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평점 :
<1장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비가 내리는 저녁, 한 남자가 주인공 하나(花)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하나는 '내 남자'라고 지칭한다. 그가 다가와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낸다.
키가 크고 계속 담배를 피워대며 모든 것에 지친 듯한 그 남자를 하나는 요시로에게 소개시킨다. 요시로는 내일 하나와 결혼할 남자이다. 하나는 내 남자 준고를 요시로에게 아빠라고 소개한다.
결혼할 때 신부가 네 가지 물건을 가져오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준고는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오래 된 것을 건내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낡은 소형 필름 카메라로 주인은 이미 죽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제는 내 남자를 떠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딸과 아버지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뜻 모를 대화를 나눈다.
결혼식 당일, 준고가 예식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나타나 식이 시작된다. 하객은 하나의 아빠가 너무 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나와 준고는 15년 동안 단둘이 살았고, 후반의 8년 동안은 숨어 지내는 죄인이었다. 1993년 해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하나는 먼 친척인 준고가 데려다 키웠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뚱뚱해진 고마치는 준고가 죽었을 것이라는 제멋대로의 추측을 하나에게 말하고 하나는 고마치를 폭행한다.
<2장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신>
도쿄의 마루노우치의 대기업을 다니는 요시로의 아버지는 모회사 간부이다. 귀하게 자란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에게 여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달라 붙는다. 그에게는 5년째 사귀어 온 나호코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녀와 관계는 습관적인 만남을 갖는 시들해진 상태이다.
요시로는 선배가 안내 창구 여자를 꼬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마지 못해 승낙하고 안내 창구 아가씨 둘과 요시로, 요시로의 선배는 저녁을 함께 한다. 선배가 찍은 여자만 부르기 뭐해 함께 초대한 구라시노 하나라는 아가씨에 대해서는 기둥서방이 있다는 흉악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추운 겨울 밤, 늦게 끝난 저녁 모임 장소를 나서자 키가 큰 어두운 분위기의 남자가 구라시노 하나에게 다가온다.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분위기에 압도된다.
알 수 없는 구라시노 하나의 분위기에 끌린 요시로는 그녀에게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요시로는 자기도 모르게 아버지에 관해 털어 놓는데, 모든 것에 철저하고 성공한 아버지에게 억눌린 감정을 이야기 한다. 눈이 내리는 그날 밤 요시로는 하나를 택시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그녀의 집은 구치소 부근에 있었다. 요시로는 택시에서 내려 환청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 - '그것'은 숨어서 살고 있어. 잠시 후 오십 줄의 당당한 체구의 남자를 보게 된다. 그의 이마 오른쪽에는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다.
하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검은 코트를 입고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요시로에게 얼어죽고 싶지 않다면 집에 함께 갔다가 첫 열차를 기다리라고 권한다. 요시로는 준고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한때는 북쪽 지방에서 공무원 비슷한 일을 했고, 현재는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밤중에 깨어난 요시로는 벽장 문을 열었다가 이마에 사마귀가 난 사내의 시체를 발견한다. 요시로는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시로는 준고가 무섭다고 생각한다.
<3장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신>
준고의 현재 직업은 퀵서비스 일이다. 회사에서 준고는 성실한 청년으로 알려져 있다. 딸 하나가 쇼핑을 하기 위해 8천엔을 달라고 하자 준고는 가불을 위해 사무실에 들른다. 사무원이 준고에게서는 늘 여자 냄새가 난다고 한다. 급료를 쑤셔 넣고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객이 찾아온다. 50줄의 당당한 체구에 사마귀가 있는 그 남자의 이름은 다오카, 그와의 대화로 준고의 옛날 직업은 해상보안부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다오카는 오시오 어르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어르신을 죽인 '그것'은 숨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카메라를 꺼낸다. 카메라에는 범인이 찍혀 있을 것 같다며 준고에게 하나는 언제 돌아오는지 묻는다. 다오카는 자신이 범인을 본다면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 말한다. 준고는 다오카를 식칼로 살해하고, 집에 돌아온 하나에게 "너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죽였고, 나는 다오카 씨를 죽였구나. 이제 우린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하나는 뼈가 되서도 절대 아빠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한다. 둘은 지칠때까지 관계를 갖는다.
<4장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열 여덟살이 된 구라시노 하나. 몸베쓰에서 준고와 함께 산지 6년 반이 흘렀다. 준고의 직업은 해상보안관이어서 집을 비우는 때가 많다.
같은 마을에 사는 오시오 할아버지는 재력가로 아키라의 할아버지이다. 한때는 도시 이곳저곳에 꽤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지만 이제는 모두 정리하고 사진으로 소일을 하고 있다.
준고가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자 하나와 준고는 서로의 몸을 탐한다. 다음 날 유빙이 밀려와 준고에게 비상이 떨어진다. 또다시 서로의 몸을 탐하던 중 플래시가 터진 느낌이 든다. 창 밖에는 오시오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
준고가 배를 타고 전파도 닿지 않는 곳으로 며칠을 기약하고 떠난 후,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게 된다. 오시오 할아버지는 준고가 하는 짓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며 모든 것을 잊고 몸베쓰를 떠나 다른 친척 밑에서 살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두었다고 했다. 하나는 오시오 할아버지를 발로 차 유빙으로 밀어넣는다. 유빙은 계속 흘러가고, 오시오는 준고가 사실은 하나의 친아버지라고 말한다. 하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준고와 관계를 맺어 왔음을 눈치챈 오시오는 경악하고, 그런 오시오에게 하나는 부모 자식간에 해서는 안 될 일이 어딨냐며 부르짖는다. 오시오는 유빙에 밀려 떠내려가면서 하나의 사진을 찍는다.
