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혐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64
에드 맥베인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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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맥베인의 본명은 살바토레 알버트 롬비노로 여러가지 필명을 사용한 작가이다. 1952년 에반 헌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폭력 교실>이 인기를 얻었고, 리차드 마스틴과 헨트 콜린즈라는 이름으로 하드보일드와 아동물 과학소설을 썼다. 에드 맥베인은 주로 87분서 시리즈를 쓸 때 사용한 필명인데, <경관혐오>가 87분서 시리즈의 시작이다. 배경이 되는 아이솔라라는 이름의 가공의 도시는 동서남북을 서로 바꾸면 뉴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경관 혐오> 에서는 세 명의 형사가 45구경 권총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마이크 리아던, 데이비드 포스터, 행크 부슈가 희생자이다. 행크 부슈가 사망하기 직전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머리카락과 피부조각, 그리고 혈흔을 확보한다. 별것 아닌 이 단서로 경찰은 나이가 50이 넘지 않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기계공이며, 이틀 사이에 이발을 한 180파운드 가량의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머리카락의 굵기와 거기에 부착된 쇳가루 및 사용된 머릿기름의 가격, 머리카락 끝부분의 잘린 정도, 피부조각에서 알아낸 피부색, 인종별 혈액형의 분포 등을 통해 추론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스티브 캘레라가 품은 의문, 즉 '그들은 경찰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남자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추가되면서 범인이 밝혀진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무더위 속에서 벌어진 위장 살인 두 건과, 한 건의 진짜 살인 이야기이다.


<한밤의 공허한 시간>는 셋방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여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여자를 조사한 경찰은 그녀가 많은 돈을 상속받아 물질적으로 풍족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최근에 당좌계좌와 대여금고를 개설해 2만달러라는 거금을 예치하여 그 통장만 이용하려 했다. 또 얼마 전에 함께 살던 사촌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를 조사하던 캘레라는 목격자의 진술이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캘레라가 알고 있는 사실과 조금씩 다른 것이었다.

우연한 사고로 부유한 사촌이 죽자 자신이 그녀 행세를 하기로 마음 먹고 신분 세탁을 꿈꾸지만 결국 좀도둑에게 살해되고 마는 이야기이다.


작전동 블루핸즈 이층에 앉아서 차량 수리를 맡기고 읽었다. 차가 15만 킬로미터를 넘어서니 여기 저기 고칠 일이 생긴다. 불과 이주일 전에 점화 플러그 세트를 갈았는데, 이번엔 머플러에서 소음이 난단다. 어떤 물건이 몸에 익고, 너무 편안해질 즈음이 되면 그때부터 슬슬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지만, 나이가 드니까 새로운 물건을 사는 행위가 부담스럽다. 전학 가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새로 친해져야 할 때의 그런 부담감이랄까.

그러고 보니 동서미스터리 시리즈를 읽다 보면 대충 범인이 짐작이 간다. 대부분 50년쯤 전에 쓰여진 소설들이다 보니 트릭이라든가 복선들이 순진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도 최근 미스터리보다 오히려 손이 간다. 핑클 이후의 걸그룹 이름을 잘 모르게 된 시점에 이미 나는 젊은이의 범주에서 이탈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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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22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조지프 헬러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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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요사리안은 공군 폭격수로서 귀국에 필요한 비행 횟수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가 비행 횟수를 채우면 곧 귀국을 위한 비행 횟수가 상향 조정된다. 마치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요사리안의 동료들이 처참하게 죽어 간다. 요사리안은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애를 쓴다고 느낀다. 요사리안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만 간다. 

요사리안이 비행에 나서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정신이상자' 판정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요사리안은 자신이 정신이상자 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자신의 '정신이 이상함'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그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므로 비행에 나서야 한다. 반면, 진짜 정신이상자는 자신의 정신이 이상함을 모를 것이므로, 비행에 나서게 될 것이다. 결국 누구나 비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논리적 모순, 함정을 소설에서는 '캐치 22' 라고 표현한다.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기묘한 법 조항이다.


<캐치 22>는 전통적인 소설적인 언어와 구조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작품을 관통하는 부조리한 상황은 카프카의 <성>을 읽는듯한 느낌을 준다. 질서가 없는 난장판이 계속되면서, 독자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전쟁중이라는 것을 잠시 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전쟁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이지?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지? 

