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오렌지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68
엘러리 퀸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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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과 우표수집을 취미로 하는 출판업자 도널드 커크의 사무실에 작달막한 사나이가 방문한다. 방문 목적을 말하지 않는 그를 비서 오스본은 대기실로 안내한다. 앨러리 퀸과 함께 돌아온 도널드 커크는 대기실 방문이 잠긴 것을 발견하고 반대쪽 문을 연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살해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놀라운 것은 그 방의 가구부터 시작해서 피해자의 옷 까지 모든 것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누가 어떤 이유로 사내를 살해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대기실에서 통하는 문은 잠겨 있었기 때문에 목격자도 전혀 없다. 
 
도널드 커크에게 그의 친구 맥그완이 보낸 경고 편지, 영어와는 거꾸로 된 헤브라이어로 된 책들만 도둑 맞는 사건, 영국에서 보석 사기꾼으로 악명높있단 아일린 류즈라는 여인과 그가 도널드 커크의 보석을 갖게 된 경위, 그리고 거꾸로 인쇄된 푸저우 지방 우표를 도널드 커크가 친구인 맥그완에게 익명으로 팔아야 했던 사연 등 갖가지 사건은 꼬리를 물고 특히 각 사건들은 거꾸로 된 것과 관련이 있지만 정작 대기실에서 살해된 사내와의 연관성은 전혀 밝혀지지 않는다. 게다가 앨러리 퀸이 피해자가 죽기 직전 먹었던 차이나 오렌지에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이 모든 사건들이 실제 살인사건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었음이 밝혀지고, 앨러리 퀸은 대기실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절대 범인일 수 없었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사건을 해결한다.
 
앨러리 퀸은 사촌 지간인 프레드릭 대니와 맨프리드 리의 공동 필명이자 작품 속 탐정 이름이기도 하다. 대실 해미트의 하드보일드 스타일 작품이 인기를 얻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기 저기서 드러내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본격미스터리에 충실한 작품이다. 밀실살인사건의 해결에 있어 최초의 잘못된 전제를 바로 잡아 단순 명쾌하게 범인을 지목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건으로 독자의 눈을 현혹하고 나서 <독자에의 도전> 장을 잊지 않고 수록해 두었다.
국명 시리즈로 통칭 되는 시리즈 중 하나로 국명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고 하는데 <쌍둥이의 비밀>은 특정 국가가 언급되어 있지 않는데도 시리즈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어 어느 나라인지 궁금하다.
 
로마 모자의 비밀(The Roman Hat Mystery, 1929)
프랑스 파우더의 비밀(The French Powder Mystery, 1930)
네델란드 구두의 비밀(The Dutch Shoe Mystery, 1931)
그리스 관의 비밀(The Greek Coffin Mystery, 1932)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The Egyptian Cross Mystery, 1932)
아메리카 권총의 비밀(The American Gun Mystery, 1933)
샴쌍둥이의 비밀(The Siamese Twin Mystery, 1933)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The Chinese Orange Mystery, 1934)
스페인 곶의 비밀(The Spanish Cape Mystery,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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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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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카야나기 발레단에 한 남성이 침입했다가 하루코라는 이름의 발레단원에게 구리 재질의 화병으로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남성이 바깥쪽 창문을 통해 침입한 점과 발레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가 무엇가를 훔치기 위해 잠입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돈을 훔치기 위한 장소로 발레단은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고 남자의 차림새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도를 목적으로 침입한 자를 공포나 놀람, 흥분으로 인해 살상하더라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는 정당방위의 특별규칙을 적용하는 것 역시 애매한 상황이다.

경시청 수사1과의 가가 교이치로는 사건 해결을 위해 현장에 파견되고, 3일 후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한다. 피해자 이름은 가자마 도시유키,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이틀 전에 사망하였고 미국에는 전에도 한 차례 갔다온 적이 있다고 한다.

피해자의 신원은 밝혀졌으나 여전히 발레단과의 관계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발레단의 마스터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가지타가 살해당한다. 범인은 주사바늘을 이용한 조그만 장치를 가지타의 상의에 부착하여 그가 자리에 앉을때 니코틴 농축액이 주사되게 하여 살해한다.

