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지 않은 경우다.

아이를 재우면서 함께 잠이 들었다가 두어 시간 후에 깨고 마는 것.

속수무책으로 다시 잠들 수도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

잠자리에 누운 채로 한 시간쯤은 다시 잠들려 애써보지만

그럴 때 다시 잠든 기억은 없다..

한 시간쯤 누워서 눈도 감아보고 어젯밤의 공상과 연결된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멀쩡히 잘 자고 있는 아이의 발도 만져보고 머리도 쓸어주며 말도 걸어본다.

나 때문에 아이를 몇 번 뒤척이게 한 후 

마치 아주 급하고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던 사람처럼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는 걸레를 빤다.

향이 좋은 바디샴푸를 골라 아주 열심히 걸레를 빤다.

헹구고 또 헹구고 또 헹궈낸다.

빨아놓은 걸레 세장을 옆에 나란히 두고 켠 새벽 3시의 텔레비전에선

온통 지저분한 사랑과, 지저분한 배신과, 지저분한 슬픔의 이야기 투성이다.

텔레비전 속의 그여자 때문에, 그남자 때문에 조금 운다.

빨아놓은 걸레 옆에 휴지 더미가 쌓인다.

잠깐 잘 때 꾼 꿈에선 창밖 어둠이 무서워 간이 졸아붙었었는데

지금은 꿈에서만큼 무섭지는 않다..

곧 날이 더워지면 창문을 열어야 할 텐데

어쩌면 이사를 해야 할 만큼 심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몹시 난감해진다..

견딜 만 하다.. 견딜 만 하다고..

견딜 만한 가운데 가끔 견딜 수 없는 것은 무엇이더냐고 나에게 묻는다.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나만의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볼륨으로 음악을 켜고

남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의 소리를 내고 울 수 있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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