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프루스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가? 없다. 가 정답이다. 난 프루스트를 모른다. 그래서 좋아할 지 말아야할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더욱 프루스트를 좋아할 수가 없다. 왜? 프루스트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난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한문장의 길이가 <표준적인 크기의 글자로 한 줄로 배열된다면 4미터가 조금 안 되며 포도주병 바닥을 17번 감을 수 있다.>라고 하니 나처럼 쉽고 짧은 간단한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그 문장 하나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포기? 아마도...그렇다면, 프루스트를 알지도 못하면서 프루스트의 글을 포기한다면, 이건 잘하는 것일까? 잘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문장의 길이에 대해 미리 알려 준 드 보통에게 책임을 떠 넘겨야 하는 것일까? 

 나의 이런무식한 결정(읽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과는 다르게  버지니아 울프는 프루스트를 찬양한다. < "프루스트는 내 자신의 표현 욕구를 너무 자극해서, 문장 하나도 쉽게 쓸 수가 없어요.'아, 내가 그렇게 쓸 수 있다면' 하고 나는 외치죠. 그리고 순간 그가 불러 일으키는 놀라운 흥분과 충만함 때문에 나도 그렇게 쓸 수 있다고 느끼고 펜을 잡게 되지만, 나는 그렇게 쓸 수 없지요." > 그녀의 심정을 읽고나니..앗! 내가 너무 성급하게 포기했나? 싶다. 아무튼 그후로 버지니아는 프루스트에게서 벗어나 [댈러웨이 부인]도 쓰고 [세월]을 쓰면서 마침내 프루스트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하는데, 그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무식한 행동이 되겠다.

 이 책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드 보통의 '프루스트 평전'같다. 아니 평전이라기보다는 서평? 비평서? 암튼. 프루스트를 알지 못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프루스트를 쉽게 접하고, 프루스트의 인생관과 프루스트의 모든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해 주었으니, 나는 역시 프루스트보다는 쉽게 설명 해 준 드 보통이 더 맘에 든다.^^

 이 책은 첫째,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서, 아홉째, 책을 치워버리는 방법까지... 프루스트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그 어려운 문장을 프루스트의 일생과 멋지게 조화시켜 나처럼 프루스트의 책을 읽을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에게( 텔레그래프가 이야기 했듯이) '내가 읽어 본 가장 재미있는 문학 비평서' 라는 말이 틀리지 않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싶은 맘이 안생긴다면 그건?

 드 보통이 이야기 한다. <프루스트에 대한 참된 경의란 그의 눈을 통해서 우리의 세계를 바라 보는 것이지, 우리의 눈을 통해서 그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닐 것이다>라고...이제 내겐 만약에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가지고 갈 의향이 생겼다. 무인도에서 그의 눈을 통해 두고 온 우리의 세계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할 생각이... 그러니 드 보통의 이 프루스트문학 비평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독서가의 마음을 일단 사로 잡았으므로 반은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프루스트의 말처럼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 위에 있다. 그것은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삶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나를 정신적 삶으로 인도하고 있는 드 보통의 철학적이고 약간의 유머러스한 책들은 앞으로도 내 애장서에서 빠지지 않는 한 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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