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콜릿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5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초콜릿 사건> - 앤소니 버클리 콕스

 

평판이 그다지 좋지 못한 유스티스 펜퍼더 경이 항상 오전에 들르는 레인보우 클럽에서 초콜릿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받는다. 소포는 대규모 초콜릿 제조회사인 '메이슨 부자(父子)' 상회에서 보낸 것으로, 새로 만들어낸 특제 초콜릿 봉봉을 시식용으로 보내니 의견이나 감상을 말해주면 좋겠다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유스티스경은 초콜릿을 버리려 했고, 마침 곁에 있던 그레엄 벤딕스가 그 초콜릿을 얻게 된다. 벤딕스는 아내인 조안과 연극을 보러 갔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내기를 했는데, 그 내기에 지게 되어 초콜릿을 한 상자 선물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초콜릿을 먹은 조안이 사망하고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먹은 벤딕스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범인을 밝혀내는데 실패했고, 이에 런던 경시청 주임경감인 모리스비는 로저 셀링검이 이끌고 있는 범죄연구회에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 로저 셀링검은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회원들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활동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o 찰스 와일드먼 - 변호사인 찰스는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하는 동기에 주목하여 편지용지를 집중 조사한다. 찰스는 펜퍼더 경이 아내와 이혼 소송중이라는 점과 펜퍼더 부인이 하녀를 시켜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사실로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동기와 기회를 증명한 것일 뿐 그녀가 범인이라는 추리는 전혀 증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o 필더 플레밍 - 극작가인 플레밍은 유스티스경이 돈을 목적으로 찰스 와일드먼의 딸에게 접근한 점에 주목하여 숨겨진 삼각관계 설을 들고 나온다. 그녀는 찰스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소중한 딸이 유스티스경과 같은 망나니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범행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녀의 추리 역시 직감에 의존한 불완전한 추리라는 비판을 받는다.

o 모턴 핼로게이트 블래드리 - 미스터리 소설작가인 블래드리는 범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나열하고, 그 특성에 맞는 인물을 찾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니트로벤젠과 인쇄용지에 쓰여진 만년필 등 여러 가지 단서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가는데 그 모든 것을 충족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러나 그 모든 확률에 접근한 인물은 다름아닌 블래드리 자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따라서 알 수 없는 어떤 여성의 범죄라는 애매한 결론을 짓는다.

o 로저 셀링검 - 범죄연구회 회장인 로저는 우연히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조안이 내기를 한 연극을 이미 보아 범인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안의 평상시 성품으로 미뤄볼 때 범인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내기를 할리가 없으므로 내기 자체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인은 의도하지 않게 조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애초 의도대로 범행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라고 점원들이 확인해 주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o 엘리시어 더머즈 - 소설가인 엘리시어는 편지용지와 타자기를 사간 사람이 벤딕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점원들은 고객의 열망에 응답하는 쪽으로 반응하므로 로저의 열망에 긍정적인 답을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진짜 범인은 유스티스 경이며 유스티스와 조안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o 앰블러즈 치터윅 - 치터윅은 진짜 범인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여성이라며 회원들이 제시한 추리들을 재평가 한다. 그리고 논리적 귀결로 엘리시어가 진범이라고 밝혀내지만, 그것은 심리적인 귀결일 뿐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 - P.G.우드하우스

 

미세스 피케트가 운영하는 하숙 집에서 전직 선장인 가나가 시체로 발견된다. 시신의 곁에는 불던 하모니카가 떨어져 있어 자살은 아니었는데 검시 결과 코브라에게 물려 사망한 것으로 판명된다. 피케트는 자신의 하숙집의 평판 회복을 위해 유명한 탐정회사에 사건을 의뢰한다.

탐정회사의 사장 스나이더는 신참인 오크스에게 사건을 맡긴다. 오크스는 자신만만한 젊은이지만 너무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이 흠이었고 그에게 어려운 사건을 맡겨 실패를 경험시켜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스는 가나 선장이 선물로 받은 바나나 상자에서 코브라가 나왔고 그 코브라가 선장을 물어 죽인 후 개를 죽였다며 사건이 다 해결되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피케트는 오크스가 해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가나 선장은 마라가 살해했다고 말한다. 마라는 고양이가 하모니카 소리를 싫어하여 가나 선장이 연주할 때 발톱으로 할퀴려는 것을 보고 고양이의 발톱에 독을 발랐다는 것이다.

 

앤소니 버클리 콕스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살의(殺意)>의 작가 프랜시스 아일즈(Francis Iles)의 본명이다. <독초콜릿 사건>은 1925년에 발표된 <우연한 재판 The Avenging Chance)>라는 단편에서 출발하는데 이 단편은 <EQMM>의 베스트 12이고, 엘러리 퀸이 뽑는 베스트 10 안에 드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독초콜릿 사건>은 <우연한 재판>을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인데, 기존 미스터리 소설을 비판하며 새로운 시도를 대담하게 펼친 것이 특징이다.