 

<캐치 22>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외견상 그들 모두가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일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을 세밀히 살펴보면 모두가 전쟁이라는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 비정상적인 행동을 강요당하는 듯 하다.


화이트 하프오트 추장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나 석유가 쏟아졌다. 백인들은 그래서 그가 좀 살만해 지면 그를 내쫓고 땅을 파헤쳤다. 어쩔 수 없이 추장이 이주하면, 이번에는 그곳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나중에는 추장이 이주를 하려고 마음 먹은 곳에, 백인들이 미리 포크레인 따위를 대동하고서 기다린다.

다네카 군의관은 낙태수술로 큰 돈을 벌어보나 했으나 전쟁이 발발하여 덜커덕 징집된다. 그는 비행을 무서워했지만 비행수당을 위해 명단만 올렸다. 어느 날, 그가 명단을 올린 비행기가 추락한다. 다네카 군의관은 전사 처리되어 미망인에게 통보된다. 미망인은 처음엔 슬펐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가 들어놓은 생명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한다. 다네카 군의관이 자신은 멀쩡히 살아 있음을 항변하지만, 행정처리를 맡은 군인들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그를 죽은 것으로 처리한다. 미망인도 나중에 그가 살았다는 편지를 받지만 다시 모든 걸 되돌리는 것도 좀 그래서 이사를 가버린다.

요사리안과 같은 천막을 쓰는 오르는 출격만 나가면 격추를 당한다. 나중에 오르가 스위스에 살아 있음이 확인된다. 오르는 격추당하는 연습 끝에 망명에 성공한 것이다.

마일로는 개당 7센트에 사온 달걀을 5센트에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로, 그가 구성한 신디케이트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는 심지어 독일군과도 계약을 맺었는데, 그들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자 자기 부대를 폭격한다.

헝그리 조는 그럴싸한 말로 여자를 꼬셔서 나체 사진을 촬영하는 자다. 그는 항상 자기를 신문사 기자로 사칭했는데, 실제로 그는 신문사 기자였다. 문제는 그가 촬영한 사진은 언제나 촛점이 맞지 않거나, 엉뚱한 곳을 찍는다는 것이었다.

스나크 상등병과 요사리안은 어느 날 고구마에 비누를 짓이겨 배식한다. 모두가 배탈이 난다. 중요한 점은 그 고구마를 더 달라고 모두가 아우성 쳤을 정도로 맛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예쁜 아내와의 잠자리도 잊고 열병식에만 몰두하다가 얼떨결에 장군으로 승진하는 셰이스코프, 하녀를 강간하고 죽인 뒤에도 전쟁 중에 죽은 사람이 하녀 하나뿐이냐며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이는 알피, 창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결국 죽고 마는 네이틀리, 충성의 맹세를 시킴으로써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고 군대의 기강을 확립할 수 있다고 믿어 모든 것에 두번 세번 맹세를 시키는 블랙 등이 있다.


내 생각이지만,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마일로이다. 마일로야 말로 전쟁의 부조리함과 전쟁의 속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신디케이트의 이윤이다. 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분배한다. 누가 적인지는 전혀 관심사항이 아니다. 조건만 맞다면, 자기편에게도 폭탄을 투하한다. 그런데 그때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선언적이다. 그는 자기편에게 폭격을 하면서 당황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는 태도이다. 이윤이 모든 동기를 제압하는 자본가적 속성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은 소설가 안정효가 했고, 작품해설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뉴스 위크>에는 '헬러 열풍(Heller cult)' 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대학생들이 요사리안이라는 이름을 박은 명찰을 붙인 군복을 입고 다녔고, "Yossarian Lives"라는 문구가 인쇄된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읽으려고 벼르던 소설이었는데, 마침내 읽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떤 작품을 읽고 싶다고 해서 읽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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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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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 리들리 존스는 서른 즈음의 작가로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게다가 부유했던 맥스 삼촌이 남겨준 유산 덕분에, 집세가 비싼 뉴욕 한복판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 리들리 존스의 평온했던 삶이 한 가지 우연한 사건으로 깨어진다.

