는 '악당'들인 '화폐위조범''암표상'중상모략가''매춘부''포주''고리대금업자''살찐 자본가''아동노동착취자''악덕 상점주''폭리취득자'등 사회악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활동을 비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거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게 어쩌면 내가 살아오면서 내 머릿속에 이미 정해져 있는 '좋은 사람''나쁜 사람'에 대한 편견이 말뚝처럼 박혀있어 내 생각을 바꾸기 힘들었기에 그럴 지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그 사람들의 무해한 경제적 활동이 자유주의 시장에서 우리가 나름대로 존중하는 직업들을 가진 '잡화상''의류상''철강 제조업자'와 같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비교해 볼때 다를 바가 없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나로선 저자가 그들을 옹호하고 그들의 직업을 변명해주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공갈협박범'이 있다. 그 사람은 사전에 '비밀유지'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피협박자에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우리가 그다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험담자'는 사전 경고도 없이 '비밀'을 공개한다는 거다. 그랬을 때 누가 더 나쁘냐? 당연히 기회를 준 '공갈협박범'이 '험담자'보다 훨씬 낫다는 변명인데 솔직히 그 '공갈협박범'의 '비밀'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 말이다. 그들이 달리 '공갈협박범'이냐 말이지. 물론 사전 경고도 없이 상대방에 대해 '험담'을 해버리는 사람도 나쁘기는 매일반이이지만 말이다.
 
또 '아동노동착취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전형적인 아동 노동 고용자들은 그 누구보다 친절하며 자비롭고 인간다운 사람이다. 게다가 아동 노동을 이용하는 기관 역시 선을 베푸는 좋은 업체로서 오랫동안 칭송받아 마땅하다'라고 이야기 하며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사람이 '악당'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그 '자비롭고 인간다운 사람'이 과연 아동 금지법이 폐지되어 아동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계약을 맺고 일을 했을때 어느 만큼이나 그 아이들을 궁핍함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냐 말이다. 
 
물론, 포주의 근본적 행동은 사악하지만 그의 주요 업무가 '중개'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들이 부동산이나 보험, 주식투자의 중개상이 그러하듯 공급자와 고객 간의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것도 알겠다. 또, 경찰관이 법을 지키기 위해 법대로 하는 행동을 나치 포로 수용소의 병사를 비유한 점은 그럴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경제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스스로 편견과 미몽에서 깨어나야 하며 다른 직업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월터 블록의 충격적인 '자유시장'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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