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나의 얼굴을 - 제2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임수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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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아르떼 문학상 수상작으로는 임수지 저자의 <잠든 나의 얼굴을> 작품이 선정되었다. 20대인 화자가 거쳐 지나온 삶의 과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담담한 문체가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작품의 내용은 한때 임시 일원이었던 나진은 10여 년 만에 고모의 부탁으로 인해 할머니를 돌보러 광주로 향한다. 과거에 나진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할머니 집에 들어가 살았다. 집안의 유일한 딸인 고모는 나진에게 큰 관심이 없었지만 나진은 고모를 미워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간호하게 된 나진은 할머니의 식사를 챙겨주며 집안일을 하며 이곳에서 살았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한다. 열 살이었던 나진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집의 규칙,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다. 나진은 엄마가 자신을 데려가지 않자 자신을 기르지 않는 엄마가 과연 엄마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나진은 절친 경은과 붙어 다니며 학창 시절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낸다. 나진은 고모가 약속한 날에서 점점 길어지고 발신이 정지되었다는 안내 음성에 괜스레 불안에 빠진다.

같은 장소라도 어린 시절에 보는 것과 나이가 들어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혼자 있을 때도 소리 내서 울지 못한 나진이 성인이 된 이후 어린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감정과 생각들을 담담히 풀어나가며 내 안에 어린 나와 화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성장하였음을 알린다.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방안에 물리적으로 납작해있던 나진은 성인이 되어서도 1인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삶은 상도 벌도 아니야. 삶은 그저 삶."(P280) 말하며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로가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곁을 주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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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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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위함이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김유정 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이주란 저자의 [겨울 정원]이었다. 사실 올해 수장작품 중 김연수 저자님을 빼놓고는 처음 뵙는 분들이어서 기대와 걱정 양가감정이 모두 들었다.

나이를 계절에 비유하듯 수상작 [겨울 정원]의 주인공은 예순 살 혜숙이 딸 미래와 살림을 합친 후 살아가는 일상을 다룬다. 혜숙은 느지막이 찾아온 늦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별일 없이 지나가는 잔잔한 일상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마음이 구슬퍼진다. 미래는 혜숙에게 엄마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혜숙의 삶의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절대로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타인이 들여다보는 나의 인생과 내가 살고 있는 진짜 나의 인생의 온도 차이는 늘 다르다.

인간이 진정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불행일까? 아니면 변화일까ㅣ? 김성중 저자의 <새로운 남편>은 결혼생활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문제적 남편을 치우고 실제 남편과 똑같은 외형과 목소리를 가진 '유령 신랑'을 배치한다. 이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준 그룹과 새로운 남편을 원래 남편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버린 그룹이 존재한다. 상담자였던 '나'는 유령 신랑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명선 씨가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는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 마음이 놓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서장원 저자의 <히데오>였다. 한국인인 어머니와 일본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히데오는 어린 시절 외모로 인해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부모님 이혼 후 히데오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이주하였다. 이주를 한 뒤에도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과거로 인해 한국인이 일본인을 협오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대학교 연극원 강의 실에서 마주하게 된 '나'는 히데오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나'가 쓴 희곡의 배우로 히데오가 캐스팅되면서 이들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나'는 히데오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영도와 연애를 하면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히데오가 성장기의 상처를 승화시키는 과정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밖에도 자신의 첫 소설에 썼던 인물을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김연수의 <조금 뒤의 세계>의 서사는 촘촘했고, 최예솔의 <그동안의 정의>는 '나'는 죽은 오빠의 아들 현수를 우연히 떠맡게 되면서 오빠와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수상작품집 내용도 하나같이 좋았고, 심플한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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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김나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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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체가 되어가는 삶과 주체가 되지 못한 삶의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인생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반드시 탈이 나고야 많다. 김나현 저자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일어나 >작품에서는 나을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아무 역으로 캐스팅된 나을은 자신을 겨냥한 학폭 폭력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윤대표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해결하기 위해 나을로 부터 1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듣기 시작한다. 10여 년 전 앵두는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돌아가신 뒤 부모가 의사인 아이만 마주치면 맹목적으로 괴롭혀 왔는데 아버지가 의사였던 나을은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시우가 전학 온 뒤 앵두의 표적은 시우로 옮겨갔다. 시우와 시우 엄마 한주는 바쁜 나을 엄마를 대신하여 나을을 돌보아주며 이들은 가까워진다. 앵두에 괴롭힘에 나을은 시원한 복수를 하였지만 앵두의 거짓말로 범인은 나을이 아닌 시우가 지목되었고, 나을은 진신을 밝힐 용기가 나지 않는다. 윤대표를 통해 나을 이야기를 전해 들은 윤희재 감독은 나을에게 한주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내용과 자신의 쓴 시나리오와 겹친다는 이유로 시우란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얼마 후 이들은 시우가 일하는 전통시장에서 시우를 만나게 되고, 시우와 나을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뻗어나간다.

