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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박청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주인공 김정수가 부대에서 권총을 들고 휴가를 나와 은행을 턴 후 우연히 만난 은채라는 여자를 데리고 DMZ 인근의 초소로 간다. 은채는 김정수, 철호와 관계를 갖고 DMZ로 들어가 북의 병사와도 관계를 맺는다.
제대를 한 후 김정수는 뇌성마비에 걸린 자신의 쌍둥이 형 김정호를 살해한 후 그의 신분으로 살아간다. 갱이 된 그는 정재계 주요 인사를 테러하고 은행을 턴다.
자우림이라는 카페를 근거지로 삼아 한국은행을 털 모의 끝에 실행에 옮기고, 죽은지 삼일만에 80년 5월의 광주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황당무계한 줄거리를 동성애, 난교, 테러, 은행강도, 성서의 쌍둥이와 부활 모티프 등 자극적인 소재로 버무려 놓았다. 한국은행을 턴 후에는 사뭇 상징적이고 초현실적인 시도도 곁들인다. 문제는 자극적인 소재로도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80년 5월 등의 상징이 생뚱맞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시대에 대해 작중 인물들은 고통스러워 하나 독자는 지루하다.
쌍둥이라는 모티브와 남북관계의 연결고리는 조잡하고, DMZ가 상징하는 경계의 의미도 모호하다. 현실 개조의 구체적 행동 및 실패로 인한 절망 끝에 마지막으로 테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행동으로 선택한다. 그러니 김정수의 테러는 좌절감의 발현일 것인데 김정수의 좌절에 공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 테러와 강도사건 묘사가 조잡하고 우연에 기대고 있어 안쓰럽다. 80년 5월과 초현실적인 묘사들이 생뚱맞게 느껴지는데 작가의 고통이나 세계관의 세련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중 인물들이 이 시대를 괴롭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절망감으로 대안 없는 일탈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남북 분단과 80년 광주로 상징되는 거대한 부조리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북한 병사가 단 한번 관계를 맺은 은채를 찾기 위해 DMZ로 들어와 동굴 속에서 산다는 설정이나, 김정수가 돈을 모아서 DMZ를 사겠다고 하는 등의 대사를 통해 일체의 인위가 제거된 DMZ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는데, 진부하다.
결국, Coolio의 Gangster's paradise 노래를 차용한 제목과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이, 개성도 사상도 흐릿한 작중 인물들로 인해 전개됨으로서 맥빠진 느낌의 소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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