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박청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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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김정수가 부대에서 권총을 들고 휴가를 나와 은행을 턴 후 우연히 만난 은채라는 여자를 데리고 DMZ 인근의 초소로 간다. 은채는 김정수, 철호와 관계를 갖고 DMZ로 들어가 북의 병사와도 관계를 맺는다.

제대를 한 후 김정수는 뇌성마비에 걸린 자신의 쌍둥이 형 김정호를 살해한 후 그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갱이 된 그는 정재계 주요 인사를 테러하고 은행을 턴다.

자우림이라는 카페를 근거지로 삼아 한국은행을 털 모의 끝에 실행에 옮기고, 죽은지 삼일만에 80년 5월의 광주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황당무계한 줄거리를 동성애, 난교, 테러, 은행강도, 성서의 쌍둥이와 부활 모티프 등 자극적인 소재로 버무려 놓았다. 한국은행을 턴 후에는 사뭇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시도도 곁들인다. 문제는 자극적인 소재로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80년 5월 등의 상징이 생뚱맞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대에 대해 작중 인물들은 고통스러워 하나 독자는 지루하다.

쌍둥이라는 모티브와 남북관계의 연결고리는 조잡하고, DMZ가 상징하는 경계의 의미도 모호하다. 현실 개조의 구체적 행동 및 실패로 인한 절망 끝에 마지막으로 테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행동으로 선택한다. 그러니 김정수의 테러는 좌절감의 발현일 것인데 김정수의 좌절에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 테러와 강도사건 묘사가 조잡하고 우연에 기대고 있어 안쓰럽다. 80년 5월과 초현실적인 묘사들이 생뚱맞게 느껴지는데 작가의 고통이나 세계관의 세련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중 인물들이 이 시대를 괴롭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절망감으로 대안 없는 일탈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남북 분단과 80년 광주로 상징되는 거대한 부조리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북한 병사가 단 한번 관계를 맺은 은채를 찾기 위해 DMZ로 들어와 동굴 속에서 산다는 설정이나, 김정수가 돈을 모아서 DMZ를 사겠다고 하는 등의 대사를 통해 일체의 인위가 제거된 DMZ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는데, 진부하다.

결국, Coolio의 Gangster's paradise 노래를 차용한 제목과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이, 개성도 사상도 흐릿한 작중 인물들로 인해 전개됨으로서 맥빠진 느낌의 소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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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한 명상
송기원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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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이자 장돌뱅이 출신 김윤호가 처음 여자의 성기를 본 것은 일곱살 때로, 동갑내기 영순이의 성기는 보랏빛 자운영 꽃처럼 빛나 보였다. 그리나 영순이의 성기는 마치 껍질이 굳게 닫히 조개와도 같아서 단 한 번도 그 속살이 열린 적이 없었다. 두번째로 여자 성기를 본 것은 국민학교 사학년 때로 미친년의 털투성이 성기였다. 그것은 밤짐승의 거대한 입처럼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 달려들 것만 같았다. 보드랍고 환히 빛나는 성기가 자신이 속하고 싶은 세계를 상징하지만 열린 적이 없었던 반면에, 벗어나고 싶은 미친년의 털투성이 성기는 오히려 자신을 위해 달려들 것만 같은 부조리를 경험한 것이다.

도청소재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설명으로 미루어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인 것 같다) 윤호는 사생아이자 장돌뱅이 출신인 자신과 화려한 도청소재지의 불균형을 견디지 못한다. 학교를 때려치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양아치 짓을 하던 중 고향에 내려온 처녀를 겁탈하려 하지만 거대한 밤짐승의 입이 덥쳐오는 환상에 처녀의 얼굴 위로 눈물을 떨구고 그런 그의 등을 처녀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준다.

함께 양아치짓을 하다가 검거된 춘봉으로부터 죽었다 깨나도 똘마니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니 따로 할 일을 찾아보라는 말에 다시 고등학교에 복학한 윤호는 명작소설을 읽고 '대개의 주인공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추악하고 역겨운 치부를 그것도 무슨 자랑이라고 어중이떠중이로 길게 늘어놓는데 그게 바로 명작소설' 임을 발견한 후 자신과 같은 출신이 위악(僞惡)의 수단으로 문학을 취할 수 있다고 느낀다.

