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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최규승.이석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3년 11월
평점 :

직장인이었던 나는 거주지를 이전한 뒤 직장과 잠시 작별을 한 상태이다. 남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대상이지만 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소속감을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기가 어색했다. 어느 늦은 오후 SNS을 하다 문득 나의 눈에 포착된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어쩌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잘 맞아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최규승과 이석구 두 저자의 협업 작품이다. 들어가기 앞서 두 분의 저자가 만나게 된 배경과 이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여자의 행성지를 바쁘게 따라다니지만 수신을 확신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1부 (문밖에는 여자를 기다리는 고양이)는 '여자와 여자가 나간다 문이 있다 문이 닫힌다. 여자와 여자가 서있다. 문밖,' ' 여자는 밤이면 고양이가 된다.' 처럼 삶의 뒷면을 엿보게 한다. 2부 (순환 버스를 타고 내리는 풍경)은 '눈 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보이고 눈 감으나 뜨나 보이지 않는 여자는 빛없는 세상을 그린다' 와 같이 바깥에 있는 '나'와 안에 있는 '나'가 상충하는 모습들을 담은 시들이 이어진다. 3부 (꿈꾸면 깰 꿈꿈 깨면 꿀꿈)은 ' 당신이 그린 당신은 또 당신을 그리고 있군요 당신은 그림 속에도 있고 아무 데나 있고 어디에도 있어요 그림 속 당신이 그린 당신은 속이 비어 있어요 당신이 없는 곳에 이제 당신 속 밖에 없어요 당신 속에는 당신이 없고 어느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와 같이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돌아서기도 하고, 나를 향한 중심으로부터 가까워지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 안에서 고양이를 여자의 또 다른 '자아'로 표현된다. 인간의 삶의 길모퉁이에서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나는 시들을 읽어나갈수록 쓸쓸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나 빈 곳을 채워주려는 저자의 봄 같은 언어로 인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