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오랜만에 신문을 읽고 있었다.

정확히 5월 24일부터 차곡차곡 모아진 신문들..

난 요즘 그렇게 신문을 모았다가 읽는다.(휴...)

그것도 좀 제대로 읽어야 할 기사들은 가위로 오려가면서

조금,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에 읽기 위해서다.

정말 이상한 강박증인줄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일단 그렇게 신문들을 정리해야만

앞으로 또 아침마다 배달될 신문들이 놓일 자리가 확보가 되므로

그것만도 요즘 할 수 있는 대단한 일 중 하나다.


그러다 빗소리를 들었다.

빗소리.

비는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나는 한 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고 있다보니 참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마음이 아리다거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하는 감정의 움직임이 아니라,

정말 가슴이, 육체가 아파오는 것이었다.

오랜동안 가슴이 쥐가 나는 것처럼 뻐근하게 아파오는 것이었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만큼이나 내 가슴도 그렇게 메말라 있었던 것일까?

빗소리를 들으며 젖어들기가 그토록 오랜만이고 힘이 들 정도로 어색했던 것일까?

외로움이 잘 안된다는 김용택님의 싯귀처럼 나는 메마르다 못해

타들어가고 있었던 걸까?


예전에 좋아했던(좋아했다는 표현조차 너무 작은)음악을 들을 때나 이렇게 비가 내릴 때

나는 왜 조율이 잘 안된 악기가 이상한 소리를 내듯이

무너질 듯 위태로워지는 걸까?

적당한 조절이 가능한 건강한 신경을 갖지 못해서일까?

너무 힘이 든다.

아름다운 노래 신윤식의 <빗소리>의 가사 한 귀절을 떠올리면

그나마 스스로에게 위로가 될까?


.......비야 이 여린 견딤을 용서하는 비야.......


200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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