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동화 -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17가지의 허브들의 유쾌한 이야기다. 언젠가 꽃들의 유래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꽃들에겐 그 유래에 맞게 꽃말이란 게 있어 그 사연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가슴 짠한 이야기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여기 나온 허브들의 이야기엔 익살과 위트가 있다. 읽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럼 어떤 허브들이 날 그렇게 유쾌하게 만들었는지 알아보자.

 내가 재미있어 한 이야기는 <서양자초>에 대한 것이다. 물론 나는 여자다. 고로 남편 길들이는 법에 관심이 제일 많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 '신이 여자를 만들고 나서~'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깔깔거리게 만든다. 특히 신이 손가락 한 번 톡 튀기자 약초가 나타나고, 또 한 번 튀기자 어디에서난 찾을 수 있는 약초가 되고 쓰는 용도를 알더니 신부가 결혼식 전날 밤 약초 아줌마를 찾아가는 풍습까지 생겼다고 한다.(오! 이럴수가) 근데 더 웃기는 것은 그 아줌마를 찾아 간 신부의 태도다.

"아주머니, 저는 그 사람과 곧 결혼을 할 생각인데요...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알아, 알아."
"이리 와 앉아서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그럼 내 알아서 약초를 처방해줄 테니. 그러니까 신랑될 사람이 술집에 간단 말이지?"
"녜"
"가면 아주 늦게 오는데 입에서 악취가 풍기지?"
"네, 그 사람을 아세요?"
"조용, 난 남자라면 다 알아. 그러고는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해대지?"
"만날 그러는 건 아니지만......네."
"집에 있을 땐 오로지 처녀한테 비비댈 생각밖에 없지?"
"네, 그런데 그게......"
"성을 잘 내고 입에 닿는 것만 먹지?"
"아뇨,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데......녜"
"정말 그 남자를 사랑하나?"
"그게, 지금 제가 대답을 하다 보니 그런지 안 그런지 헷갈리지만......네, 사랑해요."

이 얼마나 익살스러운 이야기인지...아무튼 그리하여 그 처녀는 약초를 얻어 남편에게 사용을 했 다나? 그러면서 마지막에 약초아줌마는 덧 붙인다. 요즘도 여자들 속 썩이는 남자들에게 사용해 보라고...

 이런 이야기도 있다. <타라곤>이라는 약초에 대한 이야기인데...짧은 다리를 가진 용의 딸꾹질을 멈추게 해 준 약초라고 한다. 내가 용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세상에 용들은 다 다리가 짧지 않은가? 그렇다치고 원래 용들이 채식주의자였다는 상상은 너무나 재미있다. 그 용들이 덩치 값도 못한다는 사람들의 놀림에 처녀들을 제물로 받았다는 이야기에선 꺄르륵 웃음이 나왔다. 또 사랑의 꽃이라 불리는 <한련화>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감동적이기도 하다. 공주에게 반한 청년이 공주가 내세운 결혼 조건인 '사랑의 꽃'을 찾기 위해 세상을 헤매다가 페루에서 드디어 그 꽃을 찾아 가지고 오는 동안에 '사랑의 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다 보니 결국엔 빈 손으로 오게 되었는데 공주의 시종이 묻는다 "꽃은 어디 있느냐?" 과연 청년은 무엇이라 대답했을까?(궁금하면 읽어보시라~^^)

 그외에도 여러가지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라벤더>는 걸핏하면 픽!하고 기절하는 왕에게 그 효능을 보여주고 <민들레>와 요정 알라운이 만나는 장면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란 노래까지 등장한다.(놀라워라~) <서양쐐기풀>로 부자 농부의 딸 차지한 가난뱅이 왕자. 또 <라일락>이 일으킨 기적으로 공주를 차지하게 된 목동. 이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나 신비롭고 놀라워서 세상의 허브란 허브는 몽땅 가져다가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더구나 이야기의 방식이 여느 동화들과 다르게 유쾌하고 즐거워 다 읽어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이니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이야기 해 달라고 조르는 조카들에게 두고두고 써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초>로 쌈 싸 먹을땐 '안젤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바질>이 뿌려진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왕들의 만찬'에 대한 이야기를, <페파민트>차를 마시면서는 '차 한 잔에 담긴 행운'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정말 인기있는 고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나의 기억력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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