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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카야나기 발레단에 한 남성이 침입했다가 하루코라는 이름의 발레단원에게 구리 재질의 화병으로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남성이 바깥쪽 창문을 통해 침입한 점과 발레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가 무엇가를 훔치기 위해 잠입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돈을 훔치기 위한 장소로 발레단은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고 남자의 차림새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도를 목적으로 침입한 자를 공포나 놀람, 흥분으로 인해 살상하더라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는 정당방위의 특별규칙을 적용하는 것 역시 애매한 상황이다.
경시청 수사1과의 가가 교이치로는 사건 해결을 위해 현장에 파견되고, 3일 후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한다. 피해자 이름은 가자마 도시유키,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이틀 전에 사망하였고 미국에는 전에도 한 차례 갔다온 적이 있다고 한다.
피해자의 신원은 밝혀졌으나 여전히 발레단과의 관계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발레단의 마스터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가지타가 살해당한다. 범인은 주사바늘을 이용한 조그만 장치를 가지타의 상의에 부착하여 그가 자리에 앉을때 니코틴 농축액이 주사되게 하여 살해한다.
얼마 후 하루코의 남자친구 야기유가 니코틴 농축액이 든 음료를 마시고 살해당할 뻔한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주변에서는 야기유가 자신의 여자친구 하루코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가자마와 가지타가 2년 전 미국에서 접촉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조사를 계속한다면 범인에게 불리한 사실이 나올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찰이 연식 테니스공에 쓰는 공기주입기가 가지타의 범행에 사용된 도구일 것이란 추측 하에 조사를 해나가던 중, 또 다른 발레리나 모리이 야스코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다카야나기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인 아키코와 견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었고 함께 미국 유학도 갔다온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체형이 바뀌어 기량이 떨어지자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자신이 존경하는 가지타가 깡마른 몸매의 댄서를 선호하는 것을 알고 거의 식사를 하지 않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야스코는 가지타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해버린 것이다.
미국에 파견한 경찰관으로부터 몇 가지 소식이 날아들고, 가가는 야기유의 독살 사건이 2년전 사건을 파해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2년전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집중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역발상을 해본다. 그리고 4년전 일어난 한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비극을 알게 된다.
4년전 미국에 유학중이던 아키코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한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 가지타는 아키코에게 남자와 헤어질 것을 종용하고 아키코 역시 발레를 위해 남자를 떠난다. 남자가 한 여성에게 나이프에 찔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미국 경찰이 여자친구에 주목하자 가지타는 남자가 사귀던 여자 이름을 아키코가 아닌 야스코로 댄다. 가지타는 발레단의 미래를 아키코에게 걸었고 야스코는 희생되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는 2년 후 일본에서 온 또다른 유학생 가자마와 친해지고 그에게 자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발레리나 그림을 보여준다. 가자마는 그림에 감동을 받고 자신도 그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에 돌아온 가자마는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삶의 이욕도, 살아갈 이유도 잃어버려 죽고 싶다는 남자의 전화를 받은 가자마는 아키코에게 함께 미국으로 가자고 권하려 한다. 발레단에서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본 미오가 남자를 내리쳐 사망하자 미오의 친구 하루코가 대신 경찰에 자수한다. 그녀는 부상으로 춤을 쉬는 중이었고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미오의 귀가 들리지 않게 된 데 대해 자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이다. 얼핏 화려하게만 보이는 발레리나들의 삶의 이면을 자세히 보여주고, 아울러 가가와 발리리나 미오의 로맨틱한 스토리도 애틋하다. 실력이 아니면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프리마발레리나를 살해하고 자신이 대신 그 자리를 꿰어찬다는 식은 있을 수가 없다는 도도한 자신감은 그들이 삶에 대해 가지는 자긍심이기도 할 것이다.
갈릴레오 보다는 가가에 좀 더 끌리는 편인데, 갈릴레오의 과학적인 추리보다 가가 교이치로의 인간적인 추리와 수사가 더 매력적이다. 아직 읽지 않은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은근한 기쁨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1619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