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의 여행
송기원 지음 / 문이당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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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줄에 접어든 '나'는 10년 넘게 다니던 잡지사에 사표를 내는 것과 동시에 아내에게 이혼서류를 넘겨준 뒤 인도로 향한다.

뉴델리 공항에서 아귀처럼 달려드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딘가 밑바닥의 끝까지 와버린, 그리하여 더이상 아래로 떨어질 데가 없는 자들만이 지닌 어떤 평화를 느낀다. 그리고 끝없는 갈증에 시달리는 혼곤한 삶 속에서 다시 일어설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뉴델리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간 곳은 리시케시였다. 그곳에서 '나'는 우연히 '블랙 사두' 차림을 한 대학 동창 한태인을 만난다. 그는 출가한 뒤 더 큰 깨달음을 위해 인도에 와 마음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한태인은 인도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온 사람들 대부분이 본질이 아닌 이미지에 홀려 엉뚱한 것을 좇거나, 자신처럼 너무 많은 '알음' 때문에 진정한 깨달음으로 나아아가지 못하고 있다 했다.

'나' 역시 인도에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찾으러 왔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 찾아지는지 막연하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한태인은 마음이 무엇을 원하든지, 마음이 원하는 대로 모두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누구를 죽이는 일이든, 배반하는 일이든, 간음하는 행위든, 설혹 자신을 죽이는 일이든. 그 동안 하고 싶으면서도 못했던 것들을 어떠한 속박도 없이 끝까지 해보는 것,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어쩌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한태인과 헤어진 '나'는 강고트리로 가서 갈증에 대해 명상한다. 그는 인도로 오기 전 한 여자를 만나 일주일간 지낸적이 있다. 그 여자와의 관계를 세속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퇴폐적이고 부도덕한 한순간의 불륜에 불과할 것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갈증을 호소했고, 헤어진 지 한 달 뒤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그 여자의 죽음 직후 '나'는 사표를 내고, 이혼서류를 넘겨준 것이다.

기이하게도 여자의 사망한 뒤, 여자가 '나'의 안에 깊이 들어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자는 갈증 그 자체였고, '나'는 그 갈증에 시달렸으며, 결코 여자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빈 껍질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인도행을 결심했다.

히말라야 중에서도 가장 깊은 오지 중의 한 곳인 강고트리에서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방생(放生)을 시도하던 '나'는 자신의 안에 있는 살기를 느낀다. 그 살기는 어쩌면 갈증의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몰랐다. 상념 속에 나타나는 생명체는 모조리 죽이면서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 이미 사망한 아버지, 어린 젖먹이를 두고 재가한 어머니, 친척집에 맡겨져 고아처럼 자란 유년시절. 그런 과정을 곱씹으며 해바라기를 하는 동안 실금처럼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갠지즈 강에서 화장하는 시체들을 바라본 뒤로 '나'는 살기들이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슬슬 자취를 감추었음을 깨닫는다.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어떠한 조건도 없이 모조리 밖으로 풀어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단 한 번도 햇빛이라고는 받은 적이 없는 상념들을 모조리 밖에다 풀어놓다 보니 누군가 '나'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마침내 '나'는 여자로 인해 느낀 것들과 외로움, 안타까움, 두려움, 갈증, 심지어 살기까지 모두가 울음이 되어 터져나온 뒤 사흘을 열병처럼 앓은 뒤 그 여자를 떠나 보내는 통과의례를 마치게 된다.

어느 날, '나'는 결가부좌를 한 채 마음속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상념들을 지켜보다 말고, 문득 소리내어 외친다 <누군가가 보고 있다!> 제3의 눈을 의식한 직후 몬순이 시작되고, '나'는 태어난 지 미처 한 해가 지나지 않은 채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어린아이의 울음을 따라 '레'로 향한다.

