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툭 그림책 보물창고 2
요쳅 빌콘 그림, 미샤 다미안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참된 복수와 용서에 이르는 길 - 사랑에 대하여.


에스키모 소년 아툭 (미샤 다미안 지음, 요쳅 빌콘 그림, 한마당 펴냄)을 초등학교 2학년인 친구의 딸과 그 아이의 친구들에게 읽어 준 후 나는 아이들에게 한마디씩 제일 먼저 떠오르는 느낌을 말해보라고 했다. 아이들의 주된 반응은 아툭이 타룩을 잃은 것이 너무나 슬펐고, 무서운 푸른 늑대를 죽인 아툭이 용감하다고 했고, 아툭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잘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희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물었더니 타룩을 묻어주겠다는 아이, 또 아툭처럼 푸른 늑대를 죽이겠다는 아이, 푸른 늑대를 죽여도 타룩은 다시 살아날 수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는 아이, 다른 개를 친구로 만들겠다는 아이 등 여러 가지 대답들을 했다.


이 책은 독서지도사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를 이해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온 나에게 또 다른 측면을 배우게 한 책이다. 어른들은 보통, 아이들이 재미있고 화려한 그림만을 좋아하며,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만을 들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화만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것이 어른들의 편견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툭의 상실감과 분노를 이해했으며 아툭이 복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푸른 늑대를 죽이고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상실의 아픔을 이해했고 그 아픔이 새로 만난 꽃과 친구가 되면서 치유되는 것을 이해했다.


우리는 부모가 되면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입히고,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읽히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건전하고 진취적이고 희망이 가득한 책만을 골라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에도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미움과 사랑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면 그 감정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담겨져 있는 그림책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 에스키모 소년이고 배경이 북극의 얼음 나라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그림은 얼어붙은 듯 차갑고 푸른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어둡고 침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개성이 있듯이 어떤 아이들은 그 신비한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았고 어떤 아이들은 아툭의 아버지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섭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 아이들을 대하면서 다양한 색깔의 그림책이 필요한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의 부제에 ‘사랑과 증오에 관하여’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한 소년이 처음 친구를 만나서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그리고 이별을 맞게 되고 또 증오심에 불타 복수를 하지만 그 복수의 허무함은 결국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과 증오에 관하여’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이 책은 참된 치유의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읽혀본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했지만 이 책을 더욱 공감하려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고학년이 될 때까지 모든 아이들에게 읽혀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이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읽을 때의 느낌과 자신이 조금 더 자라서 다시금 읽어볼 때 아이들은 자신의 내부에 뭔가 새로운 것이 생겨있음을 느끼게 될 것임으로..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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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키모 소년이 주인공이라니 퍼시 애들론의 영화 <연어알>이 생각나네요.
거기 나오는 작은 도서관, 신경질적인 사서도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런 책이 있다는 것 처음 알았어요.^^

rainy 2005-10-18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어알]을 알고 있는 분을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
그 동네가 아주 신비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춥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