얼마 후 하루코의 남자친구 야기유가 니코틴 농축액이 든 음료를 마시고 살해당할 뻔한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주변에서는 야기유가 자신의 여자친구 하루코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가자마와 가지타가 2년 전 미국에서 접촉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조사를 계속한다면 범인에게 불리한 사실이 나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찰이 연식 테니스공에 쓰는 공기주입기가 가지타의 범행에 사용된 도구일 것이란 추측 하에 조사를 해나가던 중, 또 다른 발레리나 모리이 야스코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다카야나기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인 아키코와 견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었고 함께 미국 유학도 갔다온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체형이 바뀌어 기량이 떨어지자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자신이 존경하는 가지타가 깡마른 몸매의 댄서를 선호하는 것을 알고 거의 식사를 하지 않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야스코는 가지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해버린 것이다.

미국에 파견한 경찰관으로부터 몇 가지 소식이 날아들고, 가가는 야기유의 독살 사건이 2년전 사건을 파해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2년전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집중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역발상을 해본다. 그리고 4년전 일어난 한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비극을 알게 된다.

 

4년전 미국에 유학중이던 아키코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한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 가지타는 아키코에게 남자와 헤어질 것을 종용하고 아키코 역시 발레를 위해 남자를 떠난다. 남자가 한 여성에게 나이프에 찔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미국 경찰이 여자친구에 주목하자 가지타는 남자가 사귀던 여자 이름을 아키코가 아닌 야스코로 댄다. 가지타는 발레단의 미래를 아키코에게 걸었고 야스코는 희생되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는 2년 후 일본에서 온 또다른 유학생 가자마와 친해지고 그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발레리나 그림을 보여준다. 가자마는 그림에 감동을 받고 자신도 그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에 돌아온 가자마는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삶의 이욕도, 살아갈 이유도 잃어버려 죽고 싶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은 가자마는 아키코에게 함께 미국으로 가자고 권하려 한다. 발레단에서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본 미오가 남자를 내리쳐 사망하자 미오의 친구 하루코가 대신 경찰에 자수한다. 그녀는 부상으로 춤을 쉬는 중이었고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미오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데 대해 자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이다. 얼핏 화려하게만 보이는 발레리나들의 삶의 이면을 자세히 보여주고, 아울러 가가와 발리리나 미오의 로맨틱한 스토리도 애틋하다. 실력이 아니면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프리마발레리나를 살해하고 자신이 대신 그 자리를 꿰어찬다는 식은 있을 수가 없다는 도도한 자신감은 그들이 삶에 대해 가지는 자긍심이기도 할 것이다.

갈릴레오 보다는 가가에 좀 더 끌리는 편인데, 갈릴레오의 과학적인 추리보다 가가 교이치로의 인간적인 추리와 수사가 더 매력적이다. 아직 읽지 않은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은근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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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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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바질 홀워드를 방문한 헨리 워튼 경(해리)은 젊은 남자의 전신 초상화를 보고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며 경탄한다. 하지만 바질은 그 작품에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투영시켰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출품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바질은 그림의 모델인 도리언 그레이로부터 새로운 스타일을 떠올렸고,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되는 등 예술의 한 이데아를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해리는 도리언 그레이에게 비상한 흥미를 나타내는데, 바질은 해리가 도리언 그레이에게 영향을 주어 그를 변화시키고 결국 자신에게서 앗아갈 것을 염려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해리를 만나 몇 마디 나누자마자 그의 역설적인 견해와 철학에 매료당한다. 해리의 견해에 영향을 받은 도리언 그레이는 젊음이야말로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라며 만약 자신이 늙어 변하는 대신 초상화가 변한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날 도리언 그레이가 3류 극장에서 연극을 보던 중 시빌 베인이라는 여배우를 알게 된다. 그녀는 세익스피어의 여러가지 작품에서 주인공 역할을 해냈는데, 각각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그녀에게 도리언 그레이는 천재성을 발견하고 반하고 만다. 그녀 역시 도리언 그레이의 외모와 기품에 반해 결혼할 꿈에 부풀게 되는데, 그녀의 동생 제임스 베인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누이가 들떠 있는 것을 보고 불안해 한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불행하게 한다면 죽이겠다는 말을 남기고 선원이 되어 호주로 떠난다.