194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출생한 송기원은 1974년 단편소설 '경외성서'와 시 '회복기의 노래'가 각각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동시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한 기린아다. 하지만 그는 군부독재에 저항한 탓에 74년, 80년, 85년, 90년 총 네 차례 옥고를 치룬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와 같은 사실주의적 작품 경향은 <청산>에서 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아마도 딸이 백혈병에 걸려 일찍 사망한 일과 관련 있지 않나 추측된다. 그는 이후 불교수행과 명상에 경도된 작품들을 발표하다 재작년인 2024년 사망했다.

<안으로의 여행>에 나오는 '나'는 작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투영시킨 인물이다. 아버지는 아편중독자였고, 어머니는 일찍 재가하여 송기원은 고아나 다름 없이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시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위악을 일삼으며 '위로받지 못한 삶'을 견뎌내려 했다. 딸을 먼저 앞세운 뒤 명상으로 빠져든 그의 행보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작품에서 '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독함, 위악, 살의로 버텼으나 끝내 마흔줄에 접어든 나이에 심각한 갈증을 느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인도로 떠난다. 추운 히말라야 고원 지대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자신의 감정들을 꺼내 '토끼 간을 말리듯' 응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안타깝게 여기고, 긍정하는 '안으로의 여행'은 끝에 '나'는 깨달음을 얻었을까. 고통의 연꽃 위에, 고요히 앉아 있는 기쁨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는 자기 위로와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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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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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얼굴 >

'내'가 아내 케이코를 살해하여 뒷마당에 매장한 직후,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신주쿠 호텔 객실에서 아내 게이코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되었으니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놀라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장에 가 보니 사체는 얼굴이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져 있었고, 목에 감긴 허리끈과 핏자국 묻은 스패너가 널부러져 있었다. 정확히 몇 시간 전에 일어난 현장의 재현이었다. 게다가 사체에서 '나'에게 보낸 편지까지 발견된다. 도대체 '나'는 누구를 죽인 것일까? 뒷마당에 묻은 사체가 '나'의 아내인가, 아니면 호텔에 남겨진 사체가 아내인가?

< 과거에서 온 목소리 >

경찰을 관두고 1년이 흐른 뒤, 야마모토 미치오가 사수였던 강선배에게 편지를 보낸다. 미치오는 편지에 전일항공 부사장 야마후지 다케히코의 외아들 가즈히코의 유괴 사건에 대해 적고 있었다. 그와 강선배는 용의자를 쫓다가 교차로에서 실수로 놓치고 만다. 다행히 가즈히코는 돌아왔고 용의자는 사망하지만 미치오는 교차로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차를 돌렸던 것이 실수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 화석의 열쇠 >

쓰기코의 운전 부주의로 딸 지즈가 하반신 마비가 되자 남편 시라이 준타로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준타로가 딸을 키우기로 했고, 쓰기코는 가끔 지즈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그런 방문도 이제 곧 끝날 예정이다.쓰기코가 지즈를 방문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준타로가 열쇠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날은 지즈의 생일이었다. 아빠가 케이크와 선물을 사오길 기대하면서 6시에서 8시 사이에 미리 잠을 자두기로 한 지즈는 꿈 속에서 나비가 날아가는 꿈을 꾼다.

< 기묘한 의뢰 >

KK흥신소의 시나다는 N은행 중역 쓰치야가 아내 사야코의 불륜을 의심하여 의뢰한 사건을 받아들여 그녀를 미행한다. 그런데 사야코는 특별히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언제부터인가 시나다의 미행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시나다는 그녀가 떨어뜨리는 귀걸이를 클럽 여자 유리에게 가져다 주는 등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어느 날, 사야코가 시나다에게 접근해 '자신의 남편이 미행을 의뢰한 것을 알고 있다, 진짜 불륜하고 있는 사람은 남편이다', 라며 역미행을 제안한다.

시나다가 역미행 제안에 응해 남편을 조사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쓰치야는 금방 이를 눈치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시나다는 유리가 살해되자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 밤이여, 쥐들을 위해 >

'나'의 아내 이름은 노부코, 하지만 노부코라는 이름을 최초로 부여받았던 존재는 보육원에서 여덟 살 때 몰래 기르던 쥐였다. '나'는 이 쥐를 소중히 여겼는데 어느 날, '멍구'라는 녀석이 쥐를 철사에 목 메달아 죽이자 정신줄을 놓고 나이프를 집어 든다. 멍구의 팔뚝엔 L자 형태의 큰 흉터가 남았고, 나는 병원에 수용되어 반년만에 교정된다.

