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않는다
은희경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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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 여성 당선자 동인 작품집으로, 2000년에 발간되었고 다섯번째 동인작품집이다.

표제작은 은희경의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이다. 팔삭둥이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어머니의 도덕적 타락을 경험한 주인공이, 성당으로 표징되는 정상 세계로 재진입하고 싶어하는, 실현되기 어려운 욕망을 담은 피카레스크 소설이다. 은희경 특유의 재치와 입담 덕에 잘 읽힌다. 잘 읽히는 것만도 어딘가.

박자경의 <비닐 봉지 하나 새처럼 길을 가다>는 파편화된 도시인의 불안과 고독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들은 영문 이니셜로 표기되며, 그들 삶의 한 순간을 스케치하듯 그려내는데 딱히 와닿지 않는 작품이다.

송혜근의 <거울이 놓인 방>은 어딘지 모르게 강신재를 떠오르게 하는 부르주아풍 배경이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새엄마와 의붓딸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송우혜의 <치자꽃 필 무렵>은 고급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배계급 구성원의 일원으로 편입되고자 하는 당숙모와, 그녀를 도우며 생계를 꾸려가는 인텔리 조카의 이야기이다. 상당히 고전적인 구성으로 짧은 분량의 이야기 속에 재미와 풍자, 교훈까지 담고 있어 그야말로 '단편소설'을 한편 충실히 읽은 기분이 든다.

김지수의 <패랭이꽃 한 송이>는 일종의 환몽구조식 소설이다. 주인공은 남편이 부도를 내자 낯선 공간으로 몸을 피신한다. 피신한 곳의 주인 할머니는 첫째 아들은 사고로 잃고 약간 모자란 둘째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난 후 다시 남편과 만난 주인공은 피임을 하며 한사코 아이 갖기를 거부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전경린의 <목조 마네킨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옛 남자친구가 동성애자임을 뒤늦게 알게되는 이야기다. 여성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 경계까지 확장하여 섬세한 필치로 그린 짤막한 소설.

한정희의 <X>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그 상실감을 청소년 상담전화를 받으며 달래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떠올리며 아이 또래 애들이 자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아이들은 '고통은 결코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다는 기억'만을 안고, '다음에 또 한번 자살을 시도한다면 그땐 꼭 성공하고 말리라는 결심' 할 뿐이다.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존재하는 그 심연의 시기에,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긴 할까...

윤명제의 <능안에서 살다>는 현실(아파트)과 능(치유의 공간)을 대비시켜 불치병에 걸린 중년 여성의 한 시기를 포착한 이야기다. 구도는 좋으나 알맹이가 부실하다.

조민희의 <우리들의 작문교실>은 2000년 당선 작품이다. 깜찍한 주인공 '나'와, 하나뿐인 단짝 위니의 이야기다. '나'는 어느 날부터 엄마 가게에 나타난 소설가 아저씨가 매우 좋았고 그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오던 그가 어느 날 부터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위니가 그에 대해 알고 있다 했다. 위니의 말에 따르면 아저씨는 위니 엄마와 대학 동창이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저씨가 잘난 척 해서 싫어한다더라는 얘기 따위를 했다. 그런데 위니는 이런 말을 하는 도중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롤러 블레이드를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나'는 볼러 블레이드를 받아야만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위니가 이해 되지 않는다. 눈물 범벅이 된 위니를 떠올리며 롤러 블레이드를 주기로 결심한 뒤 '나'는 어제와는 다른 아이가 된 것 같다.