치터윅은 작품 중 "작가 편인 탐정 말고는 아무도 추론을 끌어낼 수 없으며, 더욱이 탐정이 끌어낸 추론은 - 유감스러우나 탐정이 추론해 낼 수 있도록 몇몇 작품 속에서 말입니다만 - 늘 정답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작품 속에서 회원들의 추리가 다름 사람에게 비판 받기 전까지는 일면 그럴싸한 결론으로 비춰지도록 구성한 것은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로저의 추리에서 멈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엘리시어의 추리는 억지스럽고 치터윅은 다른 회원들의 추리를 정리한 공로 외에는 지분거리는 느낌만 준다. 게다가 진범 엘리시어를 잡아 넣을 증거는 밝혀내지 못한다.

 

<엑셀시오의 참극>은 결함이 많은 작품이다. 오크스가 2층에서 코브라가 뛰어내렸다는 증거로 개의 사망을 들이대자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는 스나이더도 우스꽝스럽고, 뜬금 없이 고양이가 등장하여 독자와 사건을 공유하지 않은 것도 반칙이다. 게다가 고양이가 개를 발로 할퀴었다는 설정도 지극히 희박한 일이며, 무엇보다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는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4956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장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비가 내리는 저녁, 한 남자가 주인공 하나(花)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하나는 '내 남자'라고 지칭한다. 그가 다가와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낸다. 

키가 크고 계속 담배를 피워대며 모든 것에 지친 듯한 그 남자를 하나는 요시로에게 소개시킨다. 요시로는 내일 하나와 결혼할 남자이다. 하나는 내 남자 준고를 요시로에게 아빠라고 소개한다.  

결혼할 때 신부가 네 가지 물건을 가져오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준고는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 된 것을 건내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낡은 소형 필름 카메라로 주인은 이미 죽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제는 내 남자를 떠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딸과 아버지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뜻 모를 대화를 나눈다.

결혼식 당일, 준고가 예식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나타나 식이 시작된다. 하객은 하나의 아빠가 너무 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15년 동안 단둘이 살았고, 후반의 8년 동안은 숨어 지내는 죄인이었다. 1993년 해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하나는 먼 친척인 준고가 데려다 키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뚱뚱해진 고마치는 준고가 죽었을 것이라는 제멋대로의 추측을 하나에게 말하고 하나는 고마치를 폭행한다.

 

<2장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신>

도쿄의 마루노우치의 대기업을 다니는 요시로의 아버지는 모회사 간부이다. 귀하게 자란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게 여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달라 붙는다. 그에게는 5년째 사귀어 온 나호코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녀와 관계는 습관적인 만남을 갖는 시들해진 상태이다.

요시로는 선배가 안내 창구 여자를 꼬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마지 못해 승낙하고 안내 창구 아가씨 둘과 요시로, 요시로의 선배는 저녁을 함께 한다. 선배가 찍은 여자만 부르기 뭐해 함께 초대한 구라시노 하나라는 아가씨에 대해서는 기둥서방이 있다는 흉악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추운 겨울 밤, 늦게 끝난 저녁 모임 장소를 나서자 키가 큰 어두운 분위기의 남자가 구라시노 하나에게 다가온다.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분위기에 압도된다.

알 수 없는 구라시노 하나의 분위기에 끌린 요시로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에 관해 털어 놓는데, 모든 것에 철저하고 성공한 아버지에게 억눌린 감정을 이야기 한다. 눈이 내리는 그날 밤 요시로는 하나를 택시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그녀의 집은 구치소 부근에 있었다. 요시로는 택시에서 내려 환청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 - '그것'은 숨어서 살고 있어. 잠시 후 오십 줄의 당당한 체구의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이마 오른쪽에는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다.

하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검은 코트를 입고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요시로에게 얼어죽고 싶지 않다면 집에 함께 갔다가 첫 열차를 기다리라고 권한다. 요시로는 준고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한때는 북쪽 지방에서 공무원 비슷한 일을 했고, 현재는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밤중에 깨어난 요시로는 벽장 문을 열었다가 이마에 사마귀가 난 사내의 시체를 발견한다. 요시로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시로는 준고가 무섭다고 생각한다.

