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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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월급을 받고 있으니 백수는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닌 모호한 경계선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날들이다. 자격증 시험 접수로 인해 증명사진이 필요했던 '나'는 폰 사진첩을 뒤척거리다 추억으로부터 소환당했다. 기억이라는 녀석은 남은 인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시키는지 몰라도 지나간 추억은 아름답고 애틋하다. 작가보다는 셰프라는 명칭이 더 친근한 박찬일 저자의 <밥 먹다가, 울컥> 작품이 출간되었다. 나는 보통, 평범한 사람이 되길 추구하지만 스토리텔링이 혹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저자는 이야기보따리가 많은 사람이다. 서사마저 정겨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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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총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인생이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움 그리고 그들이 즐겨먹던 음식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저자의 친구는 조선족을 아내로 맞이하였지만 이내 아내는 도망갔다. 친구는 도망간 아내를 찾으러 전국을 돌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트럭에 치이고 만다. 짜장면을 안주로 술을 마시면 살아생전 짜장면을 안주 삼아 술을 먹던 그 친구가 떠올라 한마디 건넨다. "잘 살고 있냐. 거긴 소주 있냐. " (P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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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인생의 소금 안주, 인생의 짠맛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노동의 후과를 겪고 있는 동대문 백반집 여사장님을 비롯하여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맡고 있던 이모는 적자로 인해 가계가 폐업하자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직금과 임금을 받지 못한다. 다른 이는 고생 끝에 빵집 일급 기술자가 되었지만 프랜차이즈에 밀려 직종을 바꾸게 된다. 3부에서는 슬픔과 가난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시절에 지인들과 먹었던 음식들을 소환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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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재건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차마 입에 올리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저자를 거쳐간 사람들의 추억과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들이 모여 저자를 더욱더 굳건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삶의 권태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참고로 저는 꼬마 김밥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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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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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작품에 이어 세계사에서 박완서 두 번째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작품을 출간하였다. 두 작품 모두 서평단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신간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작품에다 미발표 원고를 더하였다. 이해인 수녀님은 "작가는 우리 곁에 없지만 변함없이 마음을 덥혀 주는 그의 진솔한 문장을 통해 우리는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꿈을 군다."라는 감상을 남겼는데, 동의하는 부분이다. 나는 작가님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만날 때마다 꾸미는 바 없이 진솔되고 따뜻하며 사람 냄새를 맡았다. 작가님을 수식하는 많은 키워드 중 하나는 단언컨대 '겸양의 모습'이다. 겸양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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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작을 쓸 위인이 못된다. 요즈음 출간한 내 장편 소설 광고에 대하소설이란 문구가 들어가 있는 걸 보고 그 과장됨이 못내 쑥스러웠다. 어디 길다고 대하소설인가. 나는 역사의 장강을 꿰뚫어 보거나 관조할 만한 역량이 모자라고, 다만 그 장강의 한줄기가 내 개인사를 어떻게 할퀴고 지나갔나를 진술하는데 급급했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그런 의미로 나는 철두 철미한 소설가일 뿐 대설가가 아니다" 57쪽, [내가 걸어온 길] 발문에서

다음 키워드로는 '글맛'이다. 같은 레시피로 조리하여도 맛이 다르듯, 누구나 조합할 수 있는 활자로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흥 언제 적 내가 글 써먹고 살았나" (p248) 구수한 맛을 내다 "어머머, 그까짓 걸 좀 덜먹지, 수입을 해. 주식도 아니고 그까짓 거 좀 덜먹는다고 죽나."(P336) 감칠맛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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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애(愛)의 종류에는 크게 부부, 자식, 형제 자신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1988년 남편과 사별하고 얼마 안 있어 오 남매 중 외아들을 잃는 참척을 겪는다. 자식을 위해 희생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식과 멀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채 자신에게 남겨진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 혼자 살고 싶지만 '안 외로우면 바보' (p59) 외로움과 직면하는 모습은 보통의 우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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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가족과의 이별, 유년 시절의 작가의 삶, 생명이 소멸에 이르기까지 삶을 반추한다. 2부에서는 치사하고도 영원한 문제인 남녀 문제, 참는 어른, 나이테, 생애 빈곤 곡선 등 삶의 애달픈 실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고향의 향수, 부모에 대한 깊은 애정의 이야기들이 압축되어 있다. 그녀는 너무 과묵하지 않는 이야기 꾼이 되고 싶다. 말하는데, 그녀의 바램은 이루어졌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무한으로 베푸는 방법들을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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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ㅣ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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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드라마보다는 서정적이고 소소한 드라마가 마음에 깊은 여운과 울림을 주듯이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작품은 역동적이거나 강렬한 서사가 아닌 따뜻한 서사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콕콕 박힌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위기 혹은 막다른 골목 귀퉁이에 서있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부 사람들이 어려움을 함께 돌보아 줄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기도 한다. 올해 내 나이가 서른 후반부다. 청춘의 여린 감정선을 건드리는 문장들로 인해 서른 후반부의 읽기보다는 이제 사회에 막 진입한 20대 초중반 연령대 혹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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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만난 봉수와 영미는 보호 종료가 되자 사회에 나와 가정을 이루며 딸 윤이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트럭으로 야채를 팔며 근신이 생계를 유지하였고, 설상가상으로 봉수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병원으로부터 듣게 된다. 봉수는 영미가 가고 싶어 하는 두 면은 바다이고, 두 면은 도시인 언덕 끝에 있는 마을 '메리골드'로 가족을 데리고 여행길에 오른다. 배가 고픈 와중에 눈에 보이는 분식집 들어간 이들은 낯선 도시에 만난 낯선 이가 이유 없이 주는 김밥을 얼결에 먹게 된다. 낯선 이는 마음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해인이었고, 이곳에서 봉수 가족들은 미래 사진을 찍게 된다. 미래의 사진에는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윤이 퉁퉁 붇고 멍든 눈으로 '절벽으로 떨어진 신원 미상의 세 가족이 아이만 살아남고, 부모 끝내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이 적혀있는 기사를 보고 있다.