얼핏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연상시키는 소설로 깜찍한 주인공이 세상 만사를 잘 알고 있는 조숙한 아이인 듯 싶지만, 사실은 어른의 세계를 엿보아 버린 위니가 먼저 조로(早老)의 저주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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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EBS라디오문학상 작품집 : 바보아재 외
유순하 외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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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소한 이름의 "EBS 라디오 문학상"은 "낭독하기에 좋고, 이야기와 감동이 살아 있는 우리 문학작품들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 되었다. 책으로 발간된 것은 2회 뿐인 것 같고, 책 뒷면에 대상 수상작인 바보아재를 낭독한 오디오 CD가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한창 라디오 독서실, 라디오 문학관 따위의 프로그램을 녹음해서 오디오북 듣는 데 취미가 붙었던 시기에 산 책인데, 종이책은 이제서야 읽는다.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서진연의 <괴산>이다. 정빈-영희 부부는 괴산에 집터를 얻어 손수 집을 짓고 며느리 희수가 맡긴 손녀 서연을 키우며 살고 있다. 40년간의 고달픈 떠돌이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붙박이로 뿌리 내리는 하루 하루가 정빈에게는 고맙기만 하다. 한편, 남편이 죽고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생계를 위해 캐디 일을 하는 희수는 서연을 보러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불안정하나마 삶이 그럭저럭 살아지던 어느 날, 희수는 자신이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수술비를 걱정하다 시부모가 본인 몫으로 해준 괴산 집문서에 생각이 미친다. 하지만 노인네들의 마지막 생활 터전인 집문서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차를 몰아 되돌아가는데 조수석에 낯익은 서류봉투가 놓여 있다. 서류봉투에는 집문서가 들어 있었다. 시아버지 정빈은 언제나 희수가 차를 몰고 떠날라치면 하늘에 대고 손전등으로 빛을 비춰 주었다. 혹시라도 희수가 뒤돌아 보면 배웅하는 빛들을 보고 위로를 얻으라는 뜻이었으리라.

유순하의 <바보아재>가 대상 수상작인데, 샘골 송순당의 바보아재와 그를 임종까지 지켜보는 장손 오상의 이야기다.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이 떠오르는 고졸한 맛의 작품.

구효서의 <여름은 지나간다>는 난해하고, 잔혹하다. 하는 전쟁통에 사상 때문에 아내와 아이를 버리고 북으로 갔다가 6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아내는 파는 염색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돌아온 집 부근에는 새를 잡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새를 잡는 족족 모가지를 꺾어 기절시키고 몇 겹의 투명 비닐 부대에 백여 마리씩 쑤셔 담아 발효시켰다가 호텔에 팔아 넘겼다. 열 대여섯 먹은 남자아이도 때때로 나타났는데 야구 방망이를 들고 왔다가 퍽퍽 소리를 수차례 낸 뒤 돌아갔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개를 두들겨 패는 소리였다. 파 역시 모기를 수북히 잡아 범무늬개구리 양식장에 팔았다.

TV는 하의 인터뷰를 따려 했지만 수월치 않았고, 의자에 앉아 육십년 이쪽 저쪽의 세월의 몽롱하게 회고하는 하에게 파는 무언가 먹을 것을 내밀며 '자셔요' 할 뿐이다.

김연수의 <벚꽃 새해>는 헤어진 정연이 선물로 준 태그호이어 시계를 되돌려 달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미 시계를 팔아버린 '나'는 정연과 함께 시계를 되찾기 위해 일시적으로 함께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계방 아저씨의 병마용과 아내와의 '실행 하지 못했던' 여행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유타야에 있는, 보리수에 감싸여 땅 밑에서 올라온 불상 머리를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

권여선의 <봄밤>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린 수환과 알코올 중독에 걸린 영경의 생애 마지막을 신산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최민우의 <이베리아의 전갈>은 다소 아쉬운 작품으로 설정이나 디테일이 허술하다. 블랙요원이 장관표창 따위 때문에 조직에 등을 돌린다는 설정이나, 정직 처분으로 연금을 날린다는 표현 등은 작가가 공직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드러낸다. 쿠데타가 일어나고 요원들이 토사구팽 당하는 클리셰도 진부하다.

전재민의 <미염공>은 어느 날 일어나보니 수염 대신 풀이 자라나는 사내 이야기다. 탈모인 아버지가 자신을 부러워 하다 어느 순간 여성성을 띠게 되고, 어머니는 사회 생활을 통해 한껏 자신감을 획득하는 에피소드와 결합하여 경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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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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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사키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사키의 엄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어른들의 세계를 책으로 써내지만, 사키에게도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날 사키가 잠들 기 전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는 사나운 곰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곰군은 못된 녀석이었는데 신호등을 한 방에 부수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걸 보라색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곰군 때문에 곤란해 하자 아라이네 아저씨가 곰군을 집으로 데려가 아들로 삼기로 한다. 그 뒤로 곰군은 양처럼 순해져서 매일 매일 시키는 대로 얌전히 빨래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사키가 왜 그런거냐고 묻자 엄마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네 집으로 갔으니 아라이곰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해준다.