백혈병 치료의 권이자이자 종합병원 원장인 요코즈미 다다오와 그의 사위 이시즈가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은 의료사고에 앙심을 품은 자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유력한 용의자의 친구 이하라 사다오가 참고인으로 불려와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 수사는 활기를 기 시작한다.

< 이중생활 >

마키코는 16살 연상인 슈헤이가 자신을 떠나 에기쿠보의 시즈코에게로 가려 하자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마키코는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젊은 은행원 후루하시 데쓰오를 시켜 슈헤이와 시즈코 살해 계획을 짠다. 슈헤이가 매일 밤 자기 전 마시는 고가의 수입 와인에 수면제를 타서 잠들게 만든 뒤 가스 개폐장치를 잠궈 스토브에서 가스가 세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데쓰오는 마키코의 지시대로 이행한 뒤 자랑스럽게 그녀에게 돌아가고 둘은 포도주로 축배를 든다. 하지만 데쓰오는 그녀가 준 포도주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대역 >

인기 연예인 하세쿠라 슌은 지금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도쿄로 돌아가는 중이다. 알리바이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다카쓰 신야라는 자가 해결해 줄 것이었다.

처음부터 교코와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들 다쓰야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둘 사이는 급격이 안 좋아졌다. 아내는 다쓰야를 똑 닮은 아이를 하나만 낳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하세쿠라 슌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나타난 것이 다카쓰 신야였다 LA에서 지낼 때 관계를 가졌던 케리 부인이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남자를 알고 있다며 일자리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하세쿠라 슌은 그에게 아내와 10차례 성관계를 해달라고 일본으로 불러 들였는데 급기야 알리바이까지 부탁하게 된다. 이 일이 끝나면 하세쿠라 슌은 내연녀 기누에와 새로운 삶을 시작할 터였다.

< 베이 시티에서 죽다 >

7년의 형기를 받고 복역하다 1년 일찍 출소한 '나'는 교코를 찾아간다.

6년 전, '나'는 신주쿠의 작은 폭력단 소속이었다. 그때 '나'는 교코와 살림을 차린 상태였고, 세이지라는 동생 같은 녀석과 자주 어울렸다.

어느 날, 야자와 형님이 신에이카이 조직으로 이적을 하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그는 이미 배신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이를 거절했고, 드잡이질을 하다 빼어든 권총이 발사된다. 당황한 '내'가 집에 돌아가 교코와 세이지에게 말했고, 세이지가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와서 야자와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알려준다.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야자와의 몸에서 발견된 총상이 두 개 라는 것이었다. 하나는 복부를 비껴 관통했으나 다른 하나는 심장을 관통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야자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뒤늦게 현장으로 간 세이지가 그의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이지와 교코는 '나'를 배신하고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출소한 '나'는 어렵지 않게 교코를 찾아 냈다. 교코는 세이지가 자신도 배신했다면서 불러내 주겠다고 한다. 화해를 위해 만나자고 했다는 교코의 말을 믿고 나온 세이지는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지만, 나의 손가락은 비정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세이지를 처리한 후 담 교코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진실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 열린 어둠 >

사립 세이에이 고등학교의 말썽꾼이자 폭주족 블랙호크스의 맴버 노리코가 열혈 교사 미즈키 마사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온다. 리더 다카기 아키오가 오쿠타마의 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

노리코의 오토바이를 타고 별장에 가보니 2층 방에 다카기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숨져 있었다. 노리코,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새벽 6시 30분에 별장에 도착한 뒤 시너를 마시고 잠들었다 깨어나니 다카기가 숨져 있었다고 했다. 노리코는 경찰에 지금 신고하면 자기가 범인으로 잡혀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날 다카기가 헤어지자고 해서 대판 싸운데다 심장에 박혀 있는 칼도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3일 전에는 체육 교사 아카자와 다케시가 학생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운전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은 스즈타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

