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를 어디서 주워들었을까? 도서관에서 찾던 책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눈에 띈 '르 클레지오'라는 이름에 '맞아, 내가 '황금물고기'를 읽을 생각이었지' 하고선 꺼내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첫 장에 시작하는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라는 문장에 혹하여 딴 책 제쳐두고 토요일 꼬박 하루동안 읽었다. 그러고서 마지막 장을 덮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난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이나 그들의 극적인 삶이 들어간 소설을 좋아한다.)

 <황금물고기>는 자신의 근본적인 존재조차 불확실한 라일라가 겪는 삶의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살아오면서 그녀가 떠돌아다니게 되는 여러 나라와 회교도들이 존재하는 사회, 집시들의 거주지 그리고 재즈의 도시를 거쳐 자신의 고향이라 생각하는 아프리카로 돌아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장소를 전전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틈만 보이면 그녀에게 덫을 놓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기만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적들도 생기고 쫓기게 되지만 그만큼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삶의 연속에서 라일라는 강한 생명력과 자유로운 몸으로 인생의 거칠고 힘든 일들을 나름대로 이겨 낸다. 그 삶의 여행은 그녀가  잃어버린 자신의 고향으로 마침내 돌아오면서 끝이 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 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르 클레지오는 하킴이 라일라에게 선물한 프란츠 파농의 <자기 땅에서 유배 당한 자들>을 통해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인종차별에 대한 메세지를 전해준다. 프랑스인이며 백인인 르 클레지오가 '밤'을 뜻하는 라일라라는 이름의 흑인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을 쓴 것은 파괴적이고 공격적이었다는 전작들에 비해 이제는 '고통스러운 인식과 저항의 몸짓보다는 통찰과 화해의 모색'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황석영과 르 클레지오의 대담 기사를 보았다. 황석영은 <황금물고기>를 읽고 자신이 쓴 <심청>과 작품의 구도와 문제의식이 아주 비슷하여 놀라워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심청과 라일라의 인생 역정이 결국 그들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과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그녀들의 표류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르 클레지오의 책은 처음이다. 처음치고는 꽤 마음에 드는 편인데 그의 초기 작품들이 더 낫다고들 하니 그의 초기 작품들을 만나봐야겠다. 사실 책을 다 읽고도 내가 르 클레지오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제대로 전해 받았는지 헷갈리지만 꽤 흥미있게 읽은 것만은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