 

<3장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신>

준고의 현재 직업은 퀵서비스 일이다. 회사에서 준고는 성실한 청년으로 알려져 있다. 딸 하나가 쇼핑을 하기 위해 8천엔을 달라고 하자 준고는 가불을 위해 사무실에 들른다. 사무원이 준고에게서는 늘 여자 냄새가 난다고 한다. 급료를 쑤셔 넣고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객이 찾아온다. 50줄의 당당한 체구에 사마귀가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은 다오카, 그와의 대화로 준고의 옛날 직업은 해상보안부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다오카는 오시오 어르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어르신을 죽인 '그것'은 숨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카메라를 꺼낸다. 카메라에는 범인이 찍혀 있을 것 같다며 준고에게 하나는 언제 돌아오는지 묻는다. 다오카는 자신이 범인을 본다면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 말한다. 준고는 다오카를 식칼로 살해하고, 집에 돌아온 하나에게 "너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죽였고, 나는 다오카 씨를 죽였구나. 이제 우린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하나는 뼈가 되서도 절대 아빠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다. 둘은 지칠때까지 관계를 갖는다.

 

<4장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열 여덟살이 된 구라시노 하나. 몸베쓰에서 준고와 함께 산지 6년 반이 흘렀다. 준고의 직업은 해상보안관이어서 집을 비우는 때가 많다.

같은 마을에 사는 오시오 할아버지는 재력가로 아키라의 할아버지이다. 한때는 도시 이곳저곳에 꽤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하고 사진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준고가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자 하나와 준고는 서로의 몸을 탐한다. 다음 날 유빙이 밀려와 준고에게 비상이 떨어진다. 또다시 서로의 몸을 탐하던 중 플래시가 터진 느낌이 든다. 창 밖에는 오시오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

준고가 배를 타고 전파도 닿지 않는 곳으로 며칠을 기약하고 떠난 후,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게 된다. 오시오 할아버지는 준고가 하는 짓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며 모든 것을 잊고 몸베쓰를 떠나 다른 친척 밑에서 살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두었다고 했다.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발로 차 유빙으로 밀어넣는다. 유빙은 계속 흘러가고, 오시오는 준고가 사실은 하나의 친아버지라고 말한다. 하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준고와 관계를 맺어 왔음을 눈치챈 오시오는 경악하고, 그런 오시오에게 하나는 부모 자식간에 해서는 안 될 일이 어딨냐며 부르짖는다. 오시오는 유빙에 밀려 떠내려가면서 하나의 사진을 찍는다.

오시오 할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되고 하나는 자신이 그랬음을 준고에게 이야기한다. 둘은 몸베쓰를 떠나 도쿄로 이사한다.

 

<5장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고마치는 준고가 데려온 하나를 3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느낌이 불길했다. 하나가 오게 된 후로 준고는 고마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준고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여자의 기색과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싫다. 준고는 아사히카와에 쇼핑을 하러 갔다 왔다고 말했고, 그가 사온 물건이 다이아몬드 피어스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준고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 후로 엄격하게 변했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준고는 해상 보안 학교에 공부하러 2년간 몸베쓰를 떠났다가 돌아오는데 준고를 동경하던 고마치 역시 그가 돌아올 즈음 몸베쓰에 돌아와 은행에 취직한다. 둘이 사귀기 시작한 후 하나가 부모를 해일로 잃자 준고가 그 아이를 데리고 온다. 준고가 고아가 되었을 때 하나의 집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시오 할아버지 댁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던 날 밤, 고마치는 준고와 하나의 관능적인 장난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준고는 무슨 말 끝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딸만 있으면 충분하며 마누라는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후 우연히 준고가 하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든는다. 길거리에서 만난 하나가 사탕인 듯 빨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니라 준고가 사온 다이아몬드 귀걸이라는 것을 알고 고마치는 도쿄로 떠난다.

 

<6장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

초등학교 4학년인 하나는 해일로 중학생인 오빠와 동생, 그리고 부모님을 잃는다. 아빠와 함께 해일을 피해 언덕을 올르던 중 하나를 지나가던 경트럭에 실어주며 꼭 살아남으라는 말을 한 후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려간다. 오빠 역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들을 발견하고 합류한다. 잠시 후 바닷물이 이들을 삼켜버린다.

임시 대피소에서 고아가 되어 버린 하나를 제복을 입은 키큰 사내가 찾아온다. 그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함께 하나를 데리러 왔고 하나는 단번에 준고를 좋아하게 된다. 오시오씨는 준고가 하나를 키우는 것을 어쩐지 못미더워하지만 준고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실제로 하나와도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그때부터는 준고가 키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준고가 일을 나가 없는 사이 하나는 상자 안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한다. 그 사진들은 준고가 선배를 시켜 찍어온 사진이었고, 하나는 준고의 친딸임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준고는 하나의 온 몸을 애무하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하나는 준고에게 "그래, 왜......?"라고 답한다. 둘은 밤에는 하나가 엄마가 되고 준고가 아이가 된다.

