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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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관한 책을 다룬 이 冊은 작가의 추억이 담겨 있다. 어린시절 누나의 책꽂이에 꽂힌 '소월시집'을 본 이후로 그에게 있어 책이란 인생이다. 그래서일까? 거의 십 년에 걸친 공간 이동이 이 책에 있음에도 얄미운 생각은 안 든다. 책이란 자고로 오래도록 읽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베스트셀러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책이 불온서적이든 십 년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읽던 베스트셀러든 지금도 그 책이 궁금하다면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남일의 이 冊안에는 그런 책들이 가득하다. 소설가인 작가의 책을 소설로 만나보지 못하고 산문집으로 먼저 알게 되어 매우 유감이지만 이렇게 또 한 사람의 우리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冊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선 작가와 책과의 인연을 다루었다.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그렇게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헌책방에서 찾은 조세희의 '난장이' 시리즈를 구해 읽었던 그 즐거움과 원고지에서 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타자기를 거쳐 워드 프로세서로 이제는 컴퓨터로 쓰게 된 과정이야말로 글쓰기 도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2부에선 이제는 사라진 불온 서적에 대한 이야기다. 마르크스 평전이 아무렇지도 않게 출간되는 요즘에 불온 서적이라는 말조차 낯설게 느껴지지만 작가의 청년시절(이러고보니 작가가 꼭 할아버지 같지만..이해 하시라~!)을 생각해본다면 그 시대에 김지하를 읽고, 김산을 알고 '시뻘건'  무크지 '실천문학'을 읽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 지 알고도 남음이다.

 3부에서 작가는 '쓸데없이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쓴다고 하는 사람들이 써 낸 책에 관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김남일은 '쓸데없이'라는 말을 사용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쓸데없는 책들이 나에겐 많은 도움을 준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두 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 남이 읽은 책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것은 나뿐 아니라 책읽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고로 그가 추천하는 바오 닌의 '전쟁의슬픔'에서부터 레이 황의 '1587 만력 15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 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하며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  에드워드 사이드의 '자서전',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과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라다크 '오래된 미래'까지 나의 리스트를 꽉꽉 채워주었다.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의 슬픔을 달래는 방법을 두고 작가는 자신이라면 도저히 그렇게 못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김남일 역시 이덕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시효가 지난 책들을 세상에 내 놓으면서도 어쩌랴! 하고 이해를 바라는 그의 느긋함이란...평생 딱 세 권의 산문집을 내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이 책이 그 바람의 토대가 확실히 되어 '산'과 '길'에 대한 책을 세상에 내 놓을 그 날을 기다린다. 느긋한 그의 심성으로 보아 꼭 그의 바람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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