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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아 살인사건
최재훈.이지선 지음 / 여우볕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고시원에 살며 경찰 간부시험을 준비하는 주인공 현수에게 룸살롱 종업원 미스 오가 미스 최 이야기를 한다. 최근에 미스 최가 누군가 자기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데 현수가 그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미스 최가 아닌 미스 오가 자신의 방인 14호실이 아니라 13호실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경찰은 단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현수는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한다.
제일 먼저 미스 최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미스 오였다고 한다. 미스 최는 더 이상 사람이 죽어나간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고시원을 떠난다.
현수가 미스 오의 디카를 입수하여 조사해 보니 거기에는 갈비집 강사장이 찍혀 있었다. 강사장은 갈비집 종업원인 혜수와 눈이 맞아 지내고 있는데, 과거에는 미스 오와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강사장 말에 따르면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면서 미스 오가 헤어진 뒤에도 자신에게 집착했다고 한다.
한편 미스 오의 방에서 디카를 찾으려 하는 인물이 또 한 명 있었으니 원석이라는 음울한 청년이다. 현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스토커처럼 미스 오의 주위를 맴돌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한국에 와서 고시원에 살고 있는 피터의 도움을 받아 현수는 고시원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한다. 주식맨의 증언으로 미스 오가 죽던 날 미스 오를 뒤쫓아왔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수와 피터는 고시원 입구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여 그 인물이 딸 민지와 살고 있는 엄형수라는 사내임을 알게 된다.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엄형수가 과거 방화를 저질렀던 인물이고 고시원 주인 아주머니와 부부 사이였음이 밝혀진다. 현수는 엄형수가 수배를 피해고시원에 숨어 살다가 우연히 미스 오에게 사진을 찍히게 되자 사진을 빼앗기 위해 미스 오를 뒤따라왔다가 살인에 이르렀다고 추리한 후 엄형수에게 자수하라고 한다. 이에 엄형수는 고시원에 방화를 할 결심을 굳힌다.
그 즈음 피터는 CCTV를 반복해서 보다가 우연히 손목만 찍혀있는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시계를 통해 손목의 주인이 현수임을 알게 된다.
결국 반전을 거듭하여 주인공 현수가 자신의 가족을 비웃는 미스 오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CCTV의 사각지대를 고려해 13호실로 미스 오를 유인하여 살해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타살이라고 떠들고 수사를 하며 한껏 탐정놀이를 즐긴 후, 엄형수를 살해하고 엄형수가 계획한 방화를 저지른 후 고시원에서 다수를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2008년도에 일어난 논현동 고시원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며 최재훈 감독에 의해 <고치방>이라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무슨 이유인지 개봉은 아직도 안되었음).
수준 이하의 작품이다. 인물들의 형상화는 조악하고, 사건들은 작위적이며 개연성이 전혀 없다. 그냥 머리 속에서 자기 생각대로 소설을 써놓았다.
먼저 액사(縊死)에 있어 자살과 살인은 명백히 달라 정맥의 울혈로 인한 얼굴색, 실금 흔적, 목을 파고든 흔적인 색구(索構) 등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사체가 발견될 경우 시체검안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작가는 그저 경찰이 돈 없는 가난한 사람의 죽음이기에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자살로 처리하였다고 가정한다. 유서도 없고, 남의 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경찰 업무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 여주인이 불에 탄 고시원에 들어가 손상되지 않은 보험증서를 보며 안도하는 장면도 그렇다. 물론 여주인이 무지하여 보험증서가 타버리면 효력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작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현수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경찰간부 시험을 공부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훈은 말미에 가서 현수가 가족을 죽인 범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수 역시 지명수배자라는 것인데 경찰 간부 시험은 그렇다면 위장이란 말인가? 그런데 곳곳에 현수는 형법 민법 조항을 실제 공부한 것처럼 말하고 1차 시험에 붙어 파티까지 열었으며 아내와 통화하는 대목도 나온다. 지명수배자가 경찰간부 시험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현수가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나 통화는 모두가 거짓인데 현수의 시점에서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현수가 이중인격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중인격은 아니거나, 현수라는 인물이 이중인격자라는 것을 형상화해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열두살난 민지를 이용하여 홀아비로 행세하는 엄형수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엄형수는 민지에게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당근과 말을 듣지 않으면 머리를 다 태워버릴 것이고 고아원으로 다시 보내버리겠다는 채찍을 사용한다. 한편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그렇게 소원이라면 고아원에 있어도 의무교육이니 학교를 다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고아원이 지옥 같았다면 자기 머리를 불태워버린다는 아저씨보다 지옥이었을까. 게다가 열두살난 여자애가 그런 아저씨와 천진난만하게 목욕을 같이 하는 것도 요령부득이고 고시원에 방화를 하는 장면에서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처럼 "또 불장난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도 말이 안된다.
반전은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것이지, 독자를 속여 놓고 엉뚱한 결론을 들이미는 것이 아니다. 반전에서 충격을 느끼며 독자가 '도대체 무엇을 내가 착각한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반전이지, 이 소설처럼 '아니 아까는 다르게 얘기했었잖아. 그건 도대체 뭐야!'라고 생각한다면 반전이 아니라 사기다.
결국 반전을 위해 독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를 속인 꼴이다. 그래놓고 독자에겐 '속았지?' 라고 물으니 쓴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결국 고시원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경찰과 권력에 대한 분노를 느낀 작가의 습작 수준 작품을 영화감독이 높이 사서 공동의 이름으로 내놓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책 뒷 표지에 영화배우 김승수와 박광현이 호평을 해놓아서 도대체 누군가 찾아봤더니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하다못해 인터넷 독자 정도로라도 서평을 달아 놓지, 순진한 맛은 있다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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