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보다 조금 더 젊고 책에 대한 아니, 책을 많이 읽어야야하고 그 만큼 소유하고 있는 책도 많아야한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에, 철학이 뭔지도 사실 모르던 그 시절에 딴에는 이런 책 정도는 내 책꽂이에 꽂혀있어야한다는 허영심으로 구입한 책이 있었다..[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공교롭게도 두 책이 다 니체였던 것 같은데..그 책을 사서 꽂아 놓고는 느꼈던 그 뿌듯함이란..그렇다면 그 책을 읽었느냐?  처음 샀으니 두 어장 펼쳐보았는데 역시 내게 철학책은 무리였었다. 그 책들은 그렇게 십 년이 넘도록 내 책꽂이에서 나오질 못하다가 결국엔 내 손에 의하여 정리해고되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에피쿠로소가 말하는 헹복의 물질적 환상이 아니고 뭐였겠는가?..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따로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위해 산다..물론 에피쿠로소는 값비싼 물건에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물건을 사 놓고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사실은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너무나 커서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장식용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나의 지식에 대한 이해 부분이 업그레이드 된 것인가? 아님 알랭 드 보통의 글솜씨인가? 난 이 책을 펼치자마자 빠져들었다..이럴 수가..

 책 속에는 여섯 명의 철학자가 나오는데 여섯 명의 철학자들에게 듣는 위안들..로 꾸며져 있다.인기와 돈과 좌절과 존재, 상심한 마음과 곤경까지...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위안이 되어 줬는데, 특히나 좌절에 대한 위안을 토로한 세네카의 장에서는 정말 많은 위안을 받았는데 지금 나에겐 많은 위안과 용기가 필요해서인지 어떠한 일을 정하는데 있어서 머뭇거림의 순간을 좀 더 확연하게 밝혀준 것 같다. 

그대는 말하겠지.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라고. 그렇다면 그대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고,그것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이 세상에는 일어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나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났을 때 가지게 되는 그 충격과 타격을 미리 계산하고 있다면 세상 그 무엇에 두려움을 가질 것인가? 모든 것에 기대를 거는 한편으로 어떤 일이든 다 닥칠 수 있다고 예측하라고 세네카는 말한다.

 철학이란 사실..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우리의 삶 속에 다 들어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그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해가 되고, 깨닫게 되는 것일지도...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책 제목처럼 지금, 이 시간에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혹은 모든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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