(아라이 아저씨 성을 따서 쿠마가 아라이쿠마=빨래하는곰=미국너구리가 되었다는 언어유희)

다음 날 사키는 곰군이 아라이 아저씨한테 속아서 성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자 엄마는 사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성이 바뀐 곰 이야기에 사키가 동정심을 보인 것은 사키의 부모가 이혼해서 사키의 성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키와 엄마의 이야기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 따뜻함이 녹아 있는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이어진다.

엄마가 하는 말을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잘 못 들어 빚어진 오해, 무서운 이야기와 별자리 이야기, 동네 할머니와 나눈 식물 이야기,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엄마와 함께 집 안에서 정감 어린 대화를 나누다 잠드는 이야기 등등

그 중에 표제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 하나.

가을로 들어선 어느 저녁 무렵입니다.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만드는 중이에요. 집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부엌 안은 된장 냄새가 그윽하고요. 사키는 식탁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달의- 사막을

사박- 사박-

고등어- 조림이

지나- 가네요-

그 노래에 사키가 연필을 쥔 손을 딱 멈추고 말했습니다.

"귀여워!"

"뭐?"

"방금 그 노래."

엄마는 고등어조림을 접시에 담으면서 말했어요.

"그래?"

"응. 넓디넓은 사막을 말야. 고등어가 종종거리면서 가는 모습이 되게 귀엽잖아요."

"...그렇고 말고"

교과서와 노트를 치우고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조용합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엄마, 왜 그래?"

"응. 있지 나중에 사키가 어른이 돼 부엌에서 고등어조림을 만들 때, 오늘 일이 생각날까... 해서."

"응... 그럴지도 몰라."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의 본명은 미야모토 카즈오로 1949년생이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다닐 때부터 미스터리클럽에서 활동했고, 집안에 교육자가 많아 본인도 교편을 잡은 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그러다 1989년 익명으로 투고한 미스터리 소설 <하늘을 나는 말>이 좋은 반응을 보인 뒤 <밤의 매미>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백로와 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미스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작가가 '모녀' 가정을 보고 어린 친구들의 슬픔이라든지 두려움이라든지 기쁨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이 지켜보는 어린 사키를 써보고 싶어 집필했다고 동기를 밝힌 동화인데 오나리 유코의 귀여운 삽화와 잘 어울리는 울림 있는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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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 세계를 바꾼 사소하지만 중요한 188가지 사건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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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1942년 도쿄 출생으로 고등학교 교사, 대학 교수, NHK TV와 라디오 강사이며, 고교 <세계사> 편집과 집필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이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1, 2>가 정사 위주라면, 이 책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에서는 일반 통사, 개설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흥미 본위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o 세계지도를 영어로 '아틀라스'라 부르는 까닭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신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전 '티탄(거인족)'이라 불리는 신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있었다. 아틀라스는 엄청난 힘으로 하늘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퇴치하고 오는 길에 아틀라스에게 하룻밤 잠잘 곳을 청했다가 거절당한다. 화가 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내보이자 아틀라스는 순간 바위산으로 변하여 현재의 지브랄탈 해협의 아프리카 북서부에 동서로 우뚝 솟은 아틀라스 산맥이 되었다.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계승한 유럽에서 후에 지도를 그릴 때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를 그려 넣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그런 이유로 세계지도를 영어로 아틀라스라 부른다.

o 역에 남아 있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의 허영심

로마력의 7월은 카이사르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Julius, 영어로 July)'라 부르게 했다. 그러자 옥타비아누스도 자신의 탄생월 8월에 자기 이름을 붙여 '아우구스투스(Augustus, 영어로 August)'라 부르게 했고, 카이사르의 달과 같은 날수로 하기 위해 2월에서 하루를 빼서 31일이라는 큰 달로 바꾸었다.

o 기원 전과 기원 후

525년에 로마의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는 매년 부활절 날짜를 간단하게 계산하려고 532년 주기의 부활절력을 만들고, 계산의 기점이 되는 해를 예수 탄생일로 하여 라틴어로 Anno Domini(주님의 해, 기원 후)로 정했다.

