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 오랜만이야.. 홍콩느와르.. 근데 너 많이 달라졌구나..]
나에겐 <영웅본색> <첩혈쌍웅>로 기억이 시작되는 홍콩느와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 아픈 죽음을 보여주는 비장미,
목숨을 걸고서 지켜야하는 의리와 우정,
소나기처럼 퍼부어대는 무제한 화력의 화끈한 총싸움,
꼭 착한 사람 한 둘은 희생되어야 하고, 모두를 구해내는 대표영웅은 늘 있고..
그 오바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 때문에 결코 아주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씸플하고 속 시원하게 가슴과 코끝 찡하게 하는 뭔가가 있기에
내겐 좀 애매하긴 해도 나름대로의 애정을 받았던 홍콩 느와르..
오랜만에 본 홍콩 느와르는 좀 성숙해 졌다고 할까?
비장미는 그대로지만 과장하지 않고 생략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할까?
영화 [무간도]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경찰 신분으로 조직의 삶을 사는 남자 양조위.
조직 신분으로 경찰의 삶을 사는 남자 유덕화.
이 경우.. 뒤바뀐 운명이라 해야 하는 걸까?
이들의 운명 자체가 바뀐 채 살아가야 하는 바로 그것이라 해야 할까?
18세의 나이에 그 뒤바뀜이 시작되었다면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혼란스러움은 당연하리라..
유덕화의 연인이 쓴 소설 속 남자주인공처럼
진짜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자신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살이 빠지면서 기름기도 함께 빠진 듯 샤프해진 유덕화의 절도 있는 연기도 좋았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있건 나에겐 사려 깊게만 보이는 양조위의 허무한 눈빛도 좋았다..
그들은.. 그저..
처음부터 가고 싶어 하지 않았으나 갈 수밖에 없었던 다른 길에서
원하는 삶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돌아갈 수 없었던 가엾은 남자들일 뿐이었고
그런 상태가 바로 무간지옥이 아니겠냐고 감독은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싶다..
P.S
우리 삶도..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결코 지옥보다 낫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겠으나..
그래도 우리는 원하는 삶의 모습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 그걸 잃지 않고,
그곳으로 갈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에..
하루를 사는 동안에도 지옥과 천국을 여러 번 넘나들 게 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