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트
가쿠다 미츠요 지음, 양수현 옮김, 마쓰오 다이코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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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다' 라는 말은 어떨 때 쓰는 말일까? 사전에 찾아보면 '욕심이 없고 깨끗함'을 뜻하기도 하고 음식을 두고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을 담백하다라고 한다. 하지만 난 가쿠타 미쓰요의 <프레젠트>를 읽으면서 내내 '담백하다'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희한하게도 가쿠다 미쓰요의 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읽은 책은 <프레젠트>가 처음이니 그 '단백함'이 내게 썩 괜찮은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해 주었다고나 할까. 가쿠다 미쓰요의 책이 내 수중에 아직 여러 권 남아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까지 하다.   

 12월, 선물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달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라서, 연말이라서 인사하고 인사 받느라 선물 장만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내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다! 할 만한 선물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난 부모님이 정해 준 이름도 맘에 안 들고, 기억에 남을만한 책가방도 없었으며 첫키스의 추억은 가물가물이다. 남자친구들의 선물도, 결혼식의 기억도 없으니 그 예쁜 아이의 선물도 없다. 어쩜 이런 인생이 다 있나 싶지만 낙심하진 않는다. 아직도 내게 기억에 남을 선물을 받을 기회란 수 없이 많을 테니까 말이다. 

 가쿠다 미쓰요의 <프레젠트>에는 12가지의 선물이 나온다. 선물 하나하나 풀어 헤칠 때마다 가슴이 짠하고 마음이 벅찬다.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툴툴거리다가 자신의 아이를 낳으러 가는 순간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하루꼬. 재혼한 엄마가 보내 준 어릴 때 할머니가 사 준 책가방을 보면서 지난 추억을 생각하는 나, 생일날 받은 료코의 너무나 멋진 첫키스, 혼자 자취하게 된 나를 위해 엄마가 사 준 냄비 세트.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베일, 기억, 요리, 눈물, 곰인형. 선물 하나마다 담겨 있는 마음들에 난 마치 내가 받은 선물인양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곰인형>이 나온 선물은 마지막에 눈물이 주르륵~흘렀다. 그렇게 멋진 선물이 존재한다니... 그런 선물을 기획한 마모루와 하쓰코 아니,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 둔 남녀에게 꼭 권하고 싶은 기획이었다.(물론 결혼한다면 나도 그러고 싶고...^^;)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 가쿠다 미쓰요는 이 질문을 받고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지만 생각해보면 선물이란 그런 것 같다. 상대방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부터 그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다. 그 선물이 크든 작든, 비싸든 싸든 간에 주겠다는 사람의 마음이 제일 소중한 것이고 고마운 것이리라. 그러니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겐 많은 선물들이 떠 오른다. 사랑이 내게 준 아름다운 기억의 선물, 동생들이 준 믿음의 선물, 변함없는 마음으로 날 대해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의 선물, 친구들의 우정의선물.

 그리고 한 해가 끝나는 이 무렵, 이 아름다운 책을 읽게 되어 난 참 행운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이냐고...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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