한편, 기원 전인 Before Christ는 17세기에 뉴튼 등이 세계 공통의 연표를 만들려고 노력하던 17세기에 지어져서 라틴어가 아닌 영어가 되었다.

그런데 실제 예수가 태어난 것은 기원전 4년 이전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o 예루살렘이 세 종교의 성지가 된 역사적 이유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다. 지명은 히브루어로 예루(Yeru, 일족)와 샬렘(Shalam, 평화)의 합성어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왕국 제2대 왕 다윗이 수도로 정하고 아들 솔로몬이 신전을 세운 유대인의 성도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후 부활이 이루어진 신성한 도시다.

이슬람교 입장에서 보면,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의 창성기에 마호메트가 유대교도를 본받아 이 도시를 예배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성지다.(메카, 메디나에 이은 제3의 성지)

o 가축은 도살 방식에도 의미가 있다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들은 하느님이 이름을 외치면서 가축의 피를 빼내는 것으로 동물에게서 영혼이 빠져나가 '물건'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은 돼지고기, 죽은 고기와 함께 동물의 '피'를 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한편, 몽골은 채소가 부족해 '생피'는 중요한 비타민과 영양을 보급하는 원천이었기에, 짐승을 먹고자 할 때는 사지를 묶고 배를 갈라 짐승이 죽을 때까지 손으로 심장을 쥐어 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o 도시 성격은 접미사에서 알 수 있다

게르만인은 성과 요새 도시에 '부르크(-burg)' 라는 접미사를 붙였고, 슬라브인은 성채도시에 '그라드(-grad)'라는 접미사를 붙었다. 중국은 벽으로 에워싸인 취락 지구를 크고 작음에 상관 없이 '읍(邑)' 이라 불렀다. 동슬라브인은 '스크(-sk)', 이란인은 '칸드(-kand)', 터키인은 '켄트(kant))'를 도시나 마을의 명칭 접미사로 사용했다.

o 전 세계로 확산된 라틴계, 게르만계 지명의 특징

고대 로마에서는 지방명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이아(-ia)'를 이용했다. 이베리아는 '이베르인의 지방', 불가리아는 '불갈인이 사는 지방', 그리스는 '그라키에인이 사는 지방' 이다. 라이베리아는 자유의 나라라는 의미가, 소말리아는 소말리인의 나라라는 의미다. 펜실베니아 주는 '펜 숲의 지방'이라는 뜻이다.

한편 게르만 사회는 '란트(-lant)' 또는 '랜드(-land)'를 지방명으로 나타내는 접미사로 이용했다. 잉글랜드는 '앵글인의 지방', 네델란드의 모태인 홀란드는 '저지대 지방', 폴란드는 '폴란드인의 지방', 아일랜드는 '서쪽 지방', 핀란드는 '핀인들이 사는 지방' 이다.

o 거신 아틀라스는 바다에도 전설에도 살아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한 도시국가 아테네에 절망하여 이집트인의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아틀란티스 섬의 '실락원' 이야기를 완성했는데, 이것이 아틀란티스 전승의 시작이다.

o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지금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

7요일의 이름 중 게르만족이 섬기는 신들의 이름에서 유래한 요일이 있는데 주신 오딘(Odin=Wodan)의 이름은 Wednesday에, 그 아내이며 가정과 결혼을 다루는 신 프리그(Frigg)의 이름은 Friday에, 군신 티코르의 이름은 Tuesday에, 뇌신 릴의 이름은 Thursday에 흔적이 남아 있다.

o 파키스탄 국명의 유래

스탄(-stan), 이스탄(-istan)은 페르시아어로 지역, 지방, 나라를 의미하는 말이다. 파키스탄은 주요 네 지방, 즉 펀자브(p), 아프간(a), 카시미르(k), 신도(s) 주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o 왜 이슬람교에는 라마단이 있을까

