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안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오오,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슬픔이

 

      어둠 속에서 굳어져 별이 됩니다.

 

      한밤에 떠 있는 우리의 별빛을 거두어

 

      당신의 등잔으로 쓰셔요.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만 가혹하게 빛나는 우리의 별빛

 

      당신은 그 별빛을 거느리는 목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요.

 

      종루에 내린 별빛은 종을 이루고

 

      종을 스친 별빛은 푸른 종소리가 됩니다

 

      풀숲에 가만히 내린 별빛은 풀잎이 되고

 

      풀잎의 비애를 다 깨친 별빛은 풀꽃이 됩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이글거리는 불꽃이

 

      하늘에 맺힌 별빛이 될 때까지

 

      종소리여 풀꽃이여...

 

      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니다.



                          <김종해>

 

때는 가을이다.

한뼘도 채 안되게 열어둔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가.을.

 

가을엔 따스한 안부를 전할 사람 한 둘 쯤은

꼭 있어야 겠다.

따스한 인사가.. 맑갛게 전달되는 그런 관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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