마사는 그 사건의 범인이 다카기를 죽였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맴버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다카기가 아카자와 선생을 좋아했고, 아카자와 선생은 스즈타를 좋아했었다는 동성 삼각관계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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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 <열린 어둠>은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인간 심리를 다루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품 모두 정교한 트릭이 숨겨져 있는데 반전을 알아차리는 순간, 독자는 속았다는 느낌 보다 삶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본 느낌을 받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베이 시티에서 죽다>이다. 한편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의 이 작품은 렌조 미키히코가 감각적인 문체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수작이다.

'나'는 애초에 야자와의 심장에 총을 발사해 죽게한 것이 맞다. 뒤늦게 도착한 세이지가 형님인 '나' 대신 잡혀가기 위해 야자와의 복부에 총알을 발사한 뒤 자신이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고 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륜 관계였던 교코가 함께 도망가자고 해서 일이 틀어진다. 교코가 가지고 있던 립스틱 통에는 세이지가 당시 배신을 참회하며 자른 손가락이 있었고, 도망간 둘은 죄의식 때문에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다.

<두 개의 얼굴>은 '나'의 아내와 불륜을 벌이던 동생이 형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뒤 자신의 내연녀를 살해하여 완전범죄를 기도한 사건이다. 다소 기교에 치중한 느낌이며, 어둠 속에서 '나'의 범행을 지켜보는 또 다른 범인 설정이 섬뜩하다.

<과거에서 온 목소리>의 트릭은 이중 유괴이다. 강선배는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범인에게 몸값을 주기 위해 또 다른 유괴를 실행한 것이다. 어렸을 적에 유괴 당한 경험이 있는 야마모토 미치오는 우연히 강선배의 상황을 알게 되고 그를 보호해 주기 위해 용의자를 일부러 놓친다

<화석의 열쇠>는 지즈의 엄마와 아빠 모두 지즈를 살해하려다 뒤늦게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비정한 그들이 뒤늦게 재결합해 아이를 키우는 쪽으로 마음을 먹지만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한해 보인다.

<기묘한 의뢰>는 곳곳에 함정과 복선을 깔아둔 복잡한 작품인데 미행 대상이 사실은 시나다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나다가 만나고 있는 유리라는 여자가 N은행의 중역 쓰치야의 불륜 상대였다.

<밤이여, 쥐들을 위해>는 백혈병으로 오진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실제 백혈병을 걸리게 만든다는 기괴한 설정과 '멍구'가 누구인지 헤깔리게 만드는 서술트릭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중생활>은 선입견을 활용한 트릭인데 나이 어린 여자 마키코가 본처였고, 나이 많은 시즈코가 불륜상대다. 그녀의 계획은 시즈코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은 뒤 시즈코를 범인으로 모는 것이다

<대역>은 진짜 대역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추적하며 진행된다. 자신의 하위호환 버전 쯤으로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진정한 주인공이었음을 알게된 '나'는 진짜 대역이 누구였는지 그제서야 깨닫는는다.

<열린 어둠>은 어딘지 모르게 오자키 유타카의 <졸업>이라는 노래를 연상시킨다. 젊은 치기와 기성 세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살인을 저질러 결백을 증명하려 하는 어이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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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토커 스토리콜렉터 69
로버트 브린자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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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 나가는 가정의학과 의사 그레이엄 먼로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팔은 침대 머리판에 묶여 있었고, 투명한 비닐봉지가 머리에 씌워져 있어 명백한 타살이었다. 수사 책임자 에리카 포스터 경감은 그가 아내와 이혼 소송중이었다는 점, 전과가 있는 처남 게리 윌름슬로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 게이 포르노 잡지가 발견된 점 등을 단서로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현장에 남은 법의학적 증거가 거의 없어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얼마 뒤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피해자는 기자 출신 TV 쇼 진행자 잭 하트였다. 그 역시 약물을 마셔 항거 불능이 된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질식 당해 사망했다. 수법이 거의 유사했기에 연쇄살인이었다.

