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 빨강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기
최현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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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만 졸업하면 근사한 사회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과 그리고 잘 할 수 있다는 전투력에 가득 차 있던 나였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정체성이 탈바꿈하는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열차의 입성이었다. 쏟아지는 업무량과 서투름에서부터 오는 실수에 상사는 지랄을 하고, 화장실은 곧 나의 서러움으로 도배가 되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은 늘어나는 경력과 비례하지 않았고. 당연한 권리이지만 휴가를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이곤 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고객사들은 갑질을 일삼았고, 상사의 기분까지 맞춰야 하는 암흑 같은 직장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최현정 저자의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작품은 빨간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는 방법에 대하여 소개한다. '힘내' 대신' 포기해도 죽지 않아' 발랄하게 위로해대는 빨간머리N과 함께, 힘들고 괴로운 어른의 삶의 즐기는 방법에 대해 서른 중반의 여자의 시선으로 그려나간다. 나의 비슷한 연령대의 저자이기에 공감하는 대목이 자주 출몰한다. "서른 중반의 혼자 사는 여자가 하기엔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는 것들. 이런 구질구질함은 제발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했다.라는 문장 앞에서 연대하는 마음이 솟아났다.


이 책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욕 나오는 회의 후나 퇴근길에 이 책을 꺼내드는 것이다. 5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익살스러운 일러스트 삽화도 역시 좋다. 밥벌이 때문에 밥맛을 잃게 되는 웃픈 상황들을 공감하고 싶을 때는 1장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잘근 잘근 씹어먹고 싶을 때에는 2장을, 회사생활 중 나의 반복되는 실수를 한번 더 체크하고 싶다면 3장을. 회사생활을 담백하게 하고 싶다면 4장을 직장생활을 유쾌함과 깨알 같은 재미를 끄집어 내고 싶다면 5장을 펼치면 된다.   


일에 집중할수록 우리는 인생 전체를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일이 인생이나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닌데 마치 제3차 세계 대전을 승인하는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중요하게 느껴질 때 저자는 거시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지구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얼마나 초 미세먼지 같은 존재인지. 그리고 해야 하는 일 역시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일을 하찮게 여기고 소홀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밥을 먹어야 하듯 내 눈앞에 일일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어깨에 목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날마다 온몸에 힘을 뻣뻣하게 주고 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꼴 보기 싫은 사람 하나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저자는 저자만의 복수를 한다. 일명 저자만 아는 복수 프로젝트. 이를테면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면 거울에 비치는 그 사람을 째려보기. 혹은 회사 복도에서 1:1로 마주쳤을 때 바닥이나 휴대폰을 보면서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나만 아는 복수의 장점은 큰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작은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욕먹은 뒤 멘탈 복구방법으로는 1. 회사는 원래 욕먹는 곳이라 생각한다. 2. 욕먹지 않고 사는 직장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3,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을 믿어 본다. 이 세 가지 방법을 돌려가며 멘탈을 복구한다고 소개한다.


회사와 일과 나의 관계를 재정비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속 시원하게 고구마 같았던 마음들을 긁어준다. 부담스럽지 않다. 어차피 퇴사까지 못하겠다 싶으면 방법은 적당히 대충 즐겁게 일하며 나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흔히들 회사원을 부품이라고 비유한다. 닳고 고장 나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낄 수 있는 부품. 이 말은 즉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부품은 너무 빠르고, 열심히 돌아가도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부품답게 우리 그 정도만 합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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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4차 산업형 인재로 키우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
이민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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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육열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스카이를 목표를 삼은 학생들도 많으며 현재 우리나라 입시에서 대학에 가려면 어렸을 때부터 성적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만큼 사교육 시장의 몸집은 거대하고, 열기가 후끈하다. 스카이에 몇 명을 진학시켰는지가 자랑거리였던 20년 차 입시강사였던 그녀였다. 연년생의 두 딸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 후 아이들과의 감정적 대립은 치열하고도 눈물겨울 정도로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녀교육의 갈피를 잡기 힘들 때쯤 용산의 한 외국인학교에서 열리는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스탠퍼드 창업교육에 매료된다. 스탠퍼드 학교에서 나온 기업으로는 휴렛팩거드, 인텔, 나이키, 구글, 유투브,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이 있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들이 갖고 있는 조직문화와 혁신을 이루는 접근법은 스탠퍼드 대학의 교육과정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스탠퍼드 대학은 학생들에게 창업을 훈련시켰고, 창업가들은 그 가르침을 실현시킴으로써 혁신이 시작된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부딪혀보고, 깨닫게 하는 교육법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으며 저자는 엄마로서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처음 감지하게 된다. 그 후 스탠퍼드 창업이론과 방식을 배우고 연구하는데 매진했고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으며 두 자녀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게 되었다. 큰애는 스탠퍼드와 가장 유사하다는 캐나다 워털루대학에 진학시켰고, 특목고에 다니던 작은 딸은 스탠퍼드의 교육법을 적용시킨 성균관대에 진학시켰다.