정식으로 하나를 입양하고 보안부의 관사로 이사를 가는 날, 하나는 준고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내 남자 준고에 관해 알 수 없는 설명으로 시작된 소설은 순차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마침내 모든 것이 밝혀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는 한국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어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줄거리를 순차적으로 바로잡으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죽고 홀로 된 어머니가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엄격한 면만을 보이자 준고는 순식간에 부모 모두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되버린다. 어머니 마저 죽자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여기서 준고는 어머니에 대한 비뚤어진 관념으로 친척 아주머니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사건으로 태어난 아이가 하나이다. 하나 역시 부모를 해일로 잃고 하나를 그리워하던 준고는 하나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한다. 준고와 사귀던 고마치는 이 일로 상처를 입어 도쿄로 떠난다. 하나는 오시오가 준고와 자신을 떼어내려 한다고 생각하여 그를 살해하고, 오시오를 살해한 것이 하나일 것이라 짐작한 형사 다카오를 준고가 마찬가지로 살해한다. 5년간 자신들의 범죄로부터 도망치며 관계를 맺던 어느 날, 하나에게 요시로라는 남자가 접근하고 피곤에 절은 하나는 결혼을 통해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자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고, 준고의 집을 찾아온 고마치를 폭행한다.

그로테스크한 내용을 정교한 구성으로 엮어 놓았다. 책을 덮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은 '준고는 어디로 갔을까' 였고, 하나는 '준고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였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 사람의 중요한 점을 알려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 준고는 피로한 인생을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해 폐인이 되거나 죽을 것이고, 하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어쩌면 인생을 즐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뼈가 되서도 함께 하겠다던 맹세'는 진심이었지만,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 또한 진심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문제는 그런 진심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이었다. 다행히 준고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난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이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와 어른의 성관계, 그것도 근친상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준고 쪽은 굳어진 인물이라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 삼는 것은 하나이다. 하나는 열한살에서 스물 여섯까지 변화하는 인물이었어야 했다. 하나는 단 한번, 결혼하겠다는 결심밖에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비현실적이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될 때 독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불편함은 도덕적 잣대를 꺼내게 만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4176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로의 조신 페트로니우스는 "고상한 판관"으로 알려진 탐미주의자인데 그에게는 비니키우스라는 집정관 조카가 있다. 어느 날 비니키우스가 페트로니우스에게 자신이 리기 족 출신의 리기아라는 여성에게 반했는데 , 플라우티우스 장군과 그의 아내 그레키나 폼포니아가 양녀로 삼고 친딸과 같이 귀애한다고 말한다. 플라우티우스 장군은 깐깐한 성품으로 네로의 눈 밖에 난 인물이고, 그의 아내인 그레키나 폼포니아는 당시 로마의 문란한 여인들과 달리 한 남편만을 섬기고 있는 여성이었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대동하여 플라우티우스의 집을 방문하는데, 리기아 역시 다시 만난 비니키우스에게 어렴풋한 연정을 느낀다.

조카가 리기아에게 푹 빠진 것을 알게 된 페트로니우스는 네로로 하여금 리기아를 궁전으로 불러들이게 하는 한편 그녀가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심어주어 그녀를 네로 자신이 탐하지 않도록 꾀를 쓴다. 그 후 네로에게 리기아를 비니키우스의 집으로 보내도록 하여 그녀를 조카의 정부가 되도록 일을 도모한다. 궁전으로 끌려들어간 리기아는 비니키우스가 자신을 집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네로의 문란한 연회에 참석한 비니키우스는 만취하여 리기아를 함부로 대하여 그녀를 절망하게 만든다. 리기아는 괴력의 사나이 우르수스와 기독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비니키우스의 집으로 가던 중 구출되고, 리기아를 빼앗긴 사실을 알게 된 비니키우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자신을 오랫 동안 섬기던 노예들마저 때려 죽이거나 노역장으로 보내버린다. 

한편 황후 포페아는 궁전에서 리기아를 우연히 보고 그녀의 미모에 질투와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황녀가 아프게 되자 리기아가 저주를 내려 아픈 것이라며 그녀를 해칠 계략을 짜낸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에게 리기아를 모종의 세력들이 도와준 것이 틀림 없고 아직 로마에서 도망치지 못한 것이 확실하니 노예들을 풀어 수색한다면 머지 않아 그녀를 다시 잡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자 노예인 에우니케를 비니키우스에게 주려 하나 리기아에게 온통 마음이 쏠린 조카는 이를 거절한다. 페트로니우스는 에우니케를 달라는 다른 조신들의 요구에 문득 에우니케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 노예들과 난잡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에우니케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에우니케는 페트로니우스를 사랑하는 자신의 신세를 상담하기 위해 킬로 킬로니데스라는 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를 페트로니우스와 비니키우스에게 소개시켜 준다.