바질과 해리에게 그녀를 보여주기로 한 날, 도리언 그레이와의 입맞춤으로 그녀는 연극 속의 그녀가 아닌 진짜 인생을 알게 되었고, 같은 이유로 그녀의 연기는 형편없어지고 만다. 지금까지는 연극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현실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연극 속 상대편 배우가 형편없는 중년 사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형편없는 연기는 도리언 그레이의 사랑을 싸늘하게 식게 만들었고, 울면서 애원하는 시빌 베인을 무대 뒤에 버려둔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밤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초상화가 미묘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입가에 잔인한 기색의 주름살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는 불안한 감각이 빚어낸 환영일 뿐이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고 다음 날 시빌 베인에게 사죄하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해리가 방문하여 시빌 베인이 전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해리는 시빌 베인이 진실로 살았던 적이 없으니 진실로 죽은 것도 아니라면서 오페라에 가자고 말하고 도리언 그레이는 그 말에 응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초상화가 자신의 악행을 반영하여 추악해지고 자기 대신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쓰지 않는 공부방으로 초상화를 이동시켜 가림막을 쳐놓는다. 그리고 해리로부터 한 권의 책을 선물 받는다. 그 책은 마치 도리언 그레이 자신이 아직 다 살기도 전에 쓰여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았는데 그는 퇴폐적인 책의 영향력으로부터 결코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도리언 그레이는 괴상한 취미에 몰두했고, 창녀굴에 드나드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았지만 그의 외모만은 결코 변하지 않았고 대신 초상화만 갈수록 추악해졌다.

도리언 그레이가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맞기 전날, 바질 홀워드가 그를 찾아 온다. 바질은 파리로 떠날 예정인데 그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최근에 들려 오는 바질 홀워드에 대한 안 좋은 평판에 대해 염려하는 말을 한다. 흥분한 도리언 그레이는 바질에게 자신의 추악한 초상화를 보여준다. 바질은 경악하며 도리언에게 기도하라고 말하지만 도리언은 이미 늦었다며 바질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만다. 도리언은 예전 친구 캠벨의 약점을 이용하여 바질의 시체를 처리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도리언은 아편굴로 가는데 그곳에서 예전에 영국을 떠난 것으로 알았던 친구 에이드리언을 만난다. 친구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자신을 예전 시빌 베인이 부르던 '매력적인 왕자님'으로 어떤 여자가 부르고 이 말을 들은 한 남자가 도리언 그레이를 살해하려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베인으로 도리언 그레이를 추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변하지 않은 외모를 이용하여 18년 전에 누이를 망쳤던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 젊을 수 있겠느냐며 위기를 탈출한다.

죽음이 한발짝씩 다가오는 공포에 사로잡힌 도리언 그레이는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다가 어느 날 사냥을 나가는데 사냥터에서 몰이꾼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몰이꾼이 제임스 베인으로 밝혀진다.

전과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을 숨기고 순결한 처녀에게 선행을 베풀지만 해리는 그마저도 그녀에게는 불행한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한다. 도리언 그레이는 살인의 죄책감에 짓눌리다가 초상화 외에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 그는 바질 홀워드를 찔렀던 칼로 초상화를 찌른다. 비명과 함께 쿵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하인들이 방 안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훌륭한 젊은이의 초상화와 추악하고 역겨운 용모의 사내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숨져 있었다.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오스카 와일드는 1891년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작품 때문에 외설죄로 1895년 2년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팽귄 클래식에 수록된 판본은 1891년 워드 록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낸 판본인데, 이 판본과 1890년 판본은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1891년 판본은 외설 시비를 의식하여 '사랑'을 '예술에 대한 사랑' 으로 바꾸었고 13장이던 원작을 20장으로 추가하여 조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심리적 붕괴 과정, 아편 소굴로 향하는 여정 등을 구체화 하였다고 한다. 또 제임스 베인의 사망과 헨리 경의 현란한 말솜씨를 더한 것도 다른 점이다.

 

로버트 미갤의 서문에 따르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출판되었을 때 비평가들에 대한 와일드의 응답이나 이후 출간된 많은 비평들, 그리고 그의 재판에서 주된 논란거리가 된 것은 예술의 역할, 예술과 도덕의 관계, 그리고 실제 작가의 생활과의 연관성이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체면을 유지하면서, 혹은 적어도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쓰면서, 다른 한편으로 은밀하게 사회의 도덕규범을 위배하는 이중적인 삶이야 말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중심된 주제이다. 도리언은 초상화의 역할 덕분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쾌락적인 삶에 탐닉한다.

