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애인
가브리엘 마츠네프 지음, 조용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르는 기준이 북디자인과 글씨체라면..좀 웃기는 일이겠지만 언젠가 스폰지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남자가 여자를 혹은 여자가 남자를 처음 볼 때 가슴이니,다리니 그런 곳이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또 모든 여자들이 제일 처음 볼 때는 다들 얼굴부터 본다고. 그 이론을 책에다 결부시키고자 함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에는 거의 70%는 북디자인과 글씨체,그리고 제목이다. 그 후에 작가를 보고 책을 넘겨본다. (물론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책인 경우 그렇다) 이 책 <거짓말하는 애인>은 표지디자인도 눈에 확! 들어오지만 제목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좋았고 글씨체까지 한 몫하면서 내가 바라는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었기에 주저없이 골랐다고 봐야겠다.

 이 나이 많은 작가가(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이십대 초반의 주인공을 내세워 소설을, 그것도 연애소설을 썼다는 것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는데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로워 읽는내내 즐거운 책이었다.

 

사랑의경험에 아직 한계가 있는 스물두 살에 불과하지만, 이폴리트는 여자들이 행복한 현재에 얼마나 만족하지 못하는가를 관찰할 수있는 기회를 이미 경험했다. 같은 또래 남자들과 말을 해보면 주된 화제 - 그가 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소르본 대학의 교수들은 '회귀성화제'라고 표현하겠지만 - 가 미래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먹구름을 미리 걱정하며 행복한 현재를 망치는 여자들의 성향에 대한 것이었다.

 

첫 장부터 여자들을 다 아는듯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상상으로 인해 끊임없이 불만을 갖는 것이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라 이야기 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남자, 여자를 떠나서 아무리 이 작가가 여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라 이야기 한다해도 내가 보기엔 그건 딱히 여자들만의 공통된 특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남자들을 나는 숱하게 보았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래티시아와의 사랑이 그녀의 질투와 끝없는 트집으로 끝이 난 이폴리트에게 신비로운 여자, 엘리자베스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신비로운 그녀는 이폴리트에게 몸과 마음으로 열정과 애정을 다한다. 그러나 이폴리트는 정말 우연하게, 정말!!! 우연하게 본 엘리자베스의 일기장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그녀의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그후 이폴리트는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면서 엘리자베스의 거짓말을 추적해가는데...

 이야기의 끝은 한 편의 반전드라마 같다. 읽는내내 왜 그녀는 애인인 이폴리트에게 이렇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걸까? 그리고 이폴리트는 과연 언제쯤 그녀에게 진실을 요구하며 그녀를 버릴 것인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끝이 안 보인다. 그녀는 끝없이 거짓말해대고, 그는 끝없이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면서 분개하고 의심하고 화를 낸다. 결국엔 어떻게 되었냐고? 직접 읽어보시길...^^;

 엘리자베스의 일기를 보면 여러 책에서 나온 괜챦은 문장이나 친구들과 이야기 한 대사들 중에서 친구가 멋지게 대사를 한 부분을 마치 자기가 이야기하고 자기 생각이 그런 것처럼 적어 놓는다. 친구들과 만나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나 이폴리트가 해 준 이야기인데도 너무나 당연하게 엘리자베스 자신의 생각인 듯 적어둔 일기를 보며 이폴리트는 화를 내는데, 사실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대부분 책에서 본 좋은 글귀를 적어 두었다가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많이 써 먹는다. 조병화님의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라든가 '밤은 외로운 사람들의 어쩌고' 하면서 은근히 조병화님의 것이 아닌 내 것인 양 써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외에도 노트 한 권 빽빽하게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놓은 좋은 글귀들을 많이 써먹었었다. 심지어는 만화책에 나온 대사까지..^^;; 그럼 나도 거짓말쟁이가 되는 건가? 아무튼...

 이폴리트가 여기서 화가 나는 이유는 일기장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일기라는 것은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 질 수 있는 매개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진실인 양 거짓말들을 적어 놓았고 그러고도 모자라 그녀가 내 뱉은 모든 이야기들이 일기장에선 또 다른 이야기로 기록되어 이폴리트를 헷갈리게 했으므로 그녀의 이중적인 생활에 치가 떨렸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자들이 보면 굉장히 기분 나쁠 것이다. 아니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나처럼 소설이니까 하며 소설로만 본다면 분명 흥미롭다. 그만큼 속도감이 있고 재미도 있다. 그러니 기분이 나쁘더라도 연애하는 여자들은 읽어보면 좋겠다. 아니, 남자들도 읽어보길 바란다.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심병 생겨서 갈라지게 될지도..ㅋ^^:;;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같은 여자로서 엘리자베스를 이해는 하면서도 왜 그렇게 거짓말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감이 안 간다. 또 이폴리트 역시 속았다는 것에 동정심이 가지만 나중엔 다 알면서도 모른 척, 그 응큼한 속이 얄미웠다. 그러니...남자든 여자든..연애할 때는 솔직하게 하자. 내숭떨다가 거짓말 속에 파 묻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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