킬로 킬로니데스는 철학자를 자처하는 자로 행색은 초라하나 말솜씨가 좋고 잔꾀가 많은 자로 리기아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능히 알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킬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기아가 그린 물고기 모양의 표시가 그리스도교의 암호라는 것을 단서로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킬로는 한 때 도적들과 내통하여 글라우쿠스라는 의사를 배신하여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전력이 있는데, 그리스도교도들 사이에 글라우쿠스가 있는 것을 알고 자신이 그에게 정체를 들킨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우르수스에게 글라우쿠스가 유다와 같은 자라며 죽일 것을 부탁하고 성격이 단순하고 순박한 우르수스는 비분에 젖어 그러겠다고 맹세한다.

킬로는 그리스도교도들이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를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눔에서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비니키우스에게 이를 알리고 그들은 얼굴을 가린 채 그곳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리기아를 발견한 비니키우스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되고, 킬로의 충고를 무시한 채 유명한 검투사 크로톤을 대동하여 리기아가 숨어 지내는 거처를 습격한다. 하지만 크로톤은 우르수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니키우스 역시 팔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는다. 비니키우스는 글라우쿠스와 크리스푸스 장로, 그리고 리기아의 간호를 받아 건강을 차츰 회복하자 자신에게 딴 뜻이 없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없어진 자신을 찾을 것을 우려하여 킬로를 불러 편지를 전하려는데, 그때 글라우쿠스가 킬로를 알아보아 킬로의 정체가 드러난다. 글라우쿠스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당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하듯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죄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며 킬로를 용서한다. 하지만 비니키우스는 킬로를 산채로 뜰에 매장해버리라며 화를 낸다. 킬로는 자신을 용서한 글라우쿠스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 점은 비니키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수를 하기는 커녕 용서를 해주고 도움을 주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리기아는 그리스도에 대해 비니키우스에게 이야기하였고 비니키우스는 그 신이 리기아가 믿는 신이므로 공경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리기아에게 품었던 사랑과 증오가 조금씩 그 성격이 바뀜을 느끼게 된다.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순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로마의 집정관이며 명문가 출신인 비니키우스는 로마의 세계지배권을 인정하기는 커녕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그들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리기아는 비니키우스에게 다시금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부모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네로 황제와 더불어 음란한 연회를 벌이던 비니키우스에게 마음이 기우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겼다고 느낀다. 광신적인 성향이 있는 크리스푸스는 리기아가 더러워 졌다며 은신처에서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베드로가 주님께서는 혼인 잔치에 참석하여 신랑 신부를 축복한 적이 있으며 리기아와 같이 깨끗한 처녀를 벌하는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니키우스와 맺어질 때가 아닌 것 같으므로 리기아가 떠나는데 동의한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다시 자신을 떠나자 무척 상심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과 증오를 반복하는 것도 여전했고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도 자신과 리기아를 떨어뜨려 놓는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비니키우스는 황제 네로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하는데 거기서 황후 포페아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채 비니키우스를 유혹한다. 그녀는 베일을 벗겨서 자신이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하는데 페트로니우스가 그 순간 끼어들어 비니키우스를 빼낸다. 페트로니우스는 황후가 비니키우스를 유혹하였지만 비니키우스가 이를 뿌리쳤으며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므로 그녀는 더욱 리기아를 죽이려 할 것이고 비니키우스 역시 좋지 못한 일을 당하리라 걱정한다.

그 즈음 또다시 킬로가 리기아의 소식을 가지고 비니키우스를 찾아온다. 비니키우스는 킬로가 글라우쿠스에게 한 짓이 생각나 그에게 체벌을 가하고 킬로는 이에 앙심을 품는다. 리기아의 거처를 알게 된 비니키우스는 또 다시 리기아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베드로와 바오로 들을 만난다. 비니키우스는 자신이 권력을 이용하여 리기아를 데려갈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잘못을 뉘우친다. 집안으로 들어온 리기아에게 베드로는 여전히 비니키우스를 사랑하는지 묻고, 리기아의 대답에 베드로는 주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축복해준다.

 