저자가 말하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이란 팀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 인원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참여형 수업이다. 역할분담, 의사소통, 정보 공유, 의사결정,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탠퍼드식의 창업교육의 놀라운 효과로는 첫째 기업가 정신과 자생력이 길러진다. 둘째 창의적 사고법과 마인드를 갖춘다. 셋째 공감능력을 키워 인성교육을 돕는다. 넷째 문제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해결한다. 다섯 째 고정관념과 부정적인 생각을 깨부순다. 여섯 번째 경제관념이 생기고, 시장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므로 변화된 사회의 룰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스탠퍼드 교육에 대한 연구할수록  저자는 이 교육이 어려서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어른들은 반칙과 편법을 쓰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문제의 본질에 더 빨리 접근하고, 게임을 공정하게 진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은 짧은 시간에 적응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은 용어가 주는 거창함이 무색할 정도로 사소한 활동들을 한다. 창업교육의 첫 단계가 '성취 습관'을 갖도록 돕는 일이기에. 고무줄이나 종이컵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고무찰흙으로 인형을 빚어보기도 한다. 색종이로 비행기를 접는 것도 모두 한 과정인데 표면적으로 무척 쉽고 간단해 보이는 활동들의 기저에는 스탠퍼드의 깊은 철학이 깔려 있다. 말로 설명하지 않고 무엇이든 해보게 한 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었다.


 "out think, out work, out care"