대학의 백일장에 당선이 되고 장경희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장경희는 화려한 대도시에 윤호가 편입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줄 것 같았지만, 첫 관계 후 장경희가 처녀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게 되자 완벽한 일체감이 사라져 버림을 느낀다.

대학에 들어가서 윤호는 '아웃사이더', '초현실주의', '퇴폐주의'등 여러 양태의 외피를 써가며 자신을 더욱 밑바닥으로 내팽개 친다. 그는 이런 저런 여자와 관계를 맺기도 하고 넝마주의를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치부를 더욱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윤호가 여자와의 관계를 맺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관계'가 아닌 '세상과의 관계맺기' 라는 왜곡된 형태였다. 일상적인 인식의 해체, 자기학대를 통한 새로운 삶의 양식의 추구는 결국 월남에 파병된 뒤 똥통에 빠진 뒤 완성된다. 그는 똥통에 빠진 후 무서운 고참이 어쩔 수 없이 자기를 씻기고 갖가지 얼차려에서 열외가 되는 것을 보고 치부를 드러내는 극단적인 밑바닥에 도달했음을 알게된다.

그는 월남에서 돌아온 후 룸살롱에 나가는 조영희와 관계를 맺고,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털투성이의 거대한 입과 영순이의 생콩 비린내 나는 성기가 부조리의 틀을 깨고 합치되는 것을 느낀다.

그후 작가가 된 윤호는 몇 명과 연애를 해보았냐는 물음에 룸살롱에 나가던 조영희 '단 한명' 이라고 이야기 하며 그녀를 다시 만났다고 말한다. 그녀를 정말 다시 찾았느냐는 물음에 윤호는 목포 히빠리 골목의 늙은 창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이 마흔이 넘은께 이런 징헌 디도 정이 들어라우. 꼭 돈 땜시 그란달 것도 없이 손님들이 모다 남 같지 않어서 안즉까장 여그를 못 떠나라우. 이렇게 썩은 몸뚱어리도 좋다고 탐허는 손님들이 인자는 참말로 살붙이 같어라우...... 나헌티는 모든 남자들이 똑같어갖고, 한 남자로 여게진단 말이여라우. 펭소에 알고 지낸 남자가 아니고라우. 기냥 나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런 남잔디, 뭐이냐, 저그 보름달 안에서 숨이 헉헉 넘어감서 나를 찾고 있는 것 같단 말이요. 그런 남자야, 곰배팔이먼 어쩌고, 문뎅이먼 어쩌고, 째보먼 어쩐다요? 참말로 나를 원해서, 나가 없으먼 살어남지도 못하는 그런 남자가 바로 그런 남자겠제라우."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가 주인공 김윤호가 고등학교를 작파하고 건달로 지내던 시기의 이야기라면, <여자에 관한 명상>은 그 후의 이야기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OT라는 것을 따라갔는데 버스 안에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서울내기들의 낭창낭창한 자기 소개가 몇 번인가 계속되다가 한눈에도 지방에서 올라온 동기가 비칠거리며 일어나더니 자기소개를 시작하였다. 앞서 소개하던 동기들의 말씨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어쨌는지 전라도에서 올라온 그 친구는 서울말을 흉내내려 애를 썼다. 그리고 소개가 끝나고, 그의 얼굴이 벌개졌으며,  열패감이 어쩔 수 없이 얼굴에 떠올랐다. 차라리 전라도 사투리 그대로 썼다면 좋았을 것을 서울말도 아니고 전라도 사투리도 아닌 말을 그는 사용했다.

그 비슷한 경험은 나도 조금쯤은 가지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연애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을 때에 여자애가 나를 답동성당으로 데리고 갔다. 당시만 해도 인천의 중심지는 동인천이었고 답동성당은 신포시장 맞은편에 있었다. 나는 왠지 주눅이 들었고, 촌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포이에르바하의 <기독교의 본질>을 인용해가며 종교가 어쩌구 저쩌구 중언부언하였다. 그런 말을 하면 마치 동인천의 화려함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화할 것처럼. 벌써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참 어렸을 때 얘기다...