어느 날, 리들리 존스가 길을 건너다 트럭에 치일 뻔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게 된다. 우연히 이 사건을 목격한 <포스트>志의 기자가 사진과 함께 기사화했고, 그녀는 약 이주일 동안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편지에는 누렇게 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었는데, 사진 속에는 어린아이와 부부의 모습이 닮겨 있었다. 그런데 거기 찍힌 젊은 여성이 리들리 존스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리고 사진과 동봉된 메모에는 전화번호와 함께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네가 내 딸이냐?"

얼마 뒤 두번째 메모가 그녀에게 배달된다. 거기에는 1972년 10월 20일자 신문기사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기사 제목은 "젊은 엄마 살해된 채 발견되다, 아기는 실종" 이었다. 리들리는 어쩐지 사라진 아기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마음의 평화를 잃고 방황한다. 그 때 그녀에게 큰 의지가 되어준 사람이 윗층에 새로 이사온 제이크라는 남자였다. 제이크에게 최근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그가 탐정 친구를 통해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아온다.

리들리는 모든 일을 잊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으로 되돌아갈지(그녀의 부모는 리들리의 말에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헛소리라고 했다!), 아니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진실을 찾아 나서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 리들리는 제이크와 함께 편지를 보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한다.

공원에 나온 남자는 자신이 루너라고 했고, 그녀의 아버지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리들리의 어머니 제시가 살해당한 것은 맞지만, 자신은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리들리가 몇 가지 더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루너의 머리 한복판을 꿰뚫는다. 공황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리들리를 제이크가 끌고 도망가고, 그때부터 리들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루너의 살해사건을 조사한 형사가 리들리에게 연락을 해온다. 형사는 루너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가 제이크라고 했다. 게다가 제이크가 했던 말들이 거짓말이었음이 밝혀지자 리들리는 이제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도 알 수 없게 되고 만다.

이제 리들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졌다. 먼저 자신과 꼭 닮은 사진 속 여자가 친모인지, 그리고 그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 다음으로, 현재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경로로 자신을 키우게 되었는지 밝혀내야 했다. 기사에 따르면 아이는 실종이라 했고, 그 뒤로 찾았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이크는 누구이며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밝혀내야 했다.

리들리가 이런 저런 숙제들을 풀려고 애를 쓰는 동안, 끊임 없이 살해 위협이 가해지고 그때마다 제이크가 주변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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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리사 엉거의 데뷔작이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여 끌고 가는 힘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이를 다 까먹는다.

리들리 존스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은 왜 살해 당했는지, 현재의 부모는 도대체 누구인지, 제이크라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하는 질문들이 작품의 후반부까지 끊임 없이 긴장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읽히는 맛은 있다. 그런데, 결말에서 제시되는 해답들이 하나같이 논리적 비약 위에서 구축된 것이거나, 말이 안되는 측면이 있어서 실망하게 된다는 말이다.


리들리 존스의 친모는 사진 속 여자가 맞다. 그녀의 이름은 제시이다. 제시의 남편이 루너인 것은 맞는데, 루너가 리들리의 친부는 아니다. 리들리의 친부는 그녀에게 유산을 물려준 맥스 삼촌이다.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자수성가한 맥스, 그리고 소아과 의사였던 리들리의 현재 부친은 과거에 Safe Haven법이라는 것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법은 학대받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돕는 법이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학대받는 아이들을 발견하여 구조하고자 했는데, 소아과 의사야 말로 아이의 학대 여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직업이었다. 그들의 신념이 도를 지나쳐 학대 받는 것으로 의심 받는 아이들을 유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이 부분 부터 소설은 공상과학소설로 가버린다), 그 유괴 과정에서 제시가 살해된다. 게다가 어쩐 일인지 이 유괴한 아이들을 부잣집에 팔아넘기는 사업으로 발전하는데(그냥 입양기관에서 데려다 키우면 되는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아이를 사야하는 이유는?), 그 사업이 꽤나 커진다.(그러면 수십 수백명의 아이가 유괴되었다는 말인데..)

하여간, 그런 저간의 사정들 때문에 루너가 나타나 과거 일을 들쑤시자 폭력조직이 루너를 살해한 것이다. 제이크는 유괴되었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자신의 과거를 밝히려고 노력하다가 리들리에게 접근한 것.


모르는 것에 대해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 <아름다운 거짓말> 처럼 '시작이 창대하고 끝이 미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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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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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시의 살그렌스카 병원 응급실에 총상을 입은 여자와 도끼를 맞은 노인이 실려 온다. 여자는 브라우닝 22구경에 머리를 포함 3방을 맞고 땅에 묻히기까지 했던 리스베트 살란데르였고, 60대 노인은 그녀의 아버지이자 구소련의 스파이였던 살라첸코였다.

