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히 춤춥니다



                                   <이성복>

 

 

늦고 헐한 저녁..

낯선 바람 부는 미끄러운 거리..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정처..없음..


정처 없다는 시인의 표현은 너무도 파장이 커서..

한동안 나는 얼마나 아득하게 정처 없었던가 ..


하지만..

늦고 헐한 저녁을 더 어둡게 할 당신..

미끄러운 거리를 조심히 걷고 있는 나를 기어코 넘어지게 할 당신..

그저 정처 없도록.. 알아보지 말기를...

그저 당신.. 나에게 정처 없는 그리움으로 남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