630년 메카를 정복한 마호메트는 "모든 계급은 소멸했다. 당신들은 아담의 자손으로 평등하다"라고 선언했다. 이슬람력 제9월인 라마단(단식월)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환자, 임산부, 유아 등을 제외한 이슬람교도들은 모든 음식이 금지된다. 가난하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신도의 고통을 함께 체험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o 카드 그림은 신분제를 상징한다

다이아몬드는 상인의 '돈', 스페이드는 기사의 '검', 하트는 성직자의 '성배', 클로버는 농민의 '나무막대'를 의미하며 조커는 '거리의 재주꾼'을 상징한다.

o 마녀재판은 사실 인텔리가 선동했다

마녀재판의 전성기는 르네상스, 종교개혁의 시대였다. 16, 17세기 마녀 사냥의 전성기에 대략 30만~50만이 희생당했다. 이때 카톨릭 뿐 아니라 프로테스탄트도 열렬히 마녀사냥에 뛰어들었는데, 인문주의자나 종교개혁자 등 인텔리가 자신들의 행동을 '정의'라고 긍정했다고 한다.

o 알렉산드로스의 무모함이 역사를 바꿔 놓았다.

기원전 333년경에 알렉산드로스군은 현재 터키의 앙카라 부근에 위치하고 있던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 들어갔다. 거기엔 '고르디우스의 수레'가 신전 기둥에 묶여 있었는데, 그 매듭이 어찌나 복잡한지 "이 매듭을 푼 사람은 누구든 전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허영심에 사로잡힌 알렉산드로스는 매듭을 풀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칼을 빼서 매듭을 잘라 버렸다. 이때부터 규칙을 무시하거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o 아라비아 어원의 영어가 말하는 이슬람 문명의 선진성

영어화된 아라비아어 : admiral, caravan, magazine, check, cotton, sugar, syrop, coffee, pajamas, sofa...

o 세계사를 크게 바꾼 아일랜드의 감자 대흉작

1845년 감자가 말라 버리는 질병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이후 수년간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기아와 발진티푸스 등으로 사망했고, 1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고향을 버리고 영국이나 미국 등으로 이주했다. 이러한 '감자 농민'의 대거 미국 이주가 되풀이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까지 무려 5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일랜드에서 국외로 이주하였다.

o 알래스카를 통째로 미국에 팔아 넘긴 러시아

19세기 중반 돈이 되는 30만 마리의 해달이 모두 절멸 직전까지 가자 러시아는 이 땅이 경제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1867년에 720만 달러라는 헐값에 미국에 팔아넘긴다. 이후 19세기 말 대량의 금이 알래스카에서 산출된다.

o 이슬람 원리주의의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기에는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마호메트는 그 사도이다"라는 문구와 무력을 표시하는 '검',이 그려져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름은 '사우드가'의 '아라비아'라는 의미이다. 사우드가의 압둘 아지즈(1880-1953)는 1902년에 쿠웨이트에서 10년간 망명생활을 하다 리야드의 성을 탈환하고 그후 아라비아 반도 대부분을 지배하다 1932년에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을 선언했다. 그는 1953년에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는데 그의 몸에는 43군데나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o 기구한 인생이 낳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스페인 사람 세르반테스(1547~1616)는 귀머거리에 가난해서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1571년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가슴에 두 군데 상처를 입고 왼손의 자유를 잃었으며, 1957년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전쟁에 참가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오스만 제국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생활을 했다. 5년 뒤인 33세에 겨우 몸값이 지불되어 마드리드로 귀환한 세르반테스는 식량 징발원, 세금 수금원 등으로 일했으나 그가 공금을 맡기던 은행이 파산하고 상사의 범죄에 연루되어 투옥되기까지 한다. 1605년 궁핍한 형편에서 집필하고 있던 <돈 키호테>가 가까스로 발간되어 문인으로서 명성을 얻은 나이는 58세였다.