리스베트의 주치의는 안데르스 요나손이었는데, 그는 그녀의 뇌에 겸자를 집어 넣어 총알을 제거하고 수십 개의 뼈조각도 완벽하게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리스베트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살라첸코의 회복 속도가 더 빨랐다. 살라첸코는 병실 몇 개 건너에 리스베트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챘고, 그가 몇 개의 병실을 건너갈 정도로 회복되면 리스베트는 살해당할 것이었다. 


한편, 전편에서 리스베트에게 박살이 난 MC 스바벨셰의 막예 룬딘과 손뉘 니미넨은 경찰에 체포되어 범죄행위를 추궁받고 있었고, 세포 요원이자 성매매 혐의가 있는 군나르 비에르크 역시 쿠르트 스벤손에 의해 체포된다.

로날드 니더만은 미카엘이 어찌어찌 전봇대에 묶어 놓는데는 성공 했지만, 토마스 파울손이라는 얼간이 형사가 미카엘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는 바람에 형사 두 명이 희생된다. 로날드 니더만은 도주하고, 경찰의 추격을 받는 중에도 MC 스바벨셰의 회계사를 살해하고 돈까지 탈취하여 종적을 감추고 만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리스베트가 3중 살인을 저질렀다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는 것은 물론, 그녀가 오랜 기간 소아아동정신병원에 감금 당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모두 밝히고자 했다. 이에 응원군을 찾아 나섰고, 여기에 응한 사람이 동생이자 변호사인 안니카 잔니니, 밀턴 시큐리티의 사장 드라간 아르만스키, 리스베트의 후견인이었떤 홀예르 팔렘그렌, 그리고 우직하게 증거에 입각해 수사를 진행해 온 부블란스키였다.


반면 세포의 '특별 분석 섹션' 역시 자신들이 벌인 추악한 행위를 덮고자 집결한다. '특별 분석 섹션'은 자신들을 '국방의 최후 방어선' 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1960년대, 즉 '불온한' 정치사상을 지닌 스웨덴 시민 30여만명을 색인화 하던 시기에 안보 경찰 자체의 내부 보안 강화를 위해 세포 내에 또 다른 섹션을 구축했다. '스티그 베네스트룀'의 이중간첩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 섹션의 최초 수장이 에베르트 굴베리였고, 그의 모델은 CIA의 제임스 지저스 앵글턴이었다. 수상은 시대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섹션을 승인했고, 처음에는 어느 정도 섹션을 통제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면서 섹션은 자기 논리로 움직이는 비밀스런 조직으로 변질된다.

그 즈음, 살라첸코가 망명을 한다. 그는 거물급 스파이였고, 그의 정보는 스웨덴의 안보와 방첩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섹션은 그가 일으키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노출되면 섹션이 누리는 엄청난 잇점도 사라질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리스베트의 어머니를 때려 빈사상태에 빠뜨리고, 리스베트가 기를 쓰고 살라첸코를 죽이려 들자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섹션은 페테르 텔레보리안이라는 의사를 이용하여 그녀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는 지방법원 판결문을 받아낸다. 리스베트는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병원을 나온 뒤에도 판단능력이 없는 금치산자 취급을 받게 된다.


어쨌든, 에베르트 굴베리는 현재 수장인 바덴셰가 강단 없는 자라는 것을 파악하고 즉시 과거에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클린톤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한다. 젊은 예오리 뉘스트룀과 요나스 산드베리, 모르텐손 등은 에베르트 굴베리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클린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조직 재편을 마친 에베르트 굴베리는 살려두면 화근이 될 살라첸코를 사살하고 리스베트까지 죽이려다 실패하자 자살한다. 클린톤은 군나르 비에르크를 자살로 위장시켜 살해하고, 엑스트룀 검사를 회유하여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재판 쟁점을 모호하게 몰아간다. 또한 페테르 텔레보리안의 권위를 이용하여 또 다시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격리가 필요한 심각한 정신병자 판정을 받게끔 일을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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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은 1954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가난했던 부모와 헤어져 외조부모 집에서 자랐다. 외조부모가 반파시스트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아 베트남 전쟁 반대시위에 참여하는 등 진보적인 활동을 했다. 1983년 TT 통신사에 입사하여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고 스웨덴의 여러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잡지 <Expo>를 공동 창간한다. 1999년 부터 사망할 때까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밀레니엄>과 <Expo>,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스티그 라르손은 여러모로 닮은 부분이 많다.


