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최승자>

 

 


한때는 나도 힘이 센 중력으로 나를 주저앉게 만들며 

일진광풍처럼 기어이 휘몰아치던 이름을 가졌었다.

다시 돌아온 가을.

나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나는 드디어. 마침내. 가난해졌고. 

나는 드디어. 마침내. 투명해졌고.

나는 드디어. 마침내. 그 시절을 건너 온 것인가. 

갖고 싶던 이름. 버리고 싶던 이름. 지키고 싶던 이름.

더 이상 그 이름은 나를 흔들지 않는데.

때 아닌 이 허기. 때 이른 이 추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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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6-09-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감한님..(3:54)
님의 그 다정한 연대감이 저를 안심시킵니다. 세상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나를 더더욱 믿지 못하고.. 영원한 숙제처럼 해결이 안되는 것들. 님의 댓글들. 또 언제든 함께 흔들릴 수 있을거란 그 생각이 길고 지루한 여름끝에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처럼 저를 환기시킵니다^^

rainy 2006-09-2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님..(10:27)
그 건넜다는 느낌이 혹시 돌다리 하나 정도 달랑 건너오고서 숨을 몰아쉬는 건 아닌지.. 그래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님의 최근 리뷰에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하나 달고 돌아온 길입니다^^

2006-09-28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6-09-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징징거리는 사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으나^^ 요즘은 좀 그랬던 것 같아요.. 아직은 어떤 갈등의 중간에 서 있어서라고 .. 변명해봅니다 ^^ 이렇게 저렇게 이 시기가 지나면.. 내 속의 의연함을 찾게 되는 날도 오리라.. 불끈^^ 아이고. 너무 고맙고 설레는데요.. (덥썩) 이럴 때 , 이런 제안에 좀 세련되게 반응하는 법은 당췌 언제 깨우칠런지.. 님의 방에다 주소 남길게요^^

rainy 2006-09-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내가 사람이 좀 반쪽이처럼 굴어놔서 (앗 전설의 우리 반쪽이는 영웅중에서도 영웅이건만ㅋㅋ) 그저 등짝 한대를 팍 치면서 "이제 고마해라~" 하게 못하구, 마음만 쓰게 만드는 구석이 있나봐요.. 흐흐.. 반갑구랴 ^^

2006-09-2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