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로의 조신 페트로니우스는 "고상한 판관"으로 알려진 탐미주의자인데 그에게는 비니키우스라는 집정관 조카가 있다. 어느 날 비니키우스가 페트로니우스에게 자신이 리기 족 출신의 리기아라는 여성에게 반했는데 , 플라우티우스 장군과 그의 아내 그레키나 폼포니아가 양녀로 삼고 친딸과 같이 귀애한다고 말한다. 플라우티우스 장군은 깐깐한 성품으로 네로의 눈 밖에 난 인물이고, 그의 아내인 그레키나 폼포니아는 당시 로마의 문란한 여인들과 달리 한 남편만을 섬기고 있는 여성이었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를 대동하여 플라우티우스의 집을 방문하는데, 리기아 역시 다시 만난 비니키우스에게 어렴풋한 연정을 느낀다.

조카가 리기아에게 푹 빠진 것을 알게 된 페트로니우스는 네로로 하여금 리기아를 궁전으로 불러들이게 하는 한편 그녀가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심어주어 그녀를 네로 자신이 탐하지 않도록 꾀를 쓴다. 그 후 네로에게 리기아를 비니키우스의 집으로 보내도록 하여 그녀를 조카의 정부가 되도록 일을 도모한다. 궁전으로 끌려들어간 리기아는 비니키우스가 자신을 집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네로의 문란한 연회에 참석한 비니키우스는 만취하여 리기아를 함부로 대하여 그녀를 절망하게 만든다. 리기아는 괴력의 사나이 우르수스와 기독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비니키우스의 집으로 가던 중 구출되고, 리기아를 빼앗긴 사실을 알게 된 비니키우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자신을 오랫 동안 섬기던 노예들마저 때려 죽이거나 노역장으로 보내버린다. 

한편 황후 포페아는 궁전에서 리기아를 우연히 보고 그녀의 미모에 질투와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황녀가 아프게 되자 리기아가 저주를 내려 아픈 것이라며 그녀를 해칠 계략을 짜낸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에게 리기아를 모종의 세력들이 도와준 것이 틀림 없고 아직 로마에서 도망치지 못한 것이 확실하니 노예들을 풀어 수색한다면 머지 않아 그녀를 다시 잡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여자 노예인 에우니케를 비니키우스에게 주려 하나 리기아에게 온통 마음이 쏠린 조카는 이를 거절한다. 페트로니우스는 에우니케를 달라는 다른 조신들의 요구에 문득 에우니케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 노예들과 난잡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에우니케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에우니케는 페트로니우스를 사랑하는 자신의 신세를 상담하기 위해 킬로 킬로니데스라는 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를 페트로니우스와 비니키우스에게 소개시켜 준다.

킬로 킬로니데스는 철학자를 자처하는 자로 행색은 초라하나 말솜씨가 좋고 잔꾀가 많은 자로 리기아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능히 알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킬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기아가 그린 물고기 모양의 표시가 그리스도교의 암호라는 것을 단서로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킬로는 한 때 도적들과 내통하여 글라우쿠스라는 의사를 배신하여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전력이 있는데, 그리스도교도들 사이에 글라우쿠스가 있는 것을 알고 자신이 그에게 정체를 들킨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우르수스에게 글라우쿠스가 유다와 같은 자라며 죽일 것을 부탁하고 성격이 단순하고 순박한 우르수스는 비분에 젖어 그러겠다고 맹세한다.

킬로는 그리스도교도들이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를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눔에서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비니키우스에게 이를 알리고 그들은 얼굴을 가린 채 그곳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리기아를 발견한 비니키우스는 이성을 잃을 지경이 되고, 킬로의 충고를 무시한 채 유명한 검투사 크로톤을 대동하여 리기아가 숨어 지내는 거처를 습격한다. 하지만 크로톤은 우르수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니키우스 역시 팔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는다. 비니키우스는 글라우쿠스와 크리스푸스 장로, 그리고 리기아의 간호를 받아 건강을 차츰 회복하자 자신에게 딴 뜻이 없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없어진 자신을 찾을 것을 우려하여 킬로를 불러 편지를 전하려는데, 그때 글라우쿠스가 킬로를 알아보아 킬로의 정체가 드러난다. 글라우쿠스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당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하듯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죄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며 킬로를 용서한다. 하지만 비니키우스는 킬로를 산채로 뜰에 매장해버리라며 화를 낸다. 킬로는 자신을 용서한 글라우쿠스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 점은 비니키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수를 하기는 커녕 용서를 해주고 도움을 주는 그리스도 교도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리기아는 그리스도에 대해 비니키우스에게 이야기하였고 비니키우스는 그 신이 리기아가 믿는 신이므로 공경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리기아에게 품었던 사랑과 증오가 조금씩 그 성격이 바뀜을 느끼게 된다. 페트로니우스는 리기아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순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랑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로마의 집정관이며 명문가 출신인 비니키우스는 로마의 세계지배권을 인정하기는 커녕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그들이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리기아는 비니키우스에게 다시금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부모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네로 황제와 더불어 음란한 연회를 벌이던 비니키우스에게 마음이 기우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겼다고 느낀다. 광신적인 성향이 있는 크리스푸스는 리기아가 더러워 졌다며 은신처에서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베드로가 주님께서는 혼인 잔치에 참석하여 신랑 신부를 축복한 적이 있으며 리기아와 같이 깨끗한 처녀를 벌하는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니키우스와 맺어질 때가 아닌 것 같으므로 리기아가 떠나는데 동의한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다시 자신을 떠나자 무척 상심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과 증오를 반복하는 것도 여전했고 그리스도교에 대해서도 자신과 리기아를 떨어뜨려 놓는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비니키우스는 황제 네로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하는데 거기서 황후 포페아가 얼굴을 베일로 가린 채 비니키우스를 유혹한다. 그녀는 베일을 벗겨서 자신이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하는데 페트로니우스가 그 순간 끼어들어 비니키우스를 빼낸다. 페트로니우스는 황후가 비니키우스를 유혹하였지만 비니키우스가 이를 뿌리쳤으며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므로 그녀는 더욱 리기아를 죽이려 할 것이고 비니키우스 역시 좋지 못한 일을 당하리라 걱정한다.