1부가 작품으로서 가장 완성도가 높고, 2부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과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건너가는 성격의 시리즈였다면, 3부는 스웨덴 사회에 대한 스티그 라르손의 시각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법정 공방에서 안니카 잔니니가 페테르 텔레보리안의 논리를 하나하나 논파해나가는 장면에서는 속이 뻥 뚤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재판에서 이긴 뒤 니더만과 MC 스바벨셰까지 처리한 리스베트가 미카엘에게 다시 마음의 문을 열면서 그들의 모험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더 이상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없다.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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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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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아일랜드에는 애시클리프라는 이름의 정신병원이 하나 있는데, 이 병원에는 폭력적 성향이 심하고 여러가지 망상에 시달리는 죄수들이 수용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에서 레이첼 솔란도라는 여자 환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병원측에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연방 보안관 테디 대니얼스(=에드워드 대니얼스)가 동료 처크와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오게 된다.

연방 보안관들을 맞아 들인 이는 콜리 박사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레이첼 솔란도는 전쟁 미망인으로, 아이 셋을 자기집 뒤편 호수에 빠뜨려 죽인 뒤, 시체를 집으로 가져와 식탁에 앉혀 놓고 식사를 하다 이웃에 발견되어 병원에 오게 된 환자였다. 사진 속 그녀는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왔다.

그런데 콜리 박사는 레이첼 솔란도에 대해 설명한 뒤로는 그다지 수사에 협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환자는 물론이고 직원의 신상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 했다. 테디와 처크는 무기도 병원에 들어설 때 이미 '규정'이라며 빼앗긴 뒤였으므로 기싸움에서 밀리는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레이첼 솔란도의 실종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테디와 처크는 그녀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레이첼 솔란도는 집단치료 뒤 방으로 들어갔고, 문은 바깥에서 잠겼다. 얼마 뒤 경비가 순찰을 돌다가 그녀의 방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직원은 물론이고 환자도 그녀를 전혀 못 봤다고 증언하니 그녀가 증발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단서가 될 만한 점은 그녀가 남겨두고 간 메모였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4의 법칙


나는 47

그들은 80이었다


+당신은 3


우리는 4

하지만

누가 67?


테디는 곧 이 숫자들을 이리 저리 조합하여 그럴듯한 가설을 세운다. 47과 80을 더하면 127이다. 1,2,7, 그리고 +3 하면 13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 숫자는 Rachel Solando의 이름을 구성하는 알파벳 숫자와 같다. 또, 알파벳에 하나하나 숫자를 붙이면 R-18, A-1, C-3, H-8, E-5, L-12가 되는데, 이 숫자들의 합이 47이다. '그들은 80' 에서 '그들'이 Family Name을 뜻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여 Solando를 숫자에 대입하면 합이 80이다. 3이라는 숫자는 어쩌면 그녀가 죽인 아이들의 숫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그녀 자신을 합한 수가 되므로 '우리는 4'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알 수 없는 숫자는 67이었다.


테디는 레이첼 솔란도가 남긴 암호에 대해 처크에게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이 섬에 오게 되었는지도 털어 놓는다.

테디의 아내는 화재로 사망했는데, 그 불을 지른 자는 앤드루 레이디스라는 자였다. 테디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레이디스를 추적하는데, 그가 애시클리프 병원에 감금되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조지 노이스라는 범죄자로부터 듣게 된다. 조지 노이스는 이 섬의 병원에 감금된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끔찍한 인체실험이 벌어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는데, 정보기관인 OSS가 이 병원과 연결되어 있고 반국가행위 조사 위원회인 HUAC 재단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정황도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테디에게 섬에서 일어난 레이첼 솔란도의 실종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하지만, 레이첼 솔란도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시 나타나고 테디는 그녀가 진짜 레이첼 솔란도인지 대화를 통해 밝혀 내려 하다 끔찍한 편두통을 겪게 된다. 병원측에서 제공한 약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전, 테디는 자신의 손에 묻은 검은 얼룩을 보게 된다. 레이첼 솔란도의 머리를 급히 염색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가짜라는 말이 된다.