네로는 안티움으로 가서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시인된 면모를 드러내보이고 싶어했으므로 조신들을 대동하여 여행을 떠난다. 비니키우스 역시 네로와 동행하게 되어 리기아와는 한동안 떨어져 있게 된다. 이제 차츰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비니키우스를 찾아온 바오로가 페트로니우스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바오로는 페트로니우스에게 '만약에 네로가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사랑의 교리를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세계가 어떻겠는가' 하는 질문을 하지만 탐미주의자인 페트로니우스는 바오로의 얘기에 대해 '도무지 내게는 맞지 않는군'이라며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안티움에서 네로는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서 시와 예술에 능한 페트로니우스의 칭찬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페트로니우스의 주가는 상승한 반면 근위대 사령관 티겔리누스의 지위는 떨어졌다. 티겔리누스는 네로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던 중 네로가 트로이 전쟁과 불타는 도시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으로 미루어 네로가 로마에 불을 지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티겔리누스는 네로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 것을 충돌질하고 네로는 로마에 불을 지른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걱정되어 네로의 곁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킬로를 만난다. 킬로는 그리스도교인들이 있는 동굴을 비니키우스에게 알려 주는데 동굴에서는 광신적인 크리스푸스가 종말이 가까왔다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광신적인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베드로가 온유하고 평화로운 말로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리기아가 피신해 있는 석공의 집으로 간 비니키우스는 그곳에서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곳곳에서 약탈이 자행된다. 성난 군중들은 폐허가 된 로마의 책임이 네로에게 있다고 느꼈고 이에 네로와 조신들은 분노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길 원한다. 킬로는 황후와 티겔리누스에게 붙어 권력의 단맛을 보는 한편 비니키우스에게 복수하고자 했고, 이에 그리스도교인들을 팔아 그들이 로마에 불을 질렀다고 꾸며낸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가 걱정되어 네로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고 그리스도교인들을 옹호하여 네로의 눈 밖에 나고 만다.

 

그리스도교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로마 화재의 원성을 돌리기 위해 원형경기장이 가장 먼저 재건축 되기 시작한다. 페트로니우스는 자신의 모든 기지와 재치로 네로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네로가 자신을 브루투스에 비유하자 모든 것이 끝장 났다고 생가한다. 페트로니우스와 비니키우스는 네로와 포페아의 측근에게 엄청난 뇌물을 쏟아 붓지만 성과는 없었다.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께서 리기아를 반드시 구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희망을 느꼈지만, 돌아가는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서는 좌절했다.

원형경기장이 건립되자 기독교도들이 맹수들의 먹잇감이 된다. 그들은 저항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순교해갔다. 관중들이 저항하지 않는 그들을 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자 기독교도들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가 하면 화형을 시켜 죽인다. 킬로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직접 눈으로 본 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가 글라우쿠스에게 또 다시 용서를 받자 바오로에게 세례를 받아 기독교도가 된다. 그리고 네로가 로마 화재를 일으킨 범인이라고 시민들 앞에서 고발한 후 잡혀가 고문당해 혀가 뽑히고 만다. 페트로니우스는 기독교도들은 순교를 통해 저항하고 있다고 말하고, 조신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마침내 우르수스가 원형경기장에 나오게 되고 잠시 후 반대편에서 들소의 뿔에 리기아가 묶여서 나타난다. 우르수스는 초인적인 힘으로 들소를 제압하고 리기아를 구출한다. 로마 시민들은 모두 리기아와 우르수스를 살려줄 것을 청원한다. 네로는 시민들의 의사에 반할 만큼 용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살려준다. 리기아와 비니키우스는 시칠리아로 네로의 핍박을 피해 도망친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탐미주의자 페트로니우스는 네로가 이미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 먹은 것을 눈치채고 에우니케와 함께 네로를 조롱하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다. 네로는 반란군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역사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시엔키에비츠는 폴란드 태생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희망적인 내용을 소설로 그려내고자 하였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애국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역사 소설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등대지기>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고, 역사소설 3부작인 <불과 검으로>, <대홍수>, <보워디욥스키 장군>은 그의 문학적 정수로 꼽힌다. 시엔키에비츠는 "역사가는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추리에 의해서 메우지만, 소설가는 그것을 직관에 의해서 메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설가도 역사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세계를 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1896년에 발표한 <쿠오 바디스>는 사도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던진 질문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에서 따온 제목으로,  구상부터 자료 수집, 집필에 이르기까지 오 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는데 19세기에 출간된 소설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혀졌으며, 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시엔키에비츠는 1905년, 폴란드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총 74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AD 63~68년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전체적으로는 권선징악의 단순한 플롯이면서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놀랍도록 짜임새가 있고, 인물들을 단순하고 강렬하게 대비시키면서도 입체적 인물을 적절히 배치시킴으로서 소설 자체의 미덕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폭정을 일삼으며 지상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네로와 사도 베드로, 아름답지만 음탕하고 사악한 포페아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리기아, 권력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검투사 크로톤과 기독교도인 우르수스 등의 강렬한 인물 대비는 소설을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반면 킬로와 비니키우스와 같이 끊없이 내적으로 갈등하는 입체적 인물을 그려냄으로서 독자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며 좀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이한 인물은 페트로니우스이다. 작품의 시작은 페트로니우스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페트로니우스는 탐미주이자이자 '고상한 판관'으로 불리는 조신인데, 네로의 비위를 위태롭게 맞추며 그 긴장을 즐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바오로와의 대화 속에서 바오로의 견해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탐미주의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끝내 네로를 조롱하는 편지를 남긴 후 에우니케와 정사(情死)에 가까운 종말을 맞는다. 그가 바오로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의 기질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의 '늙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거칠 것 없는 한 생을 살았고, 로마의 미래는 자신이 아닌 비니키우스와 같은 젊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로서는 새로운 가르침을 따르며 삶의 방식을 바꾸기엔 늦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따라서 탐미주의자로서의 죽음을 기꺼이 선택했을 것이다. 역자 최성은은 페트로니우스가 몰락하는 로마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하는데, 네로가 아닌 페트로니우스를 지목한 대목이 무척 공감이 간다.