영화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는 최민수의 개똥폼 잡는 연기 빼고는 꽤나 괜찮았다. 당시 같이 본 자들 사이에 '애들은 손대지 마라' 는 최민수 대사가 희화화 되어 유행도 했었고, 민망하기 그지 없는 새마을 개사노래도 종종 누군가가 불러댔다. 물론 여학우가 있는 데서 부를 용기가 있는 자는 없었지만. 송기원의 원작 소설은 더욱 좋았다. 그 시절에 나는 어쩌면 김윤호와 같이 나를 내던져가며 세상에 편입되고자 하는 열망을 위장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나는 가을이 싫다. 추워지면 왠지 울적해진다. 그러니 나도 김윤호와 같이 위악(僞惡)의 외피를 뒤집어 쓰고 이 가을을 견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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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 살인사건
최재훈.이지선 지음 / 여우볕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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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 살며 경찰 간부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현수에게 룸살롱 종업원 미스 오가 미스 최 이야기를 한다. 최근에 미스 최가 누군가 자기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데 현수가 그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미스 최가 아닌 미스 오가 자신의 방인 14호실이 아니라 13호실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경찰은 단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현수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한다.

제일 먼저 미스 최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미스 오였다고 한다. 미스 최는 더 이상 사람이 죽어나간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고시원을 떠난다.

현수가 미스 오의 디카를 입수하여 조사해 보니 거기에는 갈비집 강사장이 찍혀 있었다. 강사장은 갈비집 종업원인 혜수와 눈이 맞아 지내고 있는데, 과거에는 미스 오와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강사장 말에 따르면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면서 미스 오가 헤어진 뒤에도 자신에게 집착했다고 한다.

한편 미스 오의 방에서 디카를 찾으려 하는 인물이 또 한 명 있었으니 원석이라는 음울한 청년이다. 현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스토커처럼 미스 오의 주위를 맴돌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한국에 와서 고시원에 살고 있는 피터의 도움을 받아 현수는 고시원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주식맨의 증언으로 미스 오가 죽던 날 미스 오를 뒤쫓아왔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수와 피터는 고시원 입구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여 그 인물이 딸 민지와 살고 있는 엄형수라는 사내임을 알게 된다.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엄형수가 과거 방화를 저질렀던 인물이고 고시원 주인 아주머니와 부부 사이였음이 밝혀진다. 현수는 엄형수가 수배를 피해고시원에 숨어 살다가 우연히 미스 오에게 사진을 찍히게 되자 사진을 빼앗기 위해 미스 오를 뒤따라왔다가 살인에 이르렀다고 추리한 후 엄형수에게 자수하라고 한다. 이에 엄형수는 고시원에 방화를 할 결심을 굳힌다.

그 즈음 피터는 CCTV를 반복해서 보다가 우연히 손목만 찍혀있는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시계를 통해 손목의 주인이 현수임을 알게 된다.

결국 반전을 거듭하여 주인공 현수가 자신의 가족을 비웃는 미스 오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CCTV의 사각지대를 고려해 13호실로 미스 오를 유인하여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타살이라고 떠들고 수사를 하며 한껏 탐정놀이를 즐긴 후, 엄형수를 살해하고 엄형수가 계획한 방화를 저지른 후 고시원에서 다수를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2008년도에 일어난 논현동 고시원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며 최재훈 감독에 의해 <고치방>이라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무슨 이유인지 개봉은 아직도 안되었음).

수준 이하의 작품이다. 인물들의 형상화는 조악하고, 사건들은 작위적이며 개연성이 전혀 없다. 그냥 머리 속에서 자기 생각대로 소설을 써놓았다.

