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표지가 내 맘에 든다거나, 제목이 혹은 글씨체가 인상적이면 책을 넘겨보게 된다. 넘겨 보았을 때, 글자가 너무 크다거나 행간이 너무 넓으면 에이~하고 덮어버리지만 그래도...겉 모양이 번지르르하면 내용이야 어떻든 사게 된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지도 못하고..아! 이야기의 시작은 안다..모든 책들이 미끼용으로 적어 놓는 광고 문안이 있으니까.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책 구입 조건이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다. 서점에서 까만 바탕에 까무잡잡한 스페인 소녀의 무표정한 표정이 내 눈을 끌었고, '해외문학'이란 글자가 믿음을 주었으며, 문학상을 받았다고 적혀 있으니 더 이상 살펴보지 않았다. 다만, 열린책들의 글자체에 중독이 되어 있는 나로서는 두꺼운 양장과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한 글자체와 행간이 맘에 안들었지만...구입을? 하진 않고 미루었다가 재수좋게도 빌려 읽게 되었다.

  사설이 무척 길지만..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를 구입할 때도 그랬다. 전작들을 읽어 보았으니 아무 의심없었고 오프에서 확인하지 않고(난 검증되지 않은 책은 꼭 오프라인 서점에서 눈으로 확인을 한다) 사고서는 책을 펼쳤을 때 사실 약간 당황했었다. <공중그네>나<인더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내용이었으나 솔직히 야한 글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당황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짜릿하면서 읽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는 이 시대의 인간상을 비틀어 보여주었기에 야한 내용이 살짝 나왔으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아무튼..뭐..그걸 따지자는 것은 아니고..솔직히 이 책을 빌려 올 때도 난 스페인의 여류 소설가가 쓴 약간의 농도 짙은 성애장면이 나오는 책이지만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고, 베스트셀러였으며,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니 나름 문학적인 뭔가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여기서 잠깐!! 이 리뷰를 책좋사에 올리면서 내용이 좀 거시기해서 올려도 될까 고민하면서 책소개를 찾아봤다. 그런데..그문학상이라는 것이 알고보니 스페인에서는 나름대로 권위있는 '에로틱 문학작품상' 이라고 한다.- -;; 스페인이라면...이해가가고도 남음이다.) 그러나...아뿔싸!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작년에 영화 '나쁜 교육'을 접하면서 알모도바르라는 감독에게 푹 빠져 그의 작품을 모두 찾아 보면서 다시금 알게 된 나라인데 우리나라하고 너무나 다른 정서라서 영화를 보는내내 나는 얼이 빠졌었다. 그후로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왜 정열적인지 왜 이렇게 성에 대해 관대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이해하는 척 했는데(그럼에도 난 여전히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 대단함을 느꼈다. 언젠가 19세 전용으로 나온 <카트린의 성생활>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은 처음부터 이런 책이니 읽고 싶으면 읽어봐라 하고 선전을 했기에 각오(?)를 하고 읽었으며, 결국은 너무 적나라하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프랑스 여자에 대해 갸우뚱거리면서 읽다가 NC-17(미국영화등급:예전의 X등급) 영화처럼  어느 정도 넘기고 나서는 식상하여 대충 넘기고 만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사설이 길지만 ^^:;; 아무튼 이 책도 내가 보기엔 카트린 못지않다. 아니 어쩌면 더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찌하여 <19세 이상>이라는 심의를 안 달고 나왔는지 궁금하다. 저 표지 사진의 소녀를 보고 혹시라도 청소년이 구입을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요즘 아이들은 그 정도에는 끄떡도 안 하는가? 그렇거나 말거나 내 기준으론 우리나라도 가끔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그럼, 책 이야기를 해 볼까? 정말 별 이야기 없다. 그래도 책에 대한 리뷰는 있어야 하니 이야기 해 보겠다.(정말 사설이 길다.- -;) 이 책의 줄거리는 오빠의 친구를 사랑하는 한 소녀가 우연히 성에 눈을 뜨고(나이 차이가 12살이고 이 소녀가 성에 눈을 뜬 나이가 15살이다. 뒌장!..뭐, 스페인이니까 이해를 하자..알고보니 롤리타는 12살이었더라..우리 춘향이는 15살이던가?) 어찌어찌하여 그 오빠 친구랑 결혼을 하지만 오빠 친구인 남편의 성적 게임에 질려 별거에 들어가는데(그 사이에 나이가 조금 든다) 아이 데리고 혼자살기 힘들어진 룰루가 그 스트레스를 엉뚱하게도 성으로 풀면서 아주 위험한 순간에 빠진다. 그러나  막판에 남편과 친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빠져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 하고나니 정말 별것 없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는 늘 영화의 소재가 되고도 남아서 어디선가 꼭 본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니깐 말이다. 그런데 웬 호들갑이냐고? ^^;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다. 묘사다. 너무나 리얼하고 너무나 선정적이고 너무나 변태스러운. 그러면서도 다 읽은 나는 뭐..정말 할 말이 없지만 또 이런 날 보고 '웃기시네' 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이 책은 정말 거의 NC-17등급이다.(아, 이제 어쩌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모른다. 저 NC-17이라는 단어때문에 ^^;;)

 사실, 스페인은 알모도바르의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동성이나 여장 남자 그리고 성에 대한 이해가 우리하곤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에로티즘이 스캔들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한다. 마약이나 섹스, 성이야기 따위는 거의 문화적 현상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많이 보여준다곤 하지만 스페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뿐이다.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보면서 그걸 알았으면서도..그걸 잊어버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책을 넘긴 후에 어쩔 수 없이(정말 어쩔 수 없이?) 읽은 것은 '그래서 어쨌다는건지' 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련다. 아무튼 책이나 영화에서 내가 당황하는 부분은 항상 이런 것이다. 우연히 아무 정보도 없이 접한 책에서 너무나 적나라한 묘사가 나왔을 때..'뭐야~짱~ㄴㅏ'와  '헉! 이게 뭐야? + +' 라는 반응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라라피포>는 두 번째 경우였지만, <룰루의 사랑>은 첫 번째 반응이었으며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참 어려운 책이었다.

 문학(文學)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룰루의 사랑>은 나름대로 '에로틱'한 것을 언어로 표현해 내어 스페인에서는 권위 있는 '에로틱 문학작품상'을 받은 작품인데다 그 상을 받은 책들 중에서 유일하게 작가가 유명세를 탔고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하니 도대체!!!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기를 바란다. 단, 19세 이상이면 좋겠다.- -;; 난 문학이라는 것에 '에로틱'이 들어가는지 몰랐기에 문학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장면에서 어떤 정도의 묘사가 문학적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었는데...앞부분의 그 느끼함(?)을 넘어서면 왜 나보코프의 <롤리타>하고 <룰루의 사랑>이 그 문학이라는 것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쓸데없이 말만 많았지만 책읽기에 있어서 편식은 그다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주로 소설만 좋아하는 편이라 늘 소설 위주의 책읽기를 해 왔는데 요즘은 많이 반성하고 있고 다른 장르의 책들도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한 장르의 책에도 편견을 가지고 읽지 않는 책을 둔다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생가한다. 그래서 늘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는데...적다보니 괜히 자기합리화 시킨 것 같은..- -;;; 아무튼!!! 좋은 책을 많이 읽자는 말로 끝을 낸다. 이 책이 재미있었냐고 물으신다면...각자의 취향이라고 대답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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