시우는 시치미를 떼며 누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부모를 없는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기 바쁘고, 소영은 자신이 나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슬퍼하던 중 우연히 본 시나리오의 허상의 인물처럼 강해지고 싶어 허상의 인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영은 하영과 같은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가 되어 점점 자신을 의지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일들을 저지른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낸 사람은 나을이었는데, 나을이 이렇게 건강한 신념을 가지게 된 배경을 찾아보는 것도 작품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개인 SNS가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본 모습이 잃어가는 줄 모르고 자신이 아름답거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들을 게시하기 바쁘데, 과연 진짜 우리는 행복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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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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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41주 아마존 27주 베스트셀러인 리즈 무어의 <숲의 신>작품이다. 약 7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진범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독자들을 붙들어 놓는 매력이 있어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단순히 제목만 보았을 때 공포물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품 내용은 범죄소설이었다.

에머슨 캠프에 참여한 반라 부부의 딸 바버라반라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캠프에서는 캠프 관계자 및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바버라를 찾는 수색이 시작되었다. 10여 년 전 같은 숲에서 바버라의 오빠 베어가 실종되는 일이 있었기에 경찰이었던 주디는 주변부를 수사하며 두 사건을 동시에 들여다본다. 캠프 내 관리자였던 루이즈는 약물 소지 혐의와 바버라 반라의 실종과 관련하여 주시하는 대상이 되어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주디는 캠프 참가자인 크리스토퍼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저자는 가문의 안위를 위해서 혹은 재산의 안위를 위해서 생계수단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욕망에 흔들리며 범을 우하는 인간의 모습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실종된 아이를 찾아주려는 주민들을 일꾼으로 끌어내리거나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위협받는 상황과, 여성 협오적인 시각들과 언어를 보여주며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알린다. 등장인물들도 다양하고,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문득 나는 안전하지를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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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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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젊은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젊은 청춘의 시절을 보내는 방법은 제각각이겠지만 나의 젊은 청춘의 시절은 한 마리의 일벌레 같았다. 무료한 삶 속에서 종종 한국을 떠나 유학 생활을 하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낯가리고,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 서식지를 떠난다는 건 목숨과 맞바꿀만한 용기가 필요했다.

임희재 저자의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작품은 나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저자가 스물두 살 파리로 유학을 떠나 14년의 유학 생활을 통해 '지금의 나'를 만든 일화들이 실려있다. 한국 사회의 유교적 사고방식이 세뇌되어 있던 저자에게 유럽의 문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들의 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임으로써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진다. 나라마다 형성된 사회 문화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나 역시도 유교적 사회에서 형성된 예(禮)와 인(仁)을 중시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즐겁고, 그녀의 남자친구도 그녀를 웃게 하지만 긴 유학 생활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힘들어하는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마다 많은 이웃, 이민자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건 '다정함'이라는 것을 배우고, 사소한 말이 온기와 행복을 전한다고 믿게 된다. 유학에서 만난 다정한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딘가로 떠날 용기가 생겨 난다.

그녀에게 파리와 쾰른에서 겪은 경험은 단단한 인생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나는 오랜만에 인류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며 나의 언어에는 온기가 얼마큼 묻어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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