 

먼저 액사(縊死)에 있어 자살과 살인은 명백히 달라 정맥의 울혈로 인한 얼굴색, 실금 흔적, 목을 파고든 흔적인 색구(索構) 등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사체가 발견될 경우 시체검안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작가는 그저 경찰이 돈 없는 가난한 사람의 죽음이기에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자살로 처리하였다고 가정한다. 유서도 없고, 남의 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경찰 업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 여주인이 불에 탄 고시원에 들어가 손상되지 않은 보험증서를 보며 안도하는 장면도 그렇다. 물론 여주인이 무지하여 보험증서가 타버리면 효력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작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현수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경찰간부 시험을 공부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훈은 말미에 가서 현수가 가족을 죽인 범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수 역시 지명수배자라는 것인데 경찰 간부 시험은 그렇다면 위장이란 말인가? 그런데 곳곳에 현수는 형법 민법 조항을 실제 공부한 것처럼 말하고 1차 시험에 붙어 파티까지 열었으며 아내와 통화하는 대목도 나온다. 지명수배자가 경찰간부 시험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현수가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나 통화는 모두가 거짓인데 현수의 시점에서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현수가 이중인격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중인격은 아니거나, 현수라는 인물이 이중인격자라는 것을 형상화해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열두살난 민지를 이용하여 홀아비로 행세하는 엄형수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엄형수는 민지에게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당근과 말을 듣지 않으면 머리를 다 태워버릴 것이고 고아원으로 다시 보내버리겠다는 채찍을 사용한다. 한편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그렇게 소원이라면 고아원에 있어도 의무교육이니 학교를 다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아원이 지옥 같았다면 자기 머리를 불태워버린다는 아저씨보다 지옥이었을까. 게다가 열두살난 여자애가 그런 아저씨와 천진난만하게 목욕을 같이 하는 것도 요령부득이고 고시원에 방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처럼 "또 불장난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도 말이 안된다.

 

반전은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것이지, 독자를 속여 놓고 엉뚱한 결론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다. 반전에서 충격을 느끼며 독자가 '도대체 무엇을 내가 착각한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반전이지, 이 소설처럼 '아니 아까는 다르게 얘기했었잖아. 그건 도대체 뭐야!'라고 생각한다면 반전이 아니라 사기다.

결국 반전을 위해 독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를 속인 꼴이다. 그래놓고 독자에겐 '속았지?' 라고 물으니 쓴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결국 고시원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경찰과 권력에 대한 분노를 느낀 작가의 습작 수준 작품을 영화감독이 높이 사서 공동의 이름으로 내놓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책 뒷 표지에 영화배우 김승수와 박광현이 호평을 해놓아서 도대체 누군가 찾아봤더니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하다못해 인터넷 독자 정도로라도 서평을 달아 놓지, 순진한 맛은 있다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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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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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와 두 딸아이가 시아버지와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간다.

남편 아드리엥은 자신과 두 딸아이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떠났다. 그녀는 전화를 잘못 걸어온 사람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라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것, 그런 게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프랑스어에서는 어떤 사람이 버림받았을 때, 그의 '배를 묶는 밧줄이 풀렸다'라는 관용 표현이 있는데 그녀는 자신이 밧줄 풀린 배와 같고 우리가 행복한 게 당연하다고 믿는 것, 그게 바로 덫이라고 생각한다. 

 

답답하고 고집스런 노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시아버지는 뜻밖에도 '떠난 사람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며 아들 아드리엥을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하고, 클로에는 이에 분개한다. 그런 그녀에게 시아버지는 자신이 한때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를 해준다.

 

그가 사랑에 빠졌던 여자는 마틸드라는 이름으로 통역일로 만났다. 그는 그녀와 함께 보낸 며칠 동안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이었다는 느낌을 느꼈고,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을 맛본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그녀와 있을 때에 무한한 행복을 맛보면서도 가정을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던 그는 자신의 비열함과 타협하고 만다. 마틸드에게 미래에 대한 약속은 하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러던 중 그의 비서가 남편에게 버림받는 일이 일어난다. 그는 비서의 처지를 동정하고 그녀의 남편을 욕하면서 자신이 마틸드를 위해 가정을 버리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된다. 어느날 마틸드가 자신과 함께 하고 싶은 길고 긴 목록을 써놓은 걸 읽었을 때 그는 질투만 했을 뿐 그녀를 위해 용기를 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몇 번의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던 끝에 마틸드가 아이를 가졌음을 말하고 그는 '누구의 아이인지' 물어봄으로서 그의 사랑은 끝이 나고 만다.

