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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림은 지음 / 놀 / 2018년 12월
평점 :

그림은 작가의 첫 에세이 <한 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작품이다. 사랑 에세이 책이다. "서툰 마음을 짓고 그립니다.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에도 쉬이 상처받습니다."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구절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감성 넘치는 문장과 단어들이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은 작가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듯하다. 책은 시처럼 읽히기도 하고, 일기처럼 읽어지기도 한다. 나는 지식이 많고 감성이 굳은 사람보다는. 지식이 조금 부족하지만 다양한 감성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저자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저자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는 기류를 받았다.
11년이나 간 연애를 하고 종지부를 찍은 사람도 나에게 있었지만 이 사람은 진짜 내 사람인 것 같다.라는 강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준 것은 나의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는 다른 인물이었다. 그때 처음 나는 사랑과 인연의 문제는 별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의 물길 속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 과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별을 시간을 견디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서로가 상대의 존재만으로 충만했던 보통의 일상 속에서 서운함과 오해들이 차곡이 쌓여 이별을 맞이하게 될 때. 사랑의 마음을 같이 키웠으니 이별하는 마음도 똑같이 끝난다면 좋으려만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사랑의 약속을 폐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남겨진 반쪽 사랑으로 많은 길을 걸어왔지만 시간은 그저 흘러갔다.
길 위에 많은 감정을 흘려보냈다고 생각했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가 버려진 감정을 주워 담는 나를 보았다. 나는 잠시 나를 쉬게 놔둬야 겠다.(P051)
서로가 견뎌내지 못하는 상태가 오면 우리는 순간적으로 이별을 직감하기도 한다. 불안한 마음 덕분에 이별의 시간이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쪽에서 이별을 선포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향하는 마음을 멈출 줄도 모르고, 함께 했던 날들의 기억은 슬금 마음속에 파고들어 흔들어댄다. 기다림과 스스로가 만든 소용돌이 감정에 갇히고 상처를 받거나 차가움을 배운다. 저자는 소용돌이에 감정에 갇힌 마음들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하며 독자들의 감정선을 톡톡 건든다. 이별이 남기고 간 잔상들 덕분에 간혹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가 머뭇 꺼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이별의 과정을 그냥 체념 또는 흘려보내기에 익숙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슬픈 것이다. 저자는 그래도 어느 순간 첫눈처럼 사랑이 온다면 언제나 겁 없이 뛰어들고 싶다고 말한다.
인생이 갑자기 막막해질 때가 있다. 지난 시간 나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멈출 줄 몰랐다. 설익은 밥을 허겁지겁 먹는 것처럼 깊은 고민보다는 결과를 내기에 급급한 시간을 보냈다. 숨이 막혔지만 가끔은 무언가 이뤄 나가는 것에 대한 뿌듯함도 있었다. 목표를 향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던 인생의 선택지 앞에 갑자기 거대한 벽이 나타난 순간, 많은 생각들이 나를 휘감았다. 그동안 나의 선택지에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밀려났던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P129)
좌절이 찾아왔을 때 자신을 추스르고 다듬는 시간에 기꺼이 머무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현실의 무게를 잘라내는 훈련에 대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책에 담아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툰 어른이어서 조금 서투르고 느려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