마지막 희생자는 사건을 담당한 법의학자 아이작 스트롱의 게이 파트너 스티븐. 그는 가학적 성향의 범죄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다만 이번엔 그가 약물에 내성이 있어 범인에게 저항했다는 점, 범인이 이성을 잃고 그의 머리통을 박살냈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최초 발견자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스티븐과 심하게 다툰 아이작이라는 사실이었다. 에리카 경감의 앙숙 스팍스 경감은 아이작을 연쇄살인범으로 간주하고 그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한다. 한편 에리카 경감은 상부 지시 불이행에 따른 징계로 사건에서 제외되고 만다.

자살봉투라 불리는 질식도구에서 발견된 DNA와 유리창에 남은 작은 크기의 귀 모양을 근거로 에리카는 범인이 여성이라는 가정하에 수사를 하지만, 프로파일러는 여성 연쇄살인범이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에리카를 지지하지 않는다. 상관 마쉬는 그녀의 뛰어난 직관에도 불구하고 돌발행동을 용납할 의지가 없고, 라이벌 스팍스 경감은 야비한 태도로 그녀를 압박해 온다.

동유럽(슬로바키아) 출신 이민자 경감 에리카 포스터, 범인에게 수시로 인종차별 발언을 듣는 흑인 피터슨과 여성 배우자와 아이를 키우는 레즈비언 모스, 그리고 게이 법의학자 아이작으로 이루어진 '비주류 팀'은 과연 연쇄살인범을 잡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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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백인 남성에게 매맞는 아내 시몬. 첫번째 희생자는 남편에게 학대당한 상처를 치료한 의사였으나 그녀의 최초 진술-남편이 끓는 물로 고문했다는 사실-을 뭉개버린 죄, 두번째 희생자는 자신을 방치한 어머니-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혈육인-를 신문지상에 기사화 하여 자신을 고아로 만든 죄, 세번째 희생자는 가학적인 소설로써 남편에게 학대 아이디어를 죄공한 죄였다.

뻔한 클리셰로 비주류 독자에게 어필하는 <얼음에 갇힌 여자>의 후속편으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도로 진행된다. 수수께끼 풀이랄 것도 없이 범인이 전반부에 등장해 긴장이 떨어지고, 미스터리 소설의 본류에서 벗어나 PC에만 집착하다 보니 어색한 설정이 반복된다.

에리카 경감이 범인 체포에 지대한 공을 세웠음에도 승진에서 밀려나게 만든 뒤 그녀가 전근 신청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결말도 이러한 강박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5069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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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레스코 홍신 엘리트 북스 90
아베 프레보 / 홍신문화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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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귀인의 수기>를 쓴 저자가 스페인으로 출발하기 6개월쯤 전, 우연히 만난 청년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청년의 이름은 슈발리에 데 그뤼였는데, 매춘부 무리 -행실이 나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아메리카행 선박에 실릴 예정인- 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가 보살피고자 한 매춘부의 이름은 마농 레스코였다.

슈발리에는 P에서도 명문가로 알려진 집안의 자식이었다. 그는 부모의 뜻에 따라 아미앙에 보내져 철학 과정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우연히 마농 레스코를 만나 한 눈에 반해 자신의 인생을 흙탕물에 내던지고 만다.

당시 마농은 부모의 뜻에 따라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녀원에 갈 처지 -였거나, 그렇게 주장하는 처지- 였다. 마농은 슈발리에가 도피를 제안하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에 응해 수중에 있는 얼마간의 돈으로 쾌락을 좇으며 아무런 계획 없이 순간을 살아낸다.