일주일 넘게 차분히 읽었다. 읽으면서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배교를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로드리고에게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하던 그리스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고 어디에 계셨냐는 질문에 "너희와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고 답하는 그리스도.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에게 리기아를 구원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집착하지만, 어느 순간 리기아만을 구원해달라고 하는 것이 죄가 아닐까 깨닫고 마침내 리기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뜻에 따르리라 결심한다. 기도에 즉답하는 신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아파하는 우리를 보며 충분하다고 느끼는 신이야 말로 사람의 아들로서의 신의 모습이 아닐까. 원형 경기장에서 죽음을 앞둔 신자들 앞에서 크리스푸스는 광신적인 태도로 종말이 가까왔다며 회계하라 외치며 공포를 조장하자 베드로는 그리스도는 심판하는 신이 아니라 사랑의 신이라고 말한다. 함께 아파하는 사랑의 신이기에, 인간은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믿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기도에 응답하는 신이 유행이다. 함께 아파하는 신 따위는 별로 신통치 못한 신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영구진리의 한 귀절이라도 되는 듯 확성기로 떠들어대는 명동의 수상쩍은 무리들과 헌금 액수로 믿음이 증거된다며 어린애들을 세뇌시키는 교회, 자신만은 기도에 응답하는 신을 따로 모시고 있다며 간증 투어들 도는 목사들도 있다. 도나 기에 관심 있느냐며 접근해 제사를 지내자고 하는 자들과 그들이 다른 점이라고는 사기 치는 기교 정도일까?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352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립 세이카 여자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마에시마는 양궁부 고문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그에게 세 차례 살해 위협이 가해진다. 전철 승강장에서 밀려 떨어졌을 때에는 기연가 미연가 했지만 샤워 중 감전사할 뻔한 사건과 머리 위로 떨어진 화분 사건이 겹치자 살해 위협이 현실감 있게 다가 온다. 

그러던 중 교사 무라하시가 탈의실에서 청산가리로 독살된다. 탈의실은 밀실이었고 이 사건으로 다카하라 요코가 의심을 받는다. 요코는 최근 무라하시에게 담배 피우는 현장을 발각 당해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리웠다. 마에시마는 요코가 자기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무라하시를 살해한 것이 요코가 아니었을까 희미한 의심을 품는다. 하지만 수재인 호조 마사미가 열쇠를 통째로 바꿔치는 수법으로 밀실 트릭이 파해됨을 밝혀내자 요코는 알리바이가 입증된다.

약 10일 후 축제 이번에는 교사 다케이가 살해당한다. 마에시마가 분장하기로 한 삐에로 역할을 다케이와 바꾸어 했던 것인데, 소품인 술병이 바꿔치기 되어 청산가리에 중독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교사인 아소 교코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아소 교코는 최근 교장이 며느리로 삼겠다는 의중을 비친 이후 자신의 남성 편력을 알고 있던 마에시마를 걸림돌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아소 교코는 죽은 무라하시의 주머니에서 나온 어떤 물건 때문에 협박을 받아 진범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마에시마에 대한 네 번째 위협이 가해진다.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온 차가 마에시마를 죽이려는 순간 다행히 요코가 오토바이로 마에시마를 구해준다.