다음 날 심한 폭풍우가 몰아쳐 전기가 나가고, 간수들은 환자들을 병실로 몰아넣는 작업에 골몰한다. 테디와 처크는 혼란을 틈타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테디는 조지 노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가 다시 병원에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테디는 깜짝 놀라는데, 조지 노이스는 얼굴이 엉망이 된 채로 그를 원망한다. 그리고 '놈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동료 처크도 진짜가 아닐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그 사이 처크가 알아낸 것들도 꽤 있었는데, 콜리박사의 달력에 4일간 '67번 환자'라고 표시되어 있다는 점과 레이디스의 병상기록을 발견한 점이었다.


테디와 처크는 이제 레이디스가 있을 곳은 등대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등대로 향한다. 하지만 처크가 도중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테디는 동굴로 피신했다가 자신이 진짜 레이첼 솔란도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자신이 환자가 아닌 의사이고, 뉘른베르크 조약을 어기고 경안와전두엽절제술 등 인체실험을 하는 병원측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테디가 그들이 준 약이나 음식물을 먹었다면 사나흘 뒤 입이 마르고 침을 흘리며, 무기력해지고 경련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빛에 민감해지고, 왼쪽 머리에 통증을 느끼며, 말이 어눌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복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섬을 탈출하지 못하면 테디 역시 경안와전두엽절제술을 당하고 병원에 영원히 감금될 것이었다. 4일째 되는 날, 테디는 콜리 박사의 차에 불을 질러 시선을 돌린 뒤 총을 탈취한다. 그러나 콜리 박사와 간수들의 발빠른 대처로 연락선을 타는데는 실패하고 그들과 대치하게 되는데, 콜리박사는 이상한 말을 테디에게 늘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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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영화를 먼저 봤는데 그때는 결말이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을 보니 결말이 명확하다.

소설 속에서 자신이 진짜 레이첼 솔란도라고 주장하는 여의사가 이런 삼단논법을 이야기해준다. ① 미친 사람들은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부인한다 ② 밥은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부인한다 ③ 따라서 밥은 미쳤다. 이 삼단논법은 형식논리학의 오류에 빠져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형식논리학과 변증법적논리학에 대해 공부할 때 본 책에 실린 삼단논법을 적어 본다. ① 신은 완벽한 존재를 뜻한다 ② 완벽하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도 포함한다 ③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

형식논리학의 문제는 '형식적'으로는 옳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오류가 없다. 하지만 전제와 범주, 그리고 실질의 문제가 빠져 있기 때문에 진실이 아니다.

게다가 정신병이라는 말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가 있다. '비정상'이라는 말은 '정상'이 아니다(非)라는 반대 명제이다. 정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타자가 서로 '정상' 이라고 주장하면, 누가 정상인지, 혹은 누가 비정상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기고 만다.


콜리 박사는 4일째 되는 날 테디에게 이제 실험은 끝났고, 테디가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면 그에게 외과적인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테디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처크가 빼내온 레이디스의 병상 기록을 읽어보려 하지 않는가? 테디는 바빴다는 둥 얼버무리지만, 그것은 변명 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병상 기록에는 "환자가 고도로 발달된 환상을 구축하고, 그 환상 속의 이야기에 매몰되어 있어 현재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콜리 박사는 테디에게 총을 쏘라고 종용하는데, 테디가 총을 쏘자 총탄이 아닌 물이 발사된다.

EDWARD DANIELS 의 철자 순서를 바꾸면 ANDREW LAEDDIS가 되고, RACHEL SOLANDO는 DOLORES CHANAL이 된다. 테디의 아내가 조울증 때문에 아이들을 살해했던 것이고, 이를 발견한 테디가 아내의 배에 총을 발사해 죽인 뒤 죄책감 때문에 가상의 인물인 테디가 되어 모든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2년간 자신이 정신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했고, 의사들은 그가 계속 현실을 부정할 경우 그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경안와전두엽절제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4일간의 실험이 테디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던 것이다.


결국 테디는 모든 증거들 앞에서 테디는 무너져 내려 자신이 앤드루 레이디스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다음 날, 앤드루는 또 다시 테디가 되어 처크와 함께 섬을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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