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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작품에 이어 세계사에서 박완서 두 번째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작품을 출간하였다. 두 작품 모두 서평단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신간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작품에다 미발표 원고를 더하였다. 이해인 수녀님은 "작가는 우리 곁에 없지만 변함없이 마음을 덥혀 주는 그의 진솔한 문장을 통해 우리는 다시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꿈을 군다."라는 감상을 남겼는데, 동의하는 부분이다. 나는 작가님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만나지는 못하였지만 만날 때마다 꾸미는 바 없이 진솔되고 따뜻하며 사람 냄새를 맡았다. 작가님을 수식하는 많은 키워드 중 하나는 단언컨대 '겸양의 모습'이다. 겸양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나는 대작을 쓸 위인이 못된다. 요즈음 출간한 내 장편 소설 광고에 대하소설이란 문구가 들어가 있는 걸 보고 그 과장됨이 못내 쑥스러웠다. 어디 길다고 대하소설인가. 나는 역사의 장강을 꿰뚫어 보거나 관조할 만한 역량이 모자라고, 다만 그 장강의 한줄기가 내 개인사를 어떻게 할퀴고 지나갔나를 진술하는데 급급했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그런 의미로 나는 철두 철미한 소설가일 뿐 대설가가 아니다" 57쪽, [내가 걸어온 길] 발문에서
다음 키워드로는 '글맛'이다. 같은 레시피로 조리하여도 맛이 다르듯, 누구나 조합할 수 있는 활자로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흥 언제 적 내가 글 써먹고 살았나" (p248) 구수한 맛을 내다 "어머머, 그까짓 걸 좀 덜먹지, 수입을 해. 주식도 아니고 그까짓 거 좀 덜먹는다고 죽나."(P336) 감칠맛도 낸다.
사랑 애(愛)의 종류에는 크게 부부, 자식, 형제 자신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1988년 남편과 사별하고 얼마 안 있어 오 남매 중 외아들을 잃는 참척을 겪는다. 자식을 위해 희생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식과 멀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채 자신에게 남겨진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 혼자 살고 싶지만 '안 외로우면 바보' (p59) 외로움과 직면하는 모습은 보통의 우리들이었다.
1부에서는 가족과의 이별, 유년 시절의 작가의 삶, 생명이 소멸에 이르기까지 삶을 반추한다. 2부에서는 치사하고도 영원한 문제인 남녀 문제, 참는 어른, 나이테, 생애 빈곤 곡선 등 삶의 애달픈 실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고향의 향수, 부모에 대한 깊은 애정의 이야기들이 압축되어 있다. 그녀는 너무 과묵하지 않는 이야기 꾼이 되고 싶다. 말하는데, 그녀의 바램은 이루어졌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사랑을 무한으로 베푸는 방법들을 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