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용경식 옮김 / 청미래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안나 가발다의 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읽은 후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번에 새로 나온 장편말고 초기의 작품이 읽고 싶어 찾아보니 품절이다. 그래서 도서관까지 가서 찾아 읽었다. 단편집으로는 일본도서를 많이 읽었지만 그외의 외국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안나 가발다의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참 많이 낯설어 했다. 문체가 일본 소설같이 담백하고 톡톡 튀는 개성이 엿보이는데 일본 이름이 안 나오니 더 낯설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꼭 일본소설을 읽는 것 같은데..아니니까..

 처음 몇 작품은 약간의 지겨움으로 읽기 싫은 마음이 많았다.(다른 읽을 책이 많은데다 반납일의 압박으로 인해 읽혀지지 않는 상황) 그만 읽고 그냥 반납해버릴까 하면서도 놓지 못하고 읽다가 '휴가'에서부터 몰입하기 시작했다. 제목의 한 대목이 나오는 이 단편을 읽으면서 원서로 읽어보면 훨씬 더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단락에 나오는 '포장하지마'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문체는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하곤 또다른데 뭐랄까? 개성이 넘치고 톡톡튀는 것이 신세대답다. 나온지 제법 된 책이고 그녀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 당시 그녀 도래에 맞게 쓴 소설이라고 하겠다.

 이 책엔 열 두개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작가가 여자임에도 대부분의 화자가 아니, 주인공이 남자라는 데 있다. 또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도도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글 자체에서 차가움이 느껴지는데 난 그게 오히려 굉장히 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오늘의 진실'은 처음부터 주절주절 이것저것 떠드는데 알고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실은 한참 뒤에 나온다. 조금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일은 벌어졌는데 어떡할 것인가? 정말 끝장이다. 그는. 또 '부잣집 도련님'은 하나의 코메디다.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는 스무 살,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음만 앞선다는 것을 그 시기를 지나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리고 약간 씁쓸하고 마음아픈 이야기도 있다. '몇 년 동안'은 스물 여섯 살에 한 여자에게 실연당하고 마음 아파 하면서 지내다가 다른 여자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 낳아 잘 살고 있는데 십 여 년 만에 그에게로 전화가 온다. 그녀는 불치병이 걸려 죽게 되었으니 한번 만나자고 한다. 그러나 아...그들의 만남은... 또하나, 너무나 귀여운 남자가 나오는 '클릭-클락'에서 그가 보여주는 마지막의 미소는 나라고 해도 깜빡 넘어 갈 것 같다. 넘 귀엽다. 이 책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오펠 터치'에 나오는 소녀가 걸고 있는 "나는 사랑을 원해요"라는 광고판처럼 사랑을 원하고 있지만 그들은 쿨한 안나 가발다의 문체의 의해 전혀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원하고 있는 거다. 여자친구를, 지나간 사랑을, 나를 인정해줄 그누군가를...

 안나 가발다의 단편집은 그녀의 장편보다 재미가 덜했지만 차가운듯도 하고 감성적인 그녀의문체는 여전히 맘에 든다. 그녀가 곧 방한한다고 한다. 작가가 너무 예뻐서 그녀의 소설보다 그녀의 외모에 더 관심을 가질까 우려되지만 역시 예쁘고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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