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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혐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64
에드 맥베인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평점 :
에드 맥베인의 본명은 살바토레 알버트 롬비노로 여러가지 필명을 사용한 작가이다. 1952년 에반 헌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폭력 교실>이 인기를 얻었고, 리차드 마스틴과 헨트 콜린즈라는 이름으로 하드보일드와 아동물 과학소설을 썼다. 에드 맥베인은 주로 87분서 시리즈를 쓸 때 사용한 필명인데, <경관혐오>가 87분서 시리즈의 시작이다. 배경이 되는 아이솔라라는 이름의 가공의 도시는 동서남북을 서로 바꾸면 뉴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경관 혐오> 에서는 세 명의 형사가 45구경 권총에 의해 살해 당하는데, 마이크 리아던, 데이비드 포스터, 행크 부슈가 희생자이다. 행크 부슈가 사망하기 직전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머리카락과 피부조각, 그리고 혈흔을 확보한다. 별것 아닌 이 단서로 경찰은 나이가 50이 넘지 않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기계공이며, 이틀 사이에 이발을 한 180파운드 가량의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머리카락의 굵기와 거기에 부착된 쇳가루 및 사용된 머릿기름의 가격, 머리카락 끝부분의 잘린 정도, 피부조각에서 알아낸 피부색, 인종별 혈액형의 분포 등을 통해 추론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스티브 캘레라가 품은 의문, 즉 '그들은 경찰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니라 한 명의 남자이기 때문에 살해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추가되면서 범인이 밝혀진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무더위 속에서 벌어진 위장 살인 두 건과, 한 건의 진짜 살인 이야기이다.
<한밤의 공허한 시간>는 셋방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여자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여자를 조사한 경찰은 그녀가 많은 돈을 상속받아 물질적으로 풍족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최근에 당좌계좌와 대여금고를 개설해 2만달러라는 거금을 예치하여 그 통장만 이용하려 했다. 또 얼마 전에 함께 살던 사촌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를 조사하던 캘레라는 목격자의 진술이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데, 캘레라가 알고 있는 사실과 조금씩 다른 것이었다.
우연한 사고로 부유한 사촌이 죽자 자신이 그녀 행세를 하기로 마음 먹고 신분 세탁을 꿈꾸지만 결국 좀도둑에게 살해되고 마는 이야기이다.
작전동 블루핸즈 이층에 앉아서 차량 수리를 맡기고 읽었다. 차가 15만 킬로미터를 넘어서니 여기 저기 고칠 일이 생긴다. 불과 이주일 전에 점화 플러그 세트를 갈았는데, 이번엔 머플러에서 소음이 난단다. 어떤 물건이 몸에 익고, 너무 편안해질 즈음이 되면 그때부터 슬슬 고장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지만, 나이가 드니까 새로운 물건을 사는 행위가 부담스럽다. 전학 가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새로 친해져야 할 때의 그런 부담감이랄까.
그러고 보니 동서미스터리 시리즈를 읽다 보면 대충 범인이 짐작이 간다. 대부분 50년쯤 전에 쓰여진 소설들이다 보니 트릭이라든가 복선들이 순진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도 최근 미스터리보다 오히려 손이 간다. 핑클 이후의 걸그룹 이름을 잘 모르게 된 시점에 이미 나는 젊은이의 범주에서 이탈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