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화성의 인류학자]를 읽고 관심이 있어 찾아 본 책이다. 앞서 읽은 책보다 더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만 그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뇌신경이라는 부분에 대해 아니, 이 책에 대해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주위에서 가끔이라도 보는 특이한 사람들에 대해 좀 더 따뜻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내 어릴 때 외가 옆집에 우리가 말하는 '바보'라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놀린 적은 없었던 걸로 보아 장사를 하는 그의 집이 어느 정도 잘 살았기에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항상 창가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던 그 남자는 당시 우리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 모든 것이 외모에서 비롯 된 것이지만...

 그래서인지 21장에 나오는 시인 레베카의 이야기는 많은 사례들 중에서도 내겐 참 감동적이었다. 열 아홉이나 먹은 여자인데 행동은 어린아이였던 레베카. 외모나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 당하며 살아왔지만 레베카는 따뜻하고 정열적인 여자였다. 레베카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우둔한 여자애' '바보' '굼벵이'라 사람들이 불렀지만 레베카는 멋진 시적인 재능을 갖춘 저능아였다. 할머니가 정성으로 읽어 준 모든 이야기들과 시들을 레베카는 머리 속에 다 기억하고 있었으며 자연의 경치를 보며 그것을 즐길 줄 알고 표현 해 낼  슈 있는 그런 여자였다. 그런 것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결함 저 너머에 있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외모에서 보이는 인상으로 그들을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엄청난 오류인가? 다들 긴 병엔 장사가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난 레베카의 이야기를 읽고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뭔가 이상하고 튀는 행동을 하는 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보아주고 그들이 그 세계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사랑'이 있다면 평생이 걸릴지라도  '기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지금도 고향 그 집 앞엔 그 남자가 의자에 앉아 창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하게 쳐다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검은 머리가 이젠 하얀 머리로 바뀐 채...이제 난 그 남자를 보아도 무서워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대신에 따뜻하게 웃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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