마에시마는 형사 오타니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뜻 밖의 인물이 범이이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여고생들은 어떤 경우에 사람을 미워할까"라는 질문에 오타니는 "애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이 없는 것...좀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추억이나 꿈...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것들을 부수려고 하는 사람,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을 가장 증오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마에시마는 가나에에게 준 화살이 게이에게 준 화살이었다는 걸 발견하고, 합숙훈련 중 에미가 자위하는 것을 무라하시와 다케이가 우연히 보게 된 후 그들의 시선에서 수치심을 느낀 에미가 게이와 공모하여 살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에시마는 '너희들에게 가르칠 건 이제 없어'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학교를 떠날 결심을 굳힌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만취한 그날 밤, 마에시마는 낯선 남자에게 습격당해 칼에 찔리고 그 남자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자신의 아내 에미코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식 데뷔작이자 1985년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다. 최근의 작품과 견주어 세련된 분위기는 없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으로 1985년 당시의 여고 분위기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매끄럽고 범행 동기에 관해서도 여고생 나이때에 소중히 여기는 것과 결부시킴으로서 학원물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가가 교이치로를 언뜻 연상케 하는 마에시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데, 마에시마는 이후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듯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시이 다카시 감독의 <고닌 五人>의 음울한 첫 장면을 떠올릴 정도로 약간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7418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노시보는 강남의 번듯한 건물에서 전화로 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팀은 부장 한 명과 입사와 동시에 과장이 된 열 명의 팀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팀원들은 가슴에 사표를 비수나 부고처럼 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제2의 달이 출현하자 사람들은 왠만한 일에 놀라지 않게 되었고 출근을 하지 않거나 중력을 거부하려는 것처럼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무중력자들이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고, 노시보의 어머니도 쪽지만 남겨둔 채 달 구경을 하러 간다. 엄마가 사라지자 고시 준비를 하던 노시보의 형 노대보는 '모두가 위기면 아무도 위기가 아니란 얘기'라며 태연히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여성들은 달 때문인지 생리 주기가 불순해졌고, 사무실의 이 과장과 홍일점 홍 과장은 달의 새로운 출현에 맞추어 무중력 운동과 우주적 섹스에 탐닉한다.

매일같이 인터넷을 뒤지며 자신이 느끼는 몸의 이상 증상을 스스로 진단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곤 하던 노시보는 <심플라이프>라는 잡지의 기자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기자 이름이 기억 나지 않아 노시보는 그녀를 '퓰리쳐'라 부른다. '퓰리쳐'는 기사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사건, 증거, 타이밍이 그것이고, 노시보는 지금 타이밍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라며 갖가지 검사를 받게 한다.

두 번째 달에 이어 세 번째 달이 뜨고, 엄마가 돌아온다. 돌아온 엄마는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해 호황을 맞는다. 한편, 사무실의 이 과장과 홍 과장은 부장에게 사표를 집어 던진 후 티베트로 중력을 거부하는 비법을 배우겠다고 떠나버린다. 소설을 쓰던 친구 '구보'는 섹스머신을 파는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마구 벌어들인다. 

네 번째 달이 떴고, 사장은 이제 최고의 세일즈 키워드는 우주라며 부동산을 파는 대신 달을 파는 일에 골몰하며 우주인들이 먹는 스피룰리나를 상식하기 시작한다. 퓰리쳐는 노시보의 지갑에 콘돔을 끼워주며 유혹한다. 그나마 균형감각을 유지한다고 생각했던 형 노대보는 고시공부를 때려치우고 요리에 골몰하고 있고, 닭 패티시가 있다고 고백한다.

'구보'가 이상형이라던 커피숍의 어리버리한 알바생은 '구보'가 섹스머신을 팔며 서랍 속에 멈춰버린 사이 다른 소설가가 쓴 <21세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읽고 있었고, 노대보는 아버지에게 고시공부 때려치운 것을 고백한다. 섹스머신은 이제 유행에 뒤쳐져 '구보'는 노시보에게까지 마케팅을 했고, 엄마의 무중력 미용실 역시 장사가 되지 않게 된다. 퓰리쳐는 나를 비롯한 피실험자들의 증상을 모아 '무중력 증후군'이라는 있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 내어 히트를 친다.

계속 되던 새로운 달의 출현이 일곱번째에 접어 들었지만, 달은 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전에 떴다던 달도 모두 가짜라고 했다. 그렇게 달의 환락이 끝나고, 구보는 남의 차를 긁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으며, 퓰리쳐는 '만년필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특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아버지는 형이 고등어찌개를 끓일 줄 알까 궁금해하며 화해를 시도하고, 노시보는 새로 찍은 가슴의 엑스레이 사진에 하얀 원형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의심할 나위 없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달이 하나뿐이 듯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정상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달이 출현하자 모두들 비정상적인 양태를 보인다. 사람들은 그동안 가치 있다고 믿어왔던 것을 주저 없이  내팽개치거나 '무중력 판타지아'로 상징되는 쾌락에 탐닉하며 순간을 즐기는가 하면, 내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바리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언론은 그런 행동들의 패턴을 적절히 엮어 새로운 증후군들을 만들어내어 확대 재생산에 여념이 없다.  

 

꽤나 참신한 소재로 소설의 출발은 산뜻하나 엉성한 구성과 반복적인 중언부언으로 집중이 되지 않고 산만하다. 새로운 달이 뜬 후 중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양태가 현대 사회의 피곤함과 소외감에서 나온 필연적인 일탈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그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으로 읽혀지고, 이를 균형잡아 줄 인물의 부재(혹은 인물 설정의 실패)는 정제되지 못한 느낌을 가중시킨다. 

한겨레문학상의 권위에 기댄 독서였기에 실망감이 크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73396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