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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평점 :

가을밤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위함이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김유정 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이주란 저자의 [겨울 정원]이었다. 사실 올해 수장작품 중 김연수 저자님을 빼놓고는 처음 뵙는 분들이어서 기대와 걱정 양가감정이 모두 들었다.
나이를 계절에 비유하듯 수상작 [겨울 정원]의 주인공은 예순 살 혜숙이 딸 미래와 살림을 합친 후 살아가는 일상을 다룬다. 혜숙은 느지막이 찾아온 늦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별일 없이 지나가는 잔잔한 일상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마음이 구슬퍼진다. 미래는 혜숙에게 엄마처럼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혜숙의 삶의 깊숙하게 들여다보면 절대로 단순하지 않다. 이처럼 타인이 들여다보는 나의 인생과 내가 살고 있는 진짜 나의 인생의 온도 차이는 늘 다르다.
인간이 진정으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은 불행일까? 아니면 변화일까ㅣ? 김성중 저자의 <새로운 남편>은 결혼생활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문제적 남편을 치우고 실제 남편과 똑같은 외형과 목소리를 가진 '유령 신랑'을 배치한다. 이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준 그룹과 새로운 남편을 원래 남편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버린 그룹이 존재한다. 상담자였던 '나'는 유령 신랑을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명선 씨가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는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 마음이 놓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서장원 저자의 <히데오>였다. 한국인인 어머니와 일본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히데오는 어린 시절 외모로 인해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부모님 이혼 후 히데오는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이주하였다. 이주를 한 뒤에도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과거로 인해 한국인이 일본인을 협오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대학교 연극원 강의 실에서 마주하게 된 '나'는 히데오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나'가 쓴 희곡의 배우로 히데오가 캐스팅되면서 이들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나'는 히데오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영도와 연애를 하면서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히데오가 성장기의 상처를 승화시키는 과정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밖에도 자신의 첫 소설에 썼던 인물을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나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김연수의 <조금 뒤의 세계>의 서사는 촘촘했고, 최예솔의 <그동안의 정의>는 '나'는 죽은 오빠의 아들 현수를 우연히 떠맡게 되면서 오빠와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수상작품집 내용도 하나같이 좋았고, 심플한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