그 즈음 또다시 킬로가 리기아의 소식을 가지고 비니키우스를 찾아온다. 비니키우스는 킬로가 글라우쿠스에게 한 짓이 생각나 그에게 체벌을 가하고 킬로는 이에 앙심을 품는다. 리기아의 거처를 알게 된 비니키우스는 또 다시 리기아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베드로와 바오로 들을 만난다. 비니키우스는 자신이 권력을 이용하여 리기아를 데려갈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잘못을 뉘우친다. 집안으로 들어온 리기아에게 베드로는 여전히 비니키우스를 사랑하는지 묻고, 리기아의 대답에 베드로는 주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축복해준다.

 

네로는 안티움으로 가서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시인된 면모를 드러내보이고 싶어했으므로 조신들을 대동하여 여행을 떠난다. 비니키우스 역시 네로와 동행하게 되어 리기아와는 한동안 떨어져 있게 된다. 이제 차츰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비니키우스를 찾아온 바오로가 페트로니우스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바오로는 페트로니우스에게 '만약에 네로가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사랑의 교리를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세계가 어떻겠는가' 하는 질문을 하지만 탐미주의자인 페트로니우스는 바오로의 얘기에 대해 '도무지 내게는 맞지 않는군'이라며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안티움에서 네로는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서 시와 예술에 능한 페트로니우스의 칭찬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페트로니우스의 주가는 상승한 반면 근위대 사령관 티겔리누스의 지위는 떨어졌다. 티겔리누스는 네로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던 중 네로가 트로이 전쟁과 불타는 도시의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으로 미루어 네로가 로마에 불을 지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티겔리누스는 네로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 것을 충돌질하고 네로는 로마에 불을 지른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가 걱정되어 네로의 곁을 떠나 로마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킬로를 만난다. 킬로는 그리스도교인들이 있는 동굴을 비니키우스에게 알려 주는데 동굴에서는 광신적인 크리스푸스가 종말이 가까왔다며 사람들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광신적인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베드로가 온유하고 평화로운 말로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리기아가 피신해 있는 석공의 집으로 간 비니키우스는 그곳에서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는다.

민심이 흉흉해지고 곳곳에서 약탈이 자행된다. 성난 군중들은 폐허가 된 로마의 책임이 네로에게 있다고 느꼈고 이에 네로와 조신들은 분노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길 원한다. 킬로는 황후와 티겔리누스에게 붙어 권력의 단맛을 보는 한편 비니키우스에게 복수하고자 했고, 이에 그리스도교인들을 팔아 그들이 로마에 불을 질렀다고 꾸며낸다. 페트로니우스는 비니키우스와 리기아가 걱정되어 네로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고 그리스도교인들을 옹호하여 네로의 눈 밖에 나고 만다.

 

그리스도교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로마 화재의 원성을 돌리기 위해 원형경기장이 가장 먼저 재건축 되기 시작한다. 페트로니우스는 자신의 모든 기지와 재치로 네로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네로가 자신을 브루투스에 비유하자 모든 것이 끝장 났다고 생가한다. 페트로니우스와 비니키우스는 네로와 포페아의 측근에게 엄청난 뇌물을 쏟아 붓지만 성과는 없었다.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께서 리기아를 반드시 구해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희망을 느꼈지만, 돌아가는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서는 좌절했다.