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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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취급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짝사랑하고 있다. 부당한 일들을 부당하다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다. 친구 이서가 아름답다고 했던 메리골드로 향하게 된 수현은 마을에 내리자마자 ' 마음 사진관'이라는 간판을 마주한 뒤, 주인장인 해인으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게 된다. 몇 년째 승진 누락이 된 우철은 다음 달 승진 대상을 앞두고 있어 힘들 테고, 딸 민희는 입시를 앞두고 한창 예민해져 있고, 딸 민영이는 사춘기라 외모에 민감하다. 엄마 이자 아내 상미는 누가 이해해 줄까?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던 상미는 서희 엄마의 제안으로 함게 메리골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새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범준, 집에서 수년째 놀고 있다. 어느 날 청년 도시 교류 처럼 프로그램에 합격 문자를 받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마음 사진관을 통해 우연을 운명으로 만드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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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술술 익히지만 절대 가볍지 않는 내용들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진통이 따르게 되고, 고통 속에 머물지 않을 때에 행운도 뒤따른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 번 더 상기 시켜주었다. " 별이 빛나는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겠지,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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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지의 두 여자
강영숙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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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마다 문학 수상하는 작품들을 놓치지 않고 대체로 잘 챙겨 보는 편이다. 한 시대의 사회상 밖에 경험하지 못하지만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윤리"가 문학에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실을 계속해서 붙들고 사는 이유는 어떤 이념보다는 개인의 욕망의 앞서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이기 때문이다. 수상 작품집 책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눈길이 닿는 부분은 수상 작가의 이름이다.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영숙 저자의 <분지의 두 여자> 작품이 출간되었다. 가독성은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이 구슬퍼지므로 책장을 덮고 열었다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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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생활 쓰레기를 담아 내놓는 종량제 봉투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는 오민준은 작업 도중 바구니 안에 담겨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곧장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아 병원에 데려간다. 문득 자신의 한 일에 겁을 먹고 아기를 병원에 두고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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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을 파는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오',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진 뒤 영업에 타격이 오자 실업자가 되었다. 설상가상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 김애자에게 모아둔 돈을 도둑맞으며 빈털터리가 되었고, 살 곳을 잃었다. 초등학교 친구는 그녀를 찾아와 큰돈을 벌 수 있는 B 클리닉을 소개한다. 대리모 적합 판정을 받은 샤오는 정자와 난자를 이식받는다. 34주로 접어든 그녀에게 하혈과 복통이 찾아온다. 샤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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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은 딸 윤재는 저수지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이후 가족의 삶은 피폐해지고 진영은 그토록 원했던 교수직을 포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영은 지인을 통해 B 클리닉을 알게 되고, B 클리닉에 있을 동안만큼은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진영은 이곳에서 돈을 받지 않고 대신 아이를 낳아주는 봉사자를 자처한다. 임신 후 안정기가 지날 무렵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된다. 진영은 배속에 아이를 보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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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명의 시대지만 길거리에 아기를 유기한 채 발견되는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아기를 출산할 때 주는 혜택도 저 출산 방법 중 고려해야 상황이지만 버려진 아이들이 순탄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호해 줘야 하지 않을까. 불임부부가 많아지고 과학 기술의 발전의 속도는 빨라지고 언젠가는 화두가 될 것 같은 "대리모",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리모로부터 출생한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대리모 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등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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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최규승.이석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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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었던 나는 거주지를 이전한 뒤 직장과 잠시 작별을 한 상태이다. 남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이지만 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소속감을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기가 어색했다. 어느 늦은 오후 SNS을 하다 문득 나의 눈에 포착된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어쩌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최규승과 이석구 두 저자의 협업 작품이다. 들어가기 앞서 두 분의 저자가 만나게 된 배경과 이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여자의 행성지를 바쁘게 따라다니지만 수신을 확신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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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문밖에는 여자를 기다리는 고양이)는 '여자와 여자가 나간다 문이 있다 문이 닫힌다. 여자와 여자가 서있다. 문밖,' ' 여자는 밤이면 고양이가 된다.' 처럼 삶의 뒷면을 엿보게 한다. 2부 (순환 버스를 타고 내리는 풍경)은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이고 눈 감으나 뜨나 보이지 않는 여자는 빛없는 세상을 그린다' 와 같이 바깥에 있는 '나'와 안에 있는 '나'가 상충하는 모습들을 담은 시들이 이어진다. 3부 (꿈꾸면 깰 꿈꿈 깨면 꿀꿈)은 ' 당신이 그린 당신은 또 당신을 그리고 있군요 당신은 그림 속에도 있고 아무 데나 있고 어디에도 있어요 그림 속 당신이 그린 당신은 속이 비어 있어요 당신이 없는 곳에 이제 당신 속 밖에 없어요 당신 속에는 당신이 없고 어느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와 같이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돌아서기도 하고,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가까워지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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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에서 고양이를 여자의 또 다른 '자아'로 표현된다. 인간의 삶의 길모퉁이에서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나는 시들을 읽어나갈수록 쓸쓸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나 빈 곳을 채워주려는 저자의 봄 같은 언어로 인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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