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2 밀리언셀러 클럽 5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내게 공포소설의 맛을 알게 해 준 작가. 귀신이나 유령따위가 나오지 않고도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끼게 해줬다. 고개 돌려 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에 소름이 끼치지만 한번 그 맛에 빠져들면 쉽게 나올 수가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엔 휴대폰을 들고 왔다. 문명의 이기利器, 우리 나라 인구 4849만 명 중 4000만 명이 가지고 있다는 휴대폰. <셀>을 읽어보면 그야말로 우린 보이지 않는 무서운 무기를 품에 안고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도심의 한가로운 공원, 자유롭고 평화로운 그곳에도 휴대폰의 막강한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없다.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애완견과 산책을 하면서도 휴대폰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찰나, 정말 순식간에 한가로운 공원은 공포의 도가니가 된다. 왜? 모른다. 다만 그 상황이 영화처럼 파노라마를 그리며 지나간다. 죽이고 물어 뜯고, 폭발하고 터지고 달려들고...영화로 만들면 시작부터 대단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공포가 지나야 이유가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 그 한가로운 공원과 도시를 공포로 만든 사람은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이었다.

 난 사실 '좀비'가 나오는 책은 싫어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조지 로메르의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도 봤고, 코믹한 '좀비'영화도 봤지만 살아 있으되 산 것이 아닌 죽은 것들의 모습은 너무나 끔찍하다. <셀>에선 '좀비'는 '좀비'지만 우리가 늘 보아온 '죽은 좀비'는 아니다. '산좀비'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과 공포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어두운 밤 혼자서 책읽고 자다가 꿈속에서 '산좀비'들을 피해 밤새 도망다닐까봐 혹은 그것들에게 목이 물려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는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잘 수도 없었다.(사실 피흘리며 내가 죽는 꿈은 아주 좋은 꿈이지만.^^;;) 밤을 하얗게 새우며 책 두 권을 떼고 곰곰히 생각을 했다. 갈수록 발전해가는 이 문명에서 휴대폰을 이용한 테러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세상엔 천재도 많고 정신 나간 인간도 많으니 소설이지만 가능성은 있다. 더구나 이 책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다들 전파로 인해 정신이 돌아버린 살아있는 인간들이 아닌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야...뭐 그렇다고 내가 당장 휴대폰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우리가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 것은 아직 이십 년도 안 되었다. 이십 년 전만 해도 각자 전화기 한 대씩 들고 다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정보통신에 관심 많은 일부 과학자들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휴대폰 보급율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이 세상에 휴대폰으로 인한 불상사가 생기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스티븐 킹 자신이 휴대폰 혐오자라고 지난 번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인간이 휴대폰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이 인간을 소유하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외출 시에 잊고 나간 휴대폰때문에 괜히 마음 졸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내가 휴대폰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휴대폰이 나를 소유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간만에 읽은 스티븐 킹의 소설은 여전히 그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더구나 이 책 <셀>은 영화화하여 늦어도 2008년엔 우리에게 선을 보인다 하니...소설로 읽은 그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어떻게 만들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과연 내가 끔찍한 그것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헉! 휴대폰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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