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월요일.. 늦잠을 잔 우리 모녀..
(우리도 월요병을 앓는다)
어린이집 차는 물건너 간지 오래..
점심만은 거기서 먹게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집에 밥이 없으므로-_-)
씩씩하고 다정하게 어린이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근데 엄마~. 나 쳐다봐봐봐"
(무슨 말이든지 근데를 붙이고 난후, 자기에게 집중 시키는 지연)
"응? 왜?" (나름대로 다정히 쳐다보는 나)
"근데 엄마~. 엄마는 안추워? 지연이는 왜 추워?"
"응, 이제 가을이라서 그래."
"근데 엄마~ 가을은 뭔대?"

그때부터 우리의 가을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때마침 푸르디 푸른 하늘, 뭉게뭉게 구름..
싸하게 코끝을 스치는 바람..
봄에는 나뭇잎이 돋아나고, 따스한 햇빛이 좋고,
여름엔 수영을 하고, 목욕을 하고 머리를 덜 말려도 되고,
겨울엔 스노우맨을 만날 수 있다는 정도로 계절 감각을 익힌 지연..
가을 이야기에 신나라.. 한다.
하늘얘기, 구름얘기, 열매얘기, 바람얘기까지 마치고
봄,여름,가을,겨울 순서까지 종알종알 따라하면서
우리의 오전 산책의 도달점인 어린이집에 도착했었다.
(^^ 11시 45분.. 밥은 얻어 먹겠군..)

그리고, 이틀 뒤인 오늘..
어린이집에서 실컷 놀다온 지연..
앞 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지연아, 엄마는 추웠는데 넌 더웠어? 왜 땀을 이렇게 흘렸어?"
나의 그 질문에..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근데 엄마~ 엄마는 추웠어? 가을이라서?"
"응, 엄마는 집에 있으니까 추워서 두꺼운 옷 입고 있었잖어."
"응, 엄마 왜냐하믄. 이제 가을이 되얐잖아."
"응, 그렇지. 가을이 왔지."
"그러니까 선풍기가 가을에는 고장이 나잖아. 못돌아 가잖아."
(-_-;)
"왜냐하믄, 가을에는 바람이 불잖아."
"응, 그래. 그렇지"
"근데 엄마~ 나는 정다은하구 신나게 뛰어 놀아서 땀이 난 거야~
가을에도 있잖아, 엄마~ 바람이 불어도 뛰면 땀이 나거등.."

그렇구나-_-;;
가을에도 신나게 친구랑 뛰어놀면 땀이 나는구나..
아.. 우문현답..

지연아.. 좀 더 크면..
몸보다 마음을 조심해야하는 게 바로 가을이라는 얘기도 해줄게..
그 때까지 사이좋게 자알 지내보자구요~~~

2003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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