젊고 아름다운 두 남녀는 돈이 있는 동안은 서로를 애무하고 정념을 채워주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마농은 천성이 어리석고 사치욕과 쾌락이 충족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다른 사내에게 몸을 의탁하고 사치품과 연금을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슈발리에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그를 애무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슈발리에는 어찌어찌 B라는 사내로부터 마농을 되찾아오지만, 마농은 그 뒤로도 M.G.라는 돈 많은 중늙은이와 그 아들로부터 일정한 금전을 약속 받고 가차 없이 슈발리에를 배신했다 .

결국 슈발리에는 그녀의 사랑을 얻는 길은 풍족한 돈으로 그녀의 허영을 충족시켜주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 사기 도박꾼으로 전락하고 만다. 실제로 얼마간 돈을 따기도 하여 쏠쏠한 재미를 본 슈발리에는 자신의 인생이 어쩌면 순탄하게 흘러갈 지도 모른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집이 화마에 휩싸이는가 하면 하인들이 돈을 도둑질해 도망치는 등 불운이 찾아오고 인생은 그의 계획과 달리 나락으로 치닫는다.

그럴때마다 슈발리에는 디베르쥬라는 친구의 우정을 서슴없이 이용했다. 물론 종교적 열정이나 미덕에 대한 열망이 아주 잠깐 그에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마농의 아름다운 모습에 번번히 굴복한 슈발리에는 망나니 짓을 멈추지 못했고, 끝내 감옥에 갇힌 뒤 무리하게 탈옥하는 과정에서 살인까지 저지른다.

결국 슈발리에와 마농의 끝간 데 없는 행동은 '아메리카로의 강제 이송'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신대륙에서 정직한 삶을 개척하려던 슈발리에는 마농의 미모에 반한 또 다른 사내와 결투를 벌인 끝에 그를 상처 입힌 뒤 사막으로 도주한다.

쇠약해진 마농이 사막에서 끝내 목숨을 거두자 시체를 묻어 준 슈발리에는 탈진해 무덤 위에 쓰러진다.

뒤늦게 슈발리에가 결투 당시 손속에 정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된 마을 사람들이 슈발리에를 찾아나서고, 결국 구출된 그는 다정한 친구 디베르쥬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방탕한 행실로 인해 충격을 받아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아베 프레보는 작품 속 슈발리에 처럼 유서 깊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종교와 군대를 오가며 열정을 불태우다, 저작에 몰두해 <귀인의 수기>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마농 레스코>는 <귀인의 수기> 7권 중 마지막 권에 해당하며, 1731년에 발표된 이후 수없이 중판되었고 발레와 오페라, 영화 등으로 여러차례 각색되어 제작 되었다.

슈발리에와 마농의 비극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것은 정념으로부터 시작되어, 솔직함으로 증폭된다.

작품 속 마농은 외견상 슈발리에를 배신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언제나 '슈발리에를 사랑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되뇌이며, 그녀의 이러한 고백은 거짓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녀는 자신만의 도덕관과 정조관념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행동할 뿐 그 이상의 불순한 의도를 품을 만큼 복잡한 것은 계획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순진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자신의 욕망에 정직한 악녀이다.

그렇다면 슈발리에의 잘못은 무엇인가? 그 역시 정념의 불길에 솔직하게 몸을 내맡겨 미덕과 신념을 내팽개친 죄밖에 없다. 그는 마농의 육체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난 있다면 다정한 친구의 우정도 버릴 수 있고, 사기를 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명을 빼앗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 될 수 있다.

