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 따뜻한 연대를 꿈꾸며]
서른 즈음이란 나이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어떤 경계선임에는 분명하다.
적어도 여자에게는.
난 서른에 오년 넘게 사귀어온 남자친구에게 선포했다.
“서른이 되면 뭔가 달라지길 원해.
그래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좀 세워야 겠는데..
널 포함해야 할지, 널 빼고 세워야할지 헷갈리고 있어.
니가 함께 한다는 전제하에 내 앞날에 대한 계획을 세울 건지.
아님 나 혼자 따로이 계획을 세워야할지가 말야.
그러니 이제 결정해줘. 결혼을 할지. 아님 헤어질지.“
그건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이걸 프로포즈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_-)
단지 이제부터는 부모의 그늘에서가 아닌
내가 결정하고 내가 행동하는 내 삶을 살고 싶다는
그래서 조금씩 달라지기를 바라는 나름대로의 결단 비슷한..
영화 ‘싱글즈’의 주인공들은 열아홉에 부모의 집을 나오는 게 꿈이었다니
난 덜 떨어져도 아주 많이 덜 떨어진 아이였던 셈이다.
(물론 나도 독립에의 꿈은 열아홉부터 꾸었지만)
난 그래서 결혼을 했고(-_-;;)
몇 년이 지나면 마흔이 된다.
“마흔이 지나면 뭔가 성취했을까? 아님 말고..”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은..
그러므로 지금 나에게 또다시 유효하다.
일과 사랑.. 그 둘 중 하나를 성취했다고 해서
인생이 단순하게 해피한 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고,
남편과 아이가 생겨 싱글은 분명 벗어났지만..
심리적으로는 우리 모두 언제까지나 싱글이므로..
나와 함께 인생의 한 철을 함께 보내는 나의 여자친구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마초 성분을 거의 뺀 착한 남자들..
그들과의 따듯한 연대 속에서 삶은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러므로 파이팅이다.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울 결심을 하는 동미와
횡재 비슷한 남자를 포기하고 동미의 곁에 남기로 한 나난,
그들이 해피하고 안전하게 살기엔 많은 장애가 눈에 보듯 선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전폭적으로 파이팅이다..
그들과 우리들 모두에게 건투를 빌고 싶게끔 만드는
‘싱글즈’는 아주 착하고 따듯한 영화였다.
참. 배우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나난역의 장진영 참 예쁘고 자연스러워서
초반엔 장진영에 의한 장진영을 위한 장진영의 영화군 했었다..
그렇지만 역시 화사함은 좀 떨어졌지만
너무 자연스러운 동미역의 엄정화 역시
제 역할을 아주 정확하게 해내었던 것 같다.
이범수도 적역을 맡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오버하지 않고 흐름을 제대로 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