오시오 할아버지의 시체가 발견되고 하나는 자신이 그랬음을 준고에게 이야기한다. 둘은 몸베쓰를 떠나 도쿄로 이사한다.
<5장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고마치는 준고가 데려온 하나를 3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느낌이 불길했다. 하나가 오게 된 후로 준고는 고마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준고에게서 느껴지는 다른 여자의 기색과 그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싫다. 준고는 아사히카와에 쇼핑을 하러 갔다 왔다고 말했고, 그가 사온 물건이 다이아몬드 피어스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준고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 후로 엄격하게 변했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준고는 해상 보안 학교에 공부하러 2년간 몸베쓰를 떠났다가 돌아오는데 준고를 동경하던 고마치 역시 그가 돌아올 즈음 몸베쓰에 돌아와 은행에 취직한다. 둘이 사귀기 시작한 후 하나가 부모를 해일로 잃자 준고가 그 아이를 데리고 온다. 준고가 고아가 되었을 때 하나의 집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오시오 할아버지 댁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던 날 밤, 고마치는 준고와 하나의 관능적인 장난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준고는 무슨 말 끝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딸만 있으면 충분하며 마누라는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후 우연히 준고가 하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말하는 것을 얼핏 든는다. 길거리에서 만난 하나가 사탕인 듯 빨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니라 준고가 사온 다이아몬드 귀걸이라는 것을 알고 고마치는 도쿄로 떠난다.
<6장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
초등학교 4학년인 하나는 해일로 중학생인 오빠와 동생, 그리고 부모님을 잃는다. 아빠와 함께 해일을 피해 언덕을 올르던 중 하나를 지나가던 경트럭에 실어주며 꼭 살아남으라는 말을 한 후 엄마와 동생이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려간다. 오빠 역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이들을 발견하고 합류한다. 잠시 후 바닷물이 이들을 삼켜버린다.
임시 대피소에서 고아가 되어 버린 하나를 제복을 입은 키큰 사내가 찾아온다. 그는 오시오 할아버지와 함께 하나를 데리러 왔고 하나는 단번에 준고를 좋아하게 된다. 오시오씨는 준고가 하나를 키우는 것을 어쩐지 못미더워하지만 준고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실제로 하나와도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보자 그때부터는 준고가 키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준고가 일을 나가 없는 사이 하나는 상자 안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한다. 그 사진들은 준고가 선배를 시켜 찍어온 사진이었고, 하나는 준고의 친딸임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준고는 하나의 온 몸을 애무하고 하나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하나는 준고에게 "그래, 왜......?"라고 답한다. 둘은 밤에는 하나가 엄마가 되고 준고가 아이가 된다.
정식으로 하나를 입양하고 보안부의 관사로 이사를 가는 날, 하나는 준고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내 남자 준고에 관해 알 수 없는 설명으로 시작된 소설은 순차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마침내 모든 것이 밝혀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는 한국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어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줄거리를 순차적으로 바로잡으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죽고 홀로 된 어머니가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엄격한 면만을 보이자 준고는 순식간에 부모 모두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되버린다. 어머니 마저 죽자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는데 여기서 준고는 어머니에 대한 비뚤어진 관념으로 친척 아주머니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사건으로 태어난 아이가 하나이다. 하나 역시 부모를 해일로 잃고 하나를 그리워하던 준고는 하나를 데려다 키우기 시작한다. 준고와 사귀던 고마치는 이 일로 상처를 입어 도쿄로 떠난다. 하나는 오시오가 준고와 자신을 떼어내려 한다고 생각하여 그를 살해하고, 오시오를 살해한 것이 하나일 것이라 짐작한 형사 다카오를 준고가 마찬가지로 살해한다. 5년간 자신들의 범죄로부터 도망치며 관계를 맺던 어느 날, 하나에게 요시로라는 남자가 접근하고 피곤에 절은 하나는 결혼을 통해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자 한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하나는 준고가 사라졌음을 알게 되고, 준고의 집을 찾아온 고마치를 폭행한다.
그로테스크한 내용을 정교한 구성으로 엮어 놓았다. 책을 덮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은 '준고는 어디로 갔을까' 였고, 하나는 '준고와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였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 사람의 중요한 점을 알려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 준고는 피로한 인생을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해 폐인이 되거나 죽을 것이고, 하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어쩌면 인생을 즐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뼈가 되서도 함께 하겠다던 맹세'는 진심이었지만,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 또한 진심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문제는 그런 진심들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이었다. 다행히 준고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떠난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이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어린 여자아이와 어른의 성관계, 그것도 근친상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준고 쪽은 굳어진 인물이라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 삼는 것은 하나이다. 하나는 열한살에서 스물 여섯까지 변화하는 인물이었어야 했다. 하나는 단 한번, 결혼하겠다는 결심밖에 하지 않는다. 그 점이 비현실적이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될 때 독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불편함은 도덕적 잣대를 꺼내게 만든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8417603