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를 만나는 일은 전쟁에 나가는 일처럼 되어버렸나 하고 생각한다.
아무리 용감히 맞서 싸워도 지게끔 결정지어진 부당한 전쟁의 패잔병처럼
나는 하루 종일 억울한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너는 이제 나에게 독인가 하고 생각한다.
한때는 더없이 친절했던 너
한때는 누구보다 서로에게 착했던 너를 만나고 난 후
온몸에 독이 퍼져나가는 것만 같이 나는 하루 종일 여기저기가 아프다.
하루 종일 덜컹덜컹 소리가 나고 눈알이 빠질 것만 같은 두통이 계속되고
하루 종일 역겨움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이 울렁거리고
하루 종일 온몸과 온마음이 상해간다.
너의 독은 너무도 침착하게 어디 한군데 놓치지 않고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너의 독은 너무도 사려깊고 공평하게 어느 곳도 무사하지 못하게 퍼져 나간다.
너는 이제 나에게 독. 완전무결하다. 너의 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