스탠퍼드 창립자이자 초대 학장인 제인 스탠퍼드가 만든 표어는 스탠퍼드가 얼마나 생각의 변화를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스탠퍼드가 얼마나 생각의 변화를 중시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스탠퍼드는 기업가적인 사고 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점이 스탠퍼드를 다른 교육기관과 구별되게 하는 큰 차별점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녀에게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을 가이드로 삼게 된 배경과, 스탠퍼드 대학의 창업교육을 접근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는 과정 및  성장기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공부 방법에 대한 본질적으로 접근하며 정보의 옥석인 스탠퍼드식의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법과 전략을 소개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지도하며 창업교육을 가르쳐본 결과 창업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잠재력을 보여주었고 실로 그 변화는 놀라웠다고 말한다. 아이가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시작하면 부모는 자녀에게서 희망을 보게 되고 부모의 관점과 사고가 바뀌면 가족의 인생이 바뀐다. 저자는 스탠퍼드식 창업교육에 그 해법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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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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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돼지 해를 맞이했고 나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이 책은 대학병원 정신병원 정신 신경과에서 근무를 마치고, 도카이 대학교 의학부 교수를 거쳐온 호사카 다카시가 들려주는 인생 후반을 활력 있고 즐겁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저자가 근무하고 있는 진료실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 도박 혹은 알코올 중독자, 노후의 외로움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 또는 예비군 등 노후를 지루해하거나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반면에 다른 극단에는 노후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도 존재하는데 저자는 사회의 불평등이 노후의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끼쳐 '쓸쓸한 노후'와 '즐거운 노후'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노후를 맞이했을 때 노후를 잘 보내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후의 삶의 방식에 차이를 주는 요인으로는 생활 조건이나 환경보다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노후에 대한 사고방식 등 개인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음가짐, 취미와 공부, 인간관계, 삶의 방식, 건강관리, 인생을 긍정하는 방법 6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은 언제나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존재이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연히 노후를 맞이하면 틀림없이 그 시간은 쓸쓸해지기 마련이다. 나이 드는 것을 긍정하며 인색 2 막을 여는 방법을 제시한다. 거창하거나 힘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실천이 가능한 틀안에서 다정하게 독자들에게 권장한다. 퇴직 후의 휴식기를 미리 정해두는 일은 퇴진 전과 후가 좀 더 분명히 나뉘게 되고, 휴식기는 새로운 노후 생활의 발판이 되어준다. 노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취미를 시작하면 퇴직 후 생활의 기본 틀을 마련해 둘 수 있다. 활기가 없는 일상의 반복은 정신 건강에 마이너스 작용을 하므로 저자는 정년을 맞이한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무엇이든 정해진 일정을 만들면 좋습니다."라고 사람들에게 권한다.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지나치게 자신을 죄다 보면 무리를 하기 쉬운데 갈 수 있는 때까지만 가자는 마음으로 목표를 여유 있게 잡아두면,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으므로 이렇게 하는 편이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하기도 목표를 달성하기도 쉽다.라고 이야기한다. 나이를 먹고 만난 친구는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사귀는 편이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며, 길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할 타이밍을 알아야 한다. 왠지 기운이 없는 날에는 일부러라도 주변을 정리하는 버릇을 들여놓는 것이 좋으며,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잠깐이라도 누군가와 실제로 대화를 나누기, 하루 한 번 큰소리를 내어 웃기 등 한결 밝아지는 마음을 갖는 기술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인적 사항, 나의 건강 상태, 소유 재산 및 부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나의 요구 희망사항 등을 수록한 엔딩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 노년을 보다 행복하게 보내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저 막막하기만 한 노후의 앞날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편보다 그 시간에 풍성한 수확을 하기 위해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현실적인 준비를 조금씩 하는 것이 좋다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인생의 전환기에 접어드는 중장년 층이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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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림은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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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작가의 첫 에세이 <한 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작품이다. 사랑 에세이 책이다. "서툰 마음을 짓고 그립니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에도 쉬이 상처받습니다."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구절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감성 넘치는 문장과 단어들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은 작가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듯하다. 책은 시처럼 읽히기도 하고, 일기처럼 읽어지기도 한다. 나는 지식이 많고 감성이 굳은 사람보다는. 지식이 조금 부족하지만 다양한 감성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저자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저자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는 기류를 받았다.

11년이나 간 연애를 하고 종지부를 찍은 사람도 나에게 있었지만 이 사람은 진짜 내 사람인 것 같다.라는 강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준 것은 나의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때 처음 나는 사랑과 인연의 문제는 별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의 물길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 과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별을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서로가 상대의 존재만으로 충만했던 보통의 일상 속에서 서운함과 오해들이 차곡이 쌓여 이별을 맞이하게 될 때. 사랑의 마음을 같이 키웠으니 이별하는 마음도 똑같이 끝난다면 좋으려만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사랑의 약속을 폐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남겨진 반쪽 사랑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시간은 그저 흘러갔다.

길 위에 많은 감정을 흘려보냈다고 생각했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가 버려진 감정을 주워 담는 나를 보았다. 나는 잠시 나를 쉬게 놔둬야 겠다.(P051)

 

 

서로가 견뎌내지 못하는 상태가 오면 우리는 순간적으로 이별을 직감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 덕분에 이별의 시간이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쪽에서 이별을 선포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향하는 마음을 멈출 줄도 모르고, 함께 했던 날들의 기억은 슬금 마음속에 파고들어 흔들어댄다. 기다림과 스스로가 만든 소용돌이 감정에 갇히고 상처를 받거나 차가움을 배운다. 저자는 소용돌이에 감정에 갇힌 마음들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하며 독자들의 감정선을 톡톡 건든다. 이별이 남기고 간 잔상들 덕분에 간혹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가 머뭇 꺼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이별의 과정을 그냥 체념 또는 흘려보내기에 익숙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슬픈 것이다. 저자는 그래도 어느 순간 첫눈처럼 사랑이 온다면 언제나 겁 없이 뛰어들고 싶다고 말한다.

