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반납을 못하고 이사짐 속에 딸려와 버린

남산도서관의 책 때문에 오늘 우체국에 갔었다.

포장을 하고 무게를 달고 돈을 치르고 나서 나는 물었다.

“아저씨, 요즘 편지봉투에 붙이는 우표는 얼마예요?”

우표면 우표지 편지봉투에 붙이는 우표는 뭐람.

마치 편지라고는 한번도 부쳐본 적 없는 사람 같은 말투..

“네, 우표요? 190원입니다.”

나는 다시 우표라는 걸 사용해 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물었다.

“그럼 편지봉투에 그거 붙여서 우체통에 넣으면 되는 거예요?”

그 아저씨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기색도 없이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네. 그러시면 됩니다.”

나는 그래서 우표 열장을 샀다.

딱히 편지를 부칠 곳도 없으면서 그저 우표가 사고 싶어졌던 것이다.

받아든 우표의 무궁화 꽃이 예의 그 촌스러움으로

우표와 나의 그 간의 긴 간격을 확 좁혀 주었다.

아 맞아 우표는 늘 너무도 촌스러워서 그나마 덜 촌스러운 걸 한참 찾기도 했었지..

순간 혼자 남이 볼 세라 잠시 웃었다.  촌스러움이 반가웠다니^^

 

조금 전까지 나는 우표 열장을 책상 위에 놓고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 우표 열장은 어떻게 될까..

난 저 우표를 쓰게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

가끔은 우표를 붙여 편지나 엽서를 띄우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언제부턴가 먼저 미뤄지거나 생략이 되거나 포기가 되곤 한다.

그렇지만.. 우표를 산 김에.. 저 열장의 우표는 제 구실을 시켜주기로 마음 먹는다..

그 동안 포기 되어졌던,  미뤄졌던 사람들에게..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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