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 윤대녕 여행산문중에서
7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
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
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
나 사랑하는지
<허연>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오늘 밤이 그렇다.
특정음악을 틀어주고 먹을 것을 주어 길들인 개가
먹을 것 없이 그 음악만으로도 침을 흘리는 것처럼..
이런 비, 이런 빗소리는..
무작정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게 만든다..
이렇게 퍼붓는 빗소리가 들려오면..
그저.. 아득해지면서..
즉각적으로 속수무책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