인생이 갑자기 막막해질 때가 있다. 지난 시간 나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멈출 줄 몰랐다. 설익은 밥을 허겁지겁 먹는 것처럼 깊은 고민보다는 결과를 내기에 급급한 시간을 보냈다. 숨이 막혔지만 가끔은 무언가 이뤄 나가는 것에 대한 뿌듯함도 있었다. 목표를 향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던 인생의 선택지 앞에 갑자기 거대한 벽이 나타난 순간, 많은 생각들이 나를 휘감았다. 그동안 나의 선택지에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밀려났던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P129)


좌절이 찾아왔을 때 자신을 추스르고 다듬는 시간에 기꺼이 머무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현실의 무게를 잘라내는 훈련에 대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책에 담아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툰 어른이어서 조금 서투르고 느려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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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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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격소설대상 ' 금상'을 수상 2013년 <내일 나는 죽고 너는 되살아난다>로 데뷔한 후지마루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예전에 방영된 드라마 한편이 생각났다. 49일이라는 드라마인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자는 뇌사 상태가 되어버린다. 때마침 여자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저승사자는 억울한 죽음이었던 여자에게 49일이라는 시간과 세 사람의 눈물을 받아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작품과 조금 비슷한 설정으로 느껴졌다. 라이트 노벨 작품이다. 가독성 좋지만 무게감 있는 작품이었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작품의 줄거리는 빚에 쪼들려 졸업도 위태로운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 앞에 몹시 수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다음 날 이모구비가 반듯한 하나모리 씨가 사쿠라에게 사신 아르바이트를 소개하기 위해 나타난다. 사신 아르바이트의 목적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것이었다. 시급은 300엔이며 교통비마저 없고, 보너스도 없다 당연히 복리후생도 없는 황당한 조건을 제시한다. 다만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주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과 즉시 채용과 선지급이라는 말에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첫 번째는 아사쓰키였다. 아사쓰키의 고민은 소아병을 앓고 고생하는 네 살 어린 여동생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사쓰키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머리를 굴려 방법을 찾아보지만 동생을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실패로 끝난다. 그날 밤 아사쓰키와 단둘이 공원에 있게 된 사쿠라 신지. 한때 이들은 연인 사이였기에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담소를 나눈다. 그 다음날 사쿠라 신지는 아사쓰키가 이미 한 달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과 아사쓰키가 이미 죽은 사자임을 알게 되면서 사신 아르바이트의 정체를 알게 된다. 망연자실한 사쿠라 신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 한다.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얻은 기억은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유지된다는 사실로 인해 사쿠라 신지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데...

  


" 뭔가 남기지도,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해. 그런 의미 없는 시간이기에 추가시간 동안 고통스러울 만큼 자기 자신과 똑바로 마주 볼 수 있지. 아주 괴롭고 가혹한 시간이야. 하지만 어떤 인생에도 행복했던 시간은 반드시 존재해. 결과적으로 행복은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행복했던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분명 미련을 해소하는 것보다 그게 더 소중한 일이야. 구로사키 씨는 그 순간을 찾아냈어. 그래서 저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거지"(P110)


우리는 보통 사자라고 하면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된다. 죽은 사람을 망자라고 칭하는데 이작품에서는 미련을 품고 죽은 사람들을 "사자"라고 칭한다. 사자의 미련을 풀기 위해 도와주는 것은  오직 사신뿐이다. 사자에게는 추가시간에 신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사쓰키는 상대의 눈을 보면 상대가 뭘 바라는지 아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얻는 힘은 제각각이었다. 힘은 자신의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낼 힌트이자 미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자는 알지 못한다. 미련을 해소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사자들은 추가 시간동안 힘껏 발버둥치다  다들 마지막에는 체념념에이른다. 죽음이라는 운명앞에서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며, 아무리 발악한들 주어진 시간에 일어난 일들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사신 역시도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얻은 기억들은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들이 작품을 더 아련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멸하는 길로 걸어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사자들이 품은 미련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결국은 사자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며 스스로 삶의 여정의 의미를 깨닫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신의 마지막 배려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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