o 이문화와의 조우가 낳은 '모른다'는 이름의 동물

영국의 항해사이자 탐험가 제임스 쿡은 1770년 호주 동부 해안 지방에 상륙해 폴짝폴짝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기묘한 대형 동물을 보고 원주민에게 "저건 뭐지"라고 물었다. 원주민은 "캥거루!"라고 답했다. 그 뜻은 "모른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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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전투 코끼리 선스시 동물동화 3
선스시 지음, 이지혜 그림, 윤지양 옮김 / 다락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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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스시는 1952년 생으로, 1969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윈난 국경지대의 시솽반나 다이족 마을에서 18년간 지냈다고 한다. 류츠신의 <삼체>를 보면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홍위병들의 광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들자 공산당이 이들을 전국 각지의 농촌으로 흩어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선스시 역시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었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때로는 '맨발의 의사'로, 때로는 동물을 관찰하는 과학자로 등장하는 데 공산당의 명령에 따라 그때 그때 오지 마을에서 필요한 업무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코끼리 발의 가시를 빼 주다>는 단기간의 의술 교육만 받고 오지 마을에 파견된 '맨발의 의사'인 화자가 집체만한 코끼리에게 이끌려가 아기 코끼리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내용이다. 코끼리는 그 댓가로 커다란 야생 벌집을 가져다 준다.

<최후의 전투 코끼리>는 뒷맛이 씁쓸한 작품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 되기 전 쉬솽반나 지역에는 코끼리로 구성된 '상병' 부대가 있었다. 이 부대는 왜놈들이 미얀마를 침략 하였을 때 80여 마리가 몰살 당하면서 해체되고 만다. 그 때 유일하게 생존한 가숴라는 코끼리가 사람들 손에 거둬져 50살이 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숴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전투 코끼리 차림을 한 뒤 코끼리 무덤을 찾아 간다. 다분히 선전적 느낌의 작품이다.

코끼리는 우두머리 수컷이 대규모 무리를 이끌다가 젊은 도전자에게 패배하면 무리에서 무리에서 떨어져 지낸다고 한다. 그러다 죽을 때가 되면 코끼리 무덤을 찾아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코끼리 무덤>은 한 우두머리의 쓸쓸한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코끼리가 대규모로 물을 마시러 나타나자 악어와 코뿔소가 조용해 지고 사자도 멈칫 거리다 털레 털레 어디론가 사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약육강식의 밀림에서 어쩌면 코끼리가 경찰일지도 모른다는 <코끼리 경찰>은 이러한 광경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죽음의 놀이>는 경찰견 라라가 폭주하는 코끼리를 차분하게 진정시켜 철제 우리에 다시 가둔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발판>은 철저히 인간 우위의 시각에서 쓰여진 작품이다. 멧돼지와 함께 함정에 빠진 화자는 멧돼지를 발판 삼아 함정에서 탈출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멧돼지를 함정에 내팽개치고 떠나버린다.

<멧돼지 죄수>는 멧돼지들이 자진해서 호랑이를 따라 다니며 희생양이 된다는 내용이다. 멧돼지 입장에서는 그 편이 생존률이 높기 때문이라는데 동물의 습성이 아닌 인간의 시각에서 사회공학적 해석을 덧붙이고 있어 썩 잘 된 작품 같지는 않다.

<멧돼지왕>은 작품집에서 유일하게 동물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어렸을 적에 사람 손에 의해 길러진 멧돼지가 야생성을 획득하고 자신의 돼지 무리를 이끌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달가슴곰과 나의 역도 시합>은 어리석고 질투심 많은 반달가슴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꾀를 쓰는 내용이고, <갈색곰 이야기>는 우연히 어미곰과 떨어진 아기곰을 키우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기곰을 빼앗긴 어미곰은 인간을 집요하게 쫓아 다니며 공격하지만 정작 아기곰이 위험에 빠지자 인간을 찾아와 아기곰을 부탁한다.

선스시 동화의 특징은 동물들의 습성을 작품에 잘 담아 내면서도 철저히 인간의 관점에서 재구성 된 결말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공산주의적 인본주의 영향이라고 할까, 문학을 선전 도구로 이해하는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했다고 할까. 어딘지 모르게 계몽적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응당 ~하지 않겠는가?' 식의 당위에 호소하는 문투는 동화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4177927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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