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간신열전
최용범.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간신을 감별하지 못하면 기업도 나라도 망한다.


간신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나온 '간신'의 정의는 이렇다. 육사신(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 즉, 나라에 해로운 신하들 중의 하나로서 ‘간사한 신하’를 일컫는다. 하지만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보는 시점에 따라 혹은 같은 당파에 따라 간신이기도 하고 충신이기도 한다. 이 책 ‘간신열전’은 그런 모든 것을 예로 들며 세심하게 간신을 가려냈다. 그 중에는 정말 인간보다 못한 간신이 있었고, 역사의 패자로서 간신으로 남은 인물도 있었다. 나라와 조직이 망할 때면 간신이 득세를 한다고 한다. 비록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간신을 구별해냈지만 현대의 사회에서도 간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의 눈으로 한 사람의 참됨을 보는 눈이란 참 어려운 것이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간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거다. 그 간사함은 아무리 종이 한 장 차이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고 당파에 따라 구별이 된다하더라도 객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분명 간신임에 틀림없을 거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역사 공부가 되며 현대에서도 어떠한 기준으로 사람을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다.


책은 모두 네 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왕의 남자, 측근이 나라를 망친다.’이다. 고구려의 밀사로 백제에 들어가 뛰어난 바둑 솜씨로 개로왕의 신임을 얻어 백성들을 곤궁에 빠뜨리고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도림‘, 고려 인종 때의 권신인 김부식의 아들로 왕의 측근에서 보필하는 내시직에 있으며 권력을 남용하며 무신의 난을 불러온 내시 ’김돈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국영‘은 지나친 충신과 세도 정치 체제로 간신이 되었다. 이들 모두 왕의 측근에 있으면서 보필을 핑계 삼아 권력을 행사하고 나라를 곤혹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또 그 두 번째로 간신의 대열에 오른 인물로 ’한명회‘와 이보다 썩은 인간이 없을 정도라는 소릴 듣는 ’윤원형‘이 있다. 한명회는 나름 훈구대신의 몸으로 변방을 누비며 안보와 영토 보전에 공헌을 했음에도 권한을 위임하고 권력을 나눌 줄 모르는 권력중독자였던 점이 그를 간신으로 몰게 했다. 그런 반면 윤원형은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과 수렴청정 하는 문정왕후를 믿고 그가 저지른 일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더구나 얼마나 도가 지나쳤으면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라는 말이 나왔으며, 비가 안 내리면 ’그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했다하니 윤원형의 간신 행위야말로 그 어떤 간신에 비할 바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간신들 중에도 역사 속에서 패자로 기록 되어 불명예스럽게 간신의 반열에 오른 인물도 있다. 나름대로 개혁 정치를 폈으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간신이란 칭호를 얻은 ‘신돈’ 이순신과 합세하여 7차의 해전에서 공을 세웠으나 무신을 무시하던 당시 사회의 모순으로 비겁한 자, 겁쟁이로 몰린 ‘원균‘ 이 책에 의하면 지난 유신정권에 의해 이순신을 성웅으로 추대하면서 원균이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훑어보니 원균의 간신이란 혐의의 가장 큰 주장이 ’이순신 모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이순신을 모함한 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순신이 원균을 모함한 사실이 나오니 나로서는 무진장 헷갈리는 부분이어서 나중에라도 여기저기 원균과 이순신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부분으로 대세와 부귀영화에 목숨 바친 간신들이 나온다. 고려 공녀로 원나라에 가서 황후가 된 기왕후의 일족으로 원에 귀화하여 고려에 대해 온갖 관섭을 다한 ‘홍복원 3대’ 1905년 을사조약의 주범으로 간신 중의 간신에 손꼽히는 ‘이완용’이 있다.


간신은 실패한 리더쉽이다. 나는 이 점에 공감을 한다. 그 아무리 나름대로 개혁을 하고 정치적 거래에 능숙하였다고 근본적인 명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후세에 이렇게 간신 취급을 당하는 것은 그가 결국은 성공하지 못한 리더라는 것이다. 간신에서 충신이 되는 길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어느 만큼의 호응을 얻어 백성도 살고 나라도 사느냐에 따라 간신과 충신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물론 여태껏 보아온 역사서에는 한 번도 안 빠지고 간신이 존재했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 당파에 따라 혹은 시류에 따라 존재했던 거다. 그럼으로 누군가를 간신으로 혹은 충신으로 매도한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우리가 역사뿐 아니라 이 시대나 미래의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조금만 더 넒은 통찰력으로 살펴본다면 간신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건 거의 꿈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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