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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 빨강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기
최현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대학교만 졸업하면 근사한 사회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과 그리고 잘 할 수 있다는 전투력에 가득 차 있던 나였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정체성이 탈바꿈하는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열차의 입성이었다. 쏟아지는 업무량과 서투름에서부터 오는 실수에 상사는 지랄을 하고, 화장실은 곧 나의 서러움으로 도배가 되었다. 쥐꼬리만한 월급은 늘어나는 경력과 비례하지 않았고. 당연한 권리이지만 휴가를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이곤 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고객사들은 갑질을 일삼았고, 상사의 기분까지 맞춰야 하는 암흑 같은 직장생활이 지속되고 있다. 최현정 저자의 <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작품은 빨간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는 방법에 대하여 소개한다. '힘내' 대신' 포기해도 죽지 않아' 발랄하게 위로해대는 빨간머리N과 함께, 힘들고 괴로운 어른의 삶의 즐기는 방법에 대해 서른 중반의 여자의 시선으로 그려나간다. 나의 비슷한 연령대의 저자이기에 공감하는 대목이 자주 출몰한다. "서른 중반의 혼자 사는 여자가 하기엔 어딘가 애처로워 보이는 것들. 이런 구질구질함은 제발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했다.라는 문장 앞에서 연대하는 마음이 솟아났다.
이 책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욕 나오는 회의 후나 퇴근길에 이 책을 꺼내드는 것이다. 5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익살스러운 일러스트 삽화도 역시 좋다. 밥벌이 때문에 밥맛을 잃게 되는 웃픈 상황들을 공감하고 싶을 때는 1장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잘근 잘근 씹어먹고 싶을 때에는 2장을, 회사생활 중 나의 반복되는 실수를 한번 더 체크하고 싶다면 3장을. 회사생활을 담백하게 하고 싶다면 4장을 직장생활을 유쾌함과 깨알 같은 재미를 끄집어 내고 싶다면 5장을 펼치면 된다.
일에 집중할수록 우리는 인생 전체를 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일이 인생이나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닌데 마치 제3차 세계 대전을 승인하는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중요하게 느껴질 때 저자는 거시적으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지구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얼마나 초 미세먼지 같은 존재인지. 그리고 해야 하는 일 역시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 일을 하찮게 여기고 소홀히 하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밥을 먹어야 하듯 내 눈앞에 일일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어깨에 목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날마다 온몸에 힘을 뻣뻣하게 주고 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에게나 꼴 보기 싫은 사람 하나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저자는 저자만의 복수를 한다. 일명 저자만 아는 복수 프로젝트. 이를테면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면 거울에 비치는 그 사람을 째려보기. 혹은 회사 복도에서 1:1로 마주쳤을 때 바닥이나 휴대폰을 보면서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나만 아는 복수의 장점은 큰 화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작은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욕먹은 뒤 멘탈 복구방법으로는 1. 회사는 원래 욕먹는 곳이라 생각한다. 2. 욕먹지 않고 사는 직장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3,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을 믿어 본다. 이 세 가지 방법을 돌려가며 멘탈을 복구한다고 소개한다.
회사와 일과 나의 관계를 재정비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속 시원하게 고구마 같았던 마음들을 긁어준다. 부담스럽지 않다. 어차피 퇴사까지 못하겠다 싶으면 방법은 적당히 대충 즐겁게 일하며 나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흔히들 회사원을 부품이라고 비유한다. 닳고 고장 나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낄 수 있는 부품. 이 말은 즉 지나치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부품은 너무 빠르고, 열심히 돌아가도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 저자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부품답게 우리 그 정도만 합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