결국 만나서는 안 되는 두 젊은 조합이 만나 상대방을 기진맥진하게 하고 영혼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저당 잡혀가며 삶 자체를 파괴하는 한바탕 살풀이를 한 끝에 한 사람은 죽음으로 퇴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돌아온 탕아가 되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정념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욕망을 동기로 하는 행동의 묘사는 훌륭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매우 단순하게 처리하는 점과 우연적인 사건들이 반복되는 점 등은 다소 소설을 유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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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제형사경찰기구(C.I.P.C)에서 파리 치안국으로 전보가 연이어 날아온다. 매그레 반장은 국제 비밀 약호인 폴코드로 작성된 전보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전보는 라트비아인 피에트르가 폴란드 크라쿠프를 통해 브레멘, 암스테르담과 브뤼셀을 거쳐 파리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코펜하겐 국제신원조사국에서 피에트르의 인상착의를 보내왔는데 외견 연령 32세, 신장 169, 로 시작하는 구술 몽타주는 대단히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매그레는 에투알 뒤 노르가 도착하면 곧바로 피에트르를 체포하기 위해 북역 플랫폼에서 대기한다. 잠시 뒤 구술 몽타주의 인상 착의와 비슷한 사나이가 지나간다. 체크무늬 초록색 외투를 걸친 그 사나이를 체포하려는 순간, 열차 승무원 한 명이 5번 객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고한다. 매그레는 초록색 외투를 입은 사나이를 뒤로 한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화장실 바닥에는 구술 몽타주와 매우 닮은 사나이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사망한 사나이가 피에트르인지, 아니면 초록색 외투의 사나이가 피에트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망한 사나이의 신원은 차차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 매그레는 초록색 외투의 사나이를 쫓아 마제스틱 호텔로 간다. 그런데 피에트르로 추정되는 이 사나이는 뜻밖에도 억만장자 모티머 레빙스턴과 친분을 과시했다. 매그레는 모티머 레빙스턴에게 '당신이 저녁을 함께하려는 사나이가 국제적인 범죄자 피에트르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쌀쌀한 대꾸였다.

초록색 외투의 사나이가 매그레의 감시망을 벗어난다. 매그레는 그가 남기고 간 한 장의 사진을 단서로 추적을 계속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스완 부인으로 그녀의 남편은 제토이플호의 이등 항해사라고 했다. 그녀의 집을 감시하던 매그레는 한 남자가 나오자 그를 미행했다. 하지만 그는 피에트르와 인상착의는 비슷했으나 행색이나 태도, 특히 술을 마시는 모습과 체념한 듯한 분위기 등이 전혀 국제적 범죄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단서를 추적하던 매그레의 수사망에 또 다른 사내 하나가 걸려든다. 그 역시 피에트르와 인상 착의가 비슷했다. 하지만 '시칠리아의 임금' 이라는 형편없는 여인숙에서 사는 그의 이름은 표도르 유로비치라는 러시아인이었고, 함께 사는 유대인 여자 안나 고르스킨과의 관계 등으로 판단컨데 피에트르라고 보기 어려웠다.

잠복하던 매그레 경감의 부하가 총격으로 사망하고, 매그레 역시 옆구리에 총상을 입는가 하면, 억만장자 모티머가 안나 고르스킨에게 살해 당하는 등 추적을 방해하려는 실질적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진다. 하지만 초록색 외투의 사나이, 객차에서 살해된 남자, 제토이플 호의 이등 항해사, 러시아인 표도르 유로비치 중 누가 피에트르인지는 모호하기만 하다.

조르주 심농은 루이스 세풀베다, 헤밍웨이, 존 르카레, 알베르 카뮈 등 많은 소설가들에게 각별한 애정과 찬사를 받았던 것으로 유명한데, <수상한 라트비아인>은 그가 창조한 거구의 형사 매그레 반장 시리즈 제 1권으로 1930년에 쓰여졌다.

작품은 <갈레 씨 홀로 죽다>와 유사하게 쓸쓸한 정조를 띠고 있다. 쌍둥이로 태어난 한스 요한손과 피에트르 요한손은 어렸을 적부터 한 사람은 지배하고 다른 한 사람은 추종하는 기묘한 관계로 성장한다. 한스의 삶을 좌지우지 하던 피에트르가 급기야 그가 사랑한 여인 안나 마저 신분 세탁에 이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빼앗아 버리고, 절망한 한스에게 마련된 것은 형편없는 여인숙과 그악스런 유대인 여인 안나 고르스킨 뿐이었다.

한스는 열차에서 피에트르를 살해한 뒤 그로 분해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했으나 뜻 대로 되지 않는다. 매그레는 그를 체포하는 대신 자살을 묵인함으로서 한많은 그의 인생에 조의를 표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283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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