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중국의 소설가 하면 난 <위화>가 젤 먼저 떠오른다. <위화>이전에도 이후에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중국작가는 오로지 <위화>였다. 일본소설이 요즘 우리나라에 봇물 터지듯 들어오더니 이젠 중국 소설인걸까? 이름도 낯설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손에 잡기란 힘들다. 누군가의 검증된 리뷰가 없으면 말이다.

 며칠 전 친구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봤다. 그 친구가 <그들만의 정서>라고 쓴 기억이 나는데..그래서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나중에 함 챙겨봐야지 했는데..도서관에 갔더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오호~ 그날 든 무거운 가방과 집에 있는 산더미 같은 책때문에 도서관에서 당분간 책을 안 빌릴리라 장담을 했건만..난 슬쩍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러고선 이왕 한 권 빌린 것 빌려보자 하며 결국 난 세 권 다 빌렸다..딴엔 얇은 책으로만..^^;

 각설하고..

난 이 책 아주 흥미로웠다. 첫 이야기인 <처첩성군>은 공리주연의 <홍등>으로 영화화 했던 이야기란다. 그러고보니 그 붉은 등이 생각나고 공리 특유의 눈빛과 예얼을 혼내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아닌가? 영화엔 안나왔나? 긴가민가?^^;) <처첩성군>을 읽을 때까진 몰랐는데, 다음 이야기인 <이혼지침서>를 읽을 때 두 이야기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여자들에 의해 고통받는 남자 천줘첸과 양보. 그들이 사는 시대는 다르지만 급기야는 소리친다. <나는 이제 당신들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오p101><당신 정말 미쳤군. 당신들 모두 미쳤어. 나는 아직 안 미쳤는데, 당신들이 먼저 미쳤어p206>라고..이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쟝르의 소설이지만 자신의 욕심으로 저질러 놓은 일에 결국은 자신이 질려버리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표제작인 <이혼지침서>를 보면 여자들은 상종할 인간이 아니다. 아내도, 정부도.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더 급급하다. 자신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쩝쩝거리며 밥 먹는 것조차 보기 싫다는 남편에게 매달리는 아내, 날짜까지 정해주면서 그 날가지 이혼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만남은 없을거라 협박하는 정부. 결국 남편은 두 여자 모두에게 질려버린다. 나라도 질린다.

 하지만 여기에서 난.. 이 남편이 쿨하게 처음부터 여자가 있으니 너랑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면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없다>라고 하면서 아내가 협오스럽다느니, 코골며 자는 모습은 꼴사납다,겨드랑이 냄새도 싫고, 이쑤시는 동작도 싫다. 새집 같은 파마 머리도 싫고, 어쩌고 저쩌고 늘어 놓는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가까운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째서 어느 날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서 그냥 잠꼬대처럼 할 이야기이란 말인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싫어지는 이유에는 부득이한 일이 아니고선 딴 사람이 생겼기에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이다.(내 생각은 그러함 거의 80%. 괜한 흥분... - -;;) 아무튼...<처첩성군>보다 <이혼지침서>가 좀 더 재미있었는데 그 비슷한 드라마를 본 것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도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등불 세 개>는 <처첩성군>과 같은 류(역사의 해체와 재구성을 꾀한 신역사주의 소설)의 이야기지만 <등불 세 개>는 한 편의 동화 같다.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름을 얻어야만 하는 소녀의 운명과 바보인 비엔진이 나눈 짧은 우정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웃겼고, 익살스러웠지만 슬픈 결말에 가슴이 찡해졌다.

 이번에도 중국 소설이 주는 문화적 차이는 여실히 증명되었지만 우리와 다르기에 갖는 문화적 궁금증은 <위화>에 이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또 중국사람들은 말만 꺼내면 '시비'인가? 싶고..다들 왜 그렇게 소리소리 지르는지 대화체 속의 글을 읽으면서 내 귀가 다 시끄러웠다.(헉~진짜? - -;;)

 

쑤퉁의 최근작품인 '쌀'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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