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게 온 도서관의 천사는..

강은교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 맨 뒤 페이지에 있는 작가의 말이었어.


어떤분에게 시집을 보내며

‘무척 추운 날 아침, 어떤 작은 샘물은 얼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자기가 딱딱하게 얼어버리면 아침마다 자기한테로 물 마시러 오는 그 어떤 작은 새는 아마도 목이 말라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작은 샘물은 찬바람이 가까이 오려고 하면 온몸을 날개처럼 흔들었다. 눈이 와도 그전처럼 가만히 등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두 팔을 휘저어 눈을 내몰았다...... 어느새 샘물은 그 작은 새를 너무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저자의 어른이 읽는 동화 [그 샘물이 얼지 않았던 이유]중에서)


이런 시 한 편, 출렁여보고 싶습니다.


구덕산 기슭,

은포의 방에서


그리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김창완의 <내 방을 흰색으로 칠 해 주오>를 듣고 있어.

'돌덩이가 된 내 슬픔이 내려앉으면 꽃이 되어 버렸다고 말을 하겠지.'

꽃이 되면 어떻고 또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면 어떻겠어.. 

나는 내 슬픔을 잘 다독거려 가슴 밑바닥에 쌓고

다시는 움직이거나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그 위에 돌덩이를 하나 얹었어..

이미 돌덩이가 된 슬픔은 새롭게 펄떡거리는 슬픔을 누르는 힘을 갖기도 해.

오래되어 돌덩이가 된 슬픔들은..

어쩌면 가장 나를 잘 아는 다정하고 편안한 친구가 되기도 하나 봐..


세상에서 제일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여행에서 지금 막 돌아온 사람이라고 해..

나는 돌아온 여행 가방을 열어 놓고

담배를 하나 피러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입었던 옷을 한 장씩 손으로 빨아 널고 있어.

오늘은 날이 흐려 잘 마르지 않을테지만..

조금 더뎌지면 또 어때.. 언젠가는 마를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