와일드는 비밀과 불가사의에 열광했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도리언'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그리스인의 사랑', 즉 동성애적 관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하여, 책에서는 역사적 인물 중에 유명한 동성애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자네와의 우정은 젊은이들에게 그토록 치명적인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도 동성애를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오스카 와일드는 1886년 친구인 로버트 로스에 이끌려 동성애 행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일드는 가족의 초상화에 대한 장에서 도리언의 행동이 유전적인 요소임을 드러낸다. 한편 부도덕한 행위는 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다는 관상학적 믿음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 서문은 본문과 와일드의 예술관을 이해하고 난 연후에 좀더 명확히 다가온다. 작가 서문은 어찌 보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전체를 통해 오스카 와일드가 나타내고자 하는 예술관의 요약이다. 특히 예술을 위한 예술을 드러낸 대목은 현재도 여전히 논쟁거리가 될 만한다.

 

아름다운 사물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아무런 매력 없이 타락한 인물이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름다운 사물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이 있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아름다운 사물을 오직 '아름다움'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선택된 사람들이다.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잘 썼든지, 잘못 썼든지 둘 중 하나다. 단지 그 뿐이다.

 

바로 이 구절이야 말로 오스카 와일드 예술관의 요체가 아닐까 한다. 즉 예술작품 자체에 어떠한 가치판단도 있을 수 없고 작품 자체만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답시인 박목월의 <나그네> 中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이라는 구절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시 자체로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견해와, 일제 강점기 하에 끼니가 바쁜 마당에 술까지 담궈 먹을 마을이 어디 있었겠느냐는 논리로 시를 그 시대와 분리하여 평가할 수 없다는 견해가 대립된 논쟁이 기억난다. 또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낙엽 타는 냄새가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는 구절을 들어 일제 강점기에 갓 볶아 낸 커피 냄새를 맡으며 완상에 잠기는 것이 과연 문학에서 다루어야 할 주제인가 하는 논쟁도 떠오른다.

나로 말하자면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허구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예술에 삶의 추저분한 면모가 담기지 않는다 해서 그 예술이 고고한 예술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를 담아냈다고 해서 예술적 완성도는 전혀 없는, 조잡하기 짝이 없는 작품 역시 거부감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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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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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과학실험실에서 우연히 수상한 인물을 만나고 약품 냄새를 맡은 가즈코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갖게 되어 불안해진 가즈코는 예전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자신의 친구 가즈오가 사실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고 약품은 시간을 여행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즈오는 가즈코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후 미래로 돌아 간다. 가즈오와 함께 했던 기억 역시 사라졌지만 가즈코는 그리운 누군가를 언젠가는 분명히 만날 것이고 서로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는다.

 

<악몽>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과 다리를 건너는 것, 그리고 반야 가면에 과도하게 무서워 하는 주인공 마사코와 귀신을 무서워하는 울보 동생 요시오가 겁내는 이유를 찾아내고 용기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요시오는 부모님이 무심코 하는 말들에서 귀신 형상을 떠올려 무서워했던 것이고, 마사코는 어릴 적 친구 에츠를 만나서 반야 가면과 다리를 건너는 것을 무서워했던 이유를 기억해 낸다.

 

<The Other World>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노부코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주변 세계가 조금씩 변해 자신이 원하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을 발견한다. 다원우주와 동시존재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의 노부코가 실험 중 실수를 해서 다른 세계로 이동해버린 것이다. 다른 세계의 노부코는 다시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주인공 노부코는 이번엔 유명한 탤런트가 되어버리고 만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해서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드디스크에 잘 보관해 놓던 중 이번엔 영화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영화도 구해서 고이 모셔 놨다. OST 중 變わらない物 도 듣고 꼭 보고싶다고 여러번 생각했지만 정작 처음 접한 버전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원작 소설이었고, 생각과 너무 다른 내용에 당황했다.

나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미루고 미루는, 나 자신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습벽이 있다.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고, 하고 싶은 일들만 하고 살아도 부족할 판에 말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애니메이션에 대한 극찬을 여러번 들었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은 아껴두고 OST와 소설로 조금 맛만 보는 나 자신이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늘 점심을 먹다가 TV에서 우현히 Nazim Hikmet이 쓴 시에 대해 들었다.

 

A true travel - Nazim Hikmet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항상 먼 길로만 돌아 돌아가지만 결국 진짜 무엇이 좋은지는 영원히 발견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언제나 그걸 찾아가는 과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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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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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로 기소되어 수감된 주인공이 자신의 변호사 피아르테스에게 범행 동기에 관해 편지를 쓴다.

