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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 / 바람구두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사람을 동경(憧憬)하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인 조이담씨는 박태원을 정말로 좋아했나보다. 물론 학생들이 연예인을 좋아라하는 것을 보면 그 정도를 이해하고도 남지만...
모두 3부로 나뉘는 이 책은 제 1장에서 경성 만보객이었던 박태원을 주인공으로 '신 박태원 전'을 선보이고 제 2장에서는 박태원이 지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소설을 저자가 읽으며 구보씨가 걸어 다닌 거리를 구보씨와 같이 걸어다니며 주석과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구보와 이상의 경성 산책이라 하고 그 당시 이상과 박태원이 걸어 다녔을 만한 곳들의 사진을 설명과 같이 실었다.
그리 푹 빠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난 우리 나라의 근대에 관심이 많다. 지금처럼 문명화 되지않은 도시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하고 과연 그런 시대의 삶도 지금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곳으로 날아가면 그 곳에서 살 수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그 시대의 삶이란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1장인데...1장을 다 읽고나서 '한위건'이나 경성에서 제일 이뻤다는 '이덕요'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박태원네와 이덕요, 한위건의 관계가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여 무한한 궁금증을 가지게 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검색해보았는데 경성 제일의 미모를 가진 덕요의 사진은 구할 수 없었지만 한위건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1장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저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즉 허구. 실존 인물을 두고 허구로 만든 이야기였던 것. 모든 이야기가 사실인 걸로 믿고 정말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와~했던 난 약간의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저자의 이야기에 홀딱 넘어갔으니 그 점만은 높이 평가할련다.
1920~30년대의 경성에도 댄스홀이 있었고, 백화점이 있었으며 호텔도 있고, 카페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그 시대에도 있었다는 사실...넓은 광화문 도로는 그 시대에도 넓다고 생각했고, 하릴없는 룸펜들은 카페를 전전했으며 그때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다들 고생을 했단다.하긴 따지고 보면 겨우 70년 80년 전이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내가 20대의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을 보면 강산만 변했지 사람의 마음은 세월이 가더라도 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성숙해질 뿐이지...
옛날이라 그런지 26살 먹은 구보씨가 한없이 늙어보이고 영감같아 보이지만 그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가 다 겪어 온 것들이고 삶이다. 앞으로 또 50년이 흐르고 100년이 흘러 서울의 거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지만 나는 미래보단 늘 과거로의 여행이 늘 흥미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조만간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읽어 볼 예정이다.
덧: 이 책에는 서비스 팩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곳으로 난 시간이 없어 훑어보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경성의 모습을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저자의 숨은 노력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