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올봄엔 때없이 바람이 불곤 하였습니다
저물녘에 잠들었던 바람이
한밤중에 깨어나
잠긴 문을 아무 데나
흔들어대곤 했습니다
아무도 문 열지 않았습니다
나도 이불 속에서
생각을 생각하며
생각이 자리 잡히지 않아
돌아눕곤 했습니다
잠들어 누운 대로 눈 뜨면
새벽별 하나가
금간 벽 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곤 했습니다
<김용택>
새벽별 하나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느낌
그 몹시 민망하지만 한편 외롭지 않은 느낌
내가 말할 준비가 되길 기다리는 느낌
그 물끄러미가 담고 있는 질문의 느낌
이제 내 자신에게 답을 말해야 할 것 같은 순간들이 오고
나는 여전히 망설이면서 여전히 설레이고
어느 날은 못된 생각들로 마음의 가지를 잘라내고
어느 날은 착한 생각들로 마음의 가지를 잘라내고
하지만 잘라내고 나서도 여전히 남겨진 마음과 정직한 욕심들
그런 날엔 그저.. 손톱을 깎으며 마음도 깎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