 

주인공 나는 1932년 8월 오늘날의 폴란드령인 슈테틴에서 사탕공장 사장의 아들로 태어난다. 어머니는 사교계의 화려함을 좋아했지만, 아버지는 사탕공장의 경영과 이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아주 어린애라고만 볼 수는 없는 나이임에도 공장의 여직공과 나는 이를 외면한 채, 어린애를 껴안는다는 설정으로 성적 유희를 주 1회 즐긴다. 나는 이 연극을 통해 인생의 아슬아슬한 쾌락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독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며 피난을 가게 되었고 사장 아들로서 누리던 이점들은 사라졌으며 어머니가 사망한다.

아버지가 우표판매점을 하는 과부와 살게 되자 나는 이복동생 '후레자식'을 제어할 필요성을 느낀다. 아버지 넥타이를 나의 소행으로 보이도록 잘라놓는 도박이 이복동생의 음험한 모함으로 비추도록 만드는데 성공한 이후 나는 놀이(spiel)의 재미에 심취한다. 우표판매점에서 우표를 몰래 훔쳐다 팔면서 이복동생에게 이권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발을 빼서 불미스러운 사태는 맞지 않았는데, 이복동생은 적발 당해 우표 절도 혐의가 뒤집어 쓰게 된다.

서독에서 미군 구호물자를 빼돌려가며 법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즈음 아버지와 과부가 가진 재산을 몰수당했다는 증명서와 함께 서독으로 탈출하자 교묘히 아버지와 과부의 법적 혼인을 방해해 유산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다. 시골 변호사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은 후에 정치판에 뛰어들어 놀이를 이어 나간다.

나는 나폴레옹에 대해 자주 생각하며 자신과 비교한다. 혹자는 나폴레옹의 가장 큰 실수가 러시아를 침공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폴레옹은 유럽에서 더 이상 놀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결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놀이꾼은 놀이 이후 주어지는 상급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놀이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충족감을 즐길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베를린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놀이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어느날, 자신이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만다. 놀이의 결과로 주어지는 상급은 쌓였지만, 놀이 자체는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구를 치면서 다음 놀이를 구상하고 결국 정치를 택한다. 정치는 20년간을 놀이터로 기능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너무나 뻔한 전개로 나는 따분함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를 살해하는 놀이를 생각해낸다. 나는 현대의 재판정에서는 살인의 동기, 살인으로부터 주어지는 이득 등이 설명되지 않을 때 형을 집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나 평범하여 나와 어떤 연관도 짓지 못할 인물 찾기에 골몰하고 마침내 그를 살해한다. 그리고 감옥에 갖힌 나는 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내 법정에서 어떤 도식화된 틀에 자신의 범죄를 짜맞추고 그 결과로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편지를 쓰는 것이다.

마침내 법정은 나의 무죄를 선고하고, 풀려난 나는 변호사에게 또 다른 놀이의 상대가 되어 줄 것을 제안한다.

 

만약 KOEI 사의 삼국지나 신장의야망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주인공의 놀이에 대한 태도를 100% 이해할 것이 틀림 없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KOEI 사의 삼국지2를 접한 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나는 매번 열광했다. 하지만 엔딩을 보기 위해 노력한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삼국지 시리즈가 가장 재미있는 순간은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변의 땅들을 이제 하나 둘 정복해 가는 그 시점이다. 특히나 휘하 장수와 돈이 부족하여 전쟁과 내정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마침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재미 있다. 전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략과 전술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땅이 서너개를 넘어서고 전쟁에서 패배가 거의 불가능한 시점까지 가면 기계적인 플레이로 변하고, 흥미는 반감되며, 엔딩을 보겠다는 욕구 보다는 좀 더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을 다시 플레이하고자 하는 생각이 더 매력적으로 나를 유혹한다.

 

주인공은 놀이의 결과보다는 승산이 없는 놀이에 뛰어드는 그 상황에 열광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예측할 수 있도록 자신이 상황을 조정해가는 노력 사이의 긴장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일반 대중과 분리시키는데, 자신은 시간과 자아를 주체적으로 활용하고 운명을 끊임없이 재조정해가는 '주체'로서의 놀이꾼으로, 대중은 주어진 여가와 자유시간마저 레저산업에 고스란히 반납하고 마는 '객체'로서의 노예로 구분한다. 게다가 법질서 역시 경제적 토대의 바람직한 반영으로서의 상부구조이므로, 상식을 벗어난 의미 없는 범죄행위에 대해서 법정이 처벌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놀이로서 이용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블랙 유머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이 노예제사회의 노예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 신봉하는 법과 질서 역시 허구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079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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