원형경기장이 건립되자 기독교도들이 맹수들의 먹잇감이 된다. 그들은 저항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순교해갔다. 관중들이 저항하지 않는 그들을 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자 기독교도들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가 하면 화형을 시켜 죽인다. 킬로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직접 눈으로 본 후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가 글라우쿠스에게 또 다시 용서를 받자 바오로에게 세례를 받아 기독교도가 된다. 그리고 네로가 로마 화재를 일으킨 범인이라고 시민들 앞에서 고발한 후 잡혀가 고문당해 혀가 뽑히고 만다. 페트로니우스는 기독교도들은 순교를 통해 저항하고 있다고 말하고, 조신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마침내 우르수스가 원형경기장에 나오게 되고 잠시 후 반대편에서 들소의 뿔에 리기아가 묶여서 나타난다. 우르수스는 초인적인 힘으로 들소를 제압하고 리기아를 구출한다. 로마 시민들은 모두 리기아와 우르수스를 살려줄 것을 청원한다. 네로는 시민들의 의사에 반할 만큼 용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살려준다. 리기아와 비니키우스는 시칠리아로 네로의 핍박을 피해 도망친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탐미주의자 페트로니우스는 네로가 이미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 먹은 것을 눈치채고 에우니케와 함께 네로를 조롱하는 편지를 남기고 자살한다. 네로는 반란군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역사소설의 거장'으로 꼽히는 시엔키에비츠는 폴란드 태생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희망적인 내용을 소설로 그려내고자 하였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애국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역사 소설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등대지기>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고, 역사소설 3부작인 <불과 검으로>, <대홍수>, <보워디욥스키 장군>은 그의 문학적 정수로 꼽힌다. 시엔키에비츠는 "역사가는 문헌과 기록의 '틈새'를 추리에 의해서 메우지만, 소설가는 그것을 직관에 의해서 메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설가도 역사가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세계를 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1896년에 발표한 <쿠오 바디스>는 사도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던진 질문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에서 따온 제목으로,  구상부터 자료 수집, 집필에 이르기까지 오 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는데 19세기에 출간된 소설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혀졌으며, 전 세계 5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시엔키에비츠는 1905년, 폴란드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총 74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AD 63~68년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전체적으로는 권선징악의 단순한 플롯이면서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놀랍도록 짜임새가 있고, 인물들을 단순하고 강렬하게 대비시키면서도 입체적 인물을 적절히 배치시킴으로서 소설 자체의 미덕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폭정을 일삼으며 지상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네로와 사도 베드로, 아름답지만 음탕하고 사악한 포페아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리기아, 권력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검투사 크로톤과 기독교도인 우르수스 등의 강렬한 인물 대비는 소설을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반면 킬로와 비니키우스와 같이 끊없이 내적으로 갈등하는 입체적 인물을 그려냄으로서 독자가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며 좀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이한 인물은 페트로니우스이다. 작품의 시작은 페트로니우스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페트로니우스는 탐미주이자이자 '고상한 판관'으로 불리는 조신인데, 네로의 비위를 위태롭게 맞추며 그 긴장을 즐기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바오로와의 대화 속에서 바오로의 견해가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탐미주의적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고, 끝내 네로를 조롱하는 편지를 남긴 후 에우니케와 정사(情死)에 가까운 종말을 맞는다. 그가 바오로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의 기질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의 '늙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거칠 것 없는 한 생을 살았고, 로마의 미래는 자신이 아닌 비니키우스와 같은 젊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로서는 새로운 가르침을 따르며 삶의 방식을 바꾸기엔 늦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따라서 탐미주의자로서의 죽음을 기꺼이 선택했을 것이다. 역자 최성은은 페트로니우스가 몰락하는 로마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하는데, 네로가 아닌 페트로니우스를 지목한 대목이 무척 공감이 간다.

일주일 넘게 차분히 읽었다. 읽으면서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배교를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로드리고에게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하던 그리스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고 어디에 계셨냐는 질문에 "너희와 함께 아파하고 있었다"고 답하는 그리스도.

비니키우스는 그리스도에게 리기아를 구원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집착하지만, 어느 순간 리기아만을 구원해달라고 하는 것이 죄가 아닐까 깨닫고 마침내 리기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뜻에 따르리라 결심한다. 기도에 즉답하는 신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아파하는 우리를 보며 충분하다고 느끼는 신이야 말로 사람의 아들로서의 신의 모습이 아닐까. 원형 경기장에서 죽음을 앞둔 신자들 앞에서 크리스푸스는 광신적인 태도로 종말이 가까왔다며 회계하라 외치며 공포를 조장하자 베드로는 그리스도는 심판하는 신이 아니라 사랑의 신이라고 말한다. 함께 아파하는 사랑의 신이기에, 인간은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믿는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기도에 응답하는 신이 유행이다. 함께 아파하는 신 따위는 별로 신통치 못한 신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영구진리의 한 귀절이라도 되는 듯 확성기로 떠들어대는 명동의 수상쩍은 무리들과 헌금 액수로 믿음이 증거된다며 어린애들을 세뇌시키는 교회, 자신만은 기도에 응답하는 신을 따로 모시고 있다며 간증 투어들 도는 목사들도 있다. 도나 기에 관심 있느냐며 접근해 제사를 지내자고 하는 자들과 그들이 다른 점이라고는 사기 치는 기교 정도일까?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352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