 

시간이 흐른 후 그는 며느리인 클로에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 찾아왔었는데, 나는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어......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머지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기 마련 아니겠니?", "삶이란, 네가 아무리 부정하고 무시해도, 너보다 강한 거야." "우리 형 폴은 어떤 여자 때문에 죽었지만,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지?"

그리고 클로에는 시아버지에게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고 해서 자기 아내와 자식을 버려도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

 

시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이 빵집에서 바게트 꽁다리를 먹고 싶다고 했을 때 고집을 부려 주지 않다가 식사 시간에 주었을 때에 딸애가 그것을 남동생에게 주어 버리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그 고집스런 딸아이는 좀더 행복한 아빠랑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라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묻는다.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가사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참 쓸쓸한 일인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삶과는 친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애틋함이란, 그것이 없어지거나 사라질 것을 전제로 한다. 시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마틸드에게 가는 순간 애틋함은 사라진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삶으로 변화한다. 사랑은 변증법적이다. 다만 변화 발전하며 상향하는 것이 아닐 뿐이다. 그것이 요즘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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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 동서 미스터리 북스 20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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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거리에서 도박장 겸 술집인 '플로리안'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8년 만에 출소한 '큰사슴 마로이'가 자신의 옛 애인 벨마를 찾으러 플로리안이라는 술집에 들어갔다가 시비 끝에 주인을 살해한 사건인데, 필립 말로우는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을 맡은 경찰 나르티는 부정 사건에 연루되 좌천된 자로 현장 수사를 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인물이다. 필립 말로는 호기심에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플로리안'에서 조사를 시작한 말로는 벨마가 일하던 당시의 사장을 찾아가는데 사장은 이미 사망하였고 그의 부인 플로리안만이 알콜 중독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다. 말로는 벨마의 사진을 입수한 것 외에 수사의 진전을 보지 못했고 , '큰사슴 마로이'도 2미터에 가까운 키와 화려한 옷 차림 때문에 금방 검거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행적이 묘연했다.

한편 필립 말로에게 린제이 마리오라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마리오는 자신과 관계있는 여인이 목걸이를 강탈당한 일이 있는데, 범인들에게서 목걸이를 되사기 위한 약속 장소에 함께 가자고 한다.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마리오는 살해당하고 필립 말로는 습격당해 기절하고 만다. 앤 리아든이라는 전직 경찰관의 딸이 말로를 구해주고, 사건에 흥미를 느낀 앤 리아든이 그 목걸이 주인은 그레일부인임을 알아낸다. 말로는 그레일부인과 만남을 통해 마리오가 목걸이 강탈사건의 종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 한편, 마리오의 유품인 대마초에서 찾아낸 명함을 단서로 죠르주 아마서라는 신경정신과 의사를 조사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습격을 당해 존더보그라는 수상한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감금당하고 그곳에서 '큰사슴 마로이'를 발견한다.

병원에서 탈출한 후 '큰사슴 마로이'가 레어드 부르넷이라는 암흑가 보스가 운영하는 도박선에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말로는 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얼마 후 '큰사슴 마로이'가 말로의 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같은 날 그레일부인이 말로를 찾아온다. 말로와 그레일부인의 대화를 숨어서 듣던 '큰사슴 마로이'는 그레일부인이 자신이 찾던 벨마였고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모든 사건을 주도하였음을 알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마를 용서했던 '큰사슴 마로이'는 그녀의 총을 맞아 죽고 벨마는 도주한다.

 

원제가 <Farewell, My Love>인데 <굿바이 마이 러브>라는 요상한 제목을 달고 있다. <빅 슬립>때와 달리 잘 읽히지가 않는다. 번역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두번째 읽는 레이몬드 챈들러의 책이다. 그리고 또다시 놀라움을 느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챈들러의 문체 따위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 전체를 모방한 것이었다. 과연 챈들러와 하루키가 동시대 작가였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존경한다는